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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일년 열 두달 가운데 가장 좋은 달은 5월과 10월이다. 5월과 10월은 봄과 가을의 한 가운데에 있다. 5월은 신록의 아름다움을, 10월은 울긋불긋 단풍의 낭만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이다.

 개인적으로 10월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더 좋은 것은 5월이다. 움트는 생명력의 힘찬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5월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5월에는 평소 챙기지 못했던 가족과 주변 이웃들을 애틋한 마음으로 한번 더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5월은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거창한 의식을 행하는 기념일이 아니라 평소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는 당신을 이렇게 존중하고 존경하며 사랑합니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이 주어진다.

 오월의 시작은 어린이날이다. 50줄에 들어선 필자에게 어린이날은 20~40대 부모들처럼 어린 자녀가 있어 반드시 선물을 챙겨주고 함께 놀아주어야 하는 급박한 의무감은 없지만, 그래도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창 혈기왕성할 때 가정을 꾸리고, 가장의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남들처럼 돈을 벌고, 바깥 활동을 하는데 열중하면서 자녀들과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름 자녀들에게 아버지와 함께했던 좋은 추억을 가급적 많이 만들어 주었다고 자위하지만,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마음만 앞섰던 것 같다. 그래도 위안을 삼자면,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였고,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지켜가고 싶다. 이런 다짐과 약속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자녀들을 향한 변치않을 마음일 것이다.

 다만, 앞으로 부모가 될 자녀들은 더 좋은 아버지 어머니가 되었으면 한다. 돈을 쫓고 세속적인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가정의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오월에는 어버이날도 있다. 뿌리없는 나무가 없듯, 부모 없는 자식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섬기고 봉양하는 일을 연례행사로 여기지 않았는지 반성한다. 부모에게 가장 좋은 효는 입신(立身)도 아니고 양명(楊名)도 아니며,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와 새삼 다시금 깨닫게 된다. 부모님 생전에 일이 힘들고, 잘 안된다는 이유와 핑계로 찡그린 얼굴로 부모님을 마주했던 것은 아니었던지 뒤돌아본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 되고 보니, 카네이션 한송이보다, 현금보다도 부모님들은 자식들의 건강한 웃음이 더 큰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 위에 붉은 감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품고 간들 반겨줄 어버이가 없어 서럽다'고 한탄한 박인로의 시조가 어버이날을 맞아 더욱 애틋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자고로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도 있다. 스승은 임금과 어버이와 동격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스승의 존재는 높고 존귀하다. 필자도 의정활동을 하면서 학창시절 스승들을 이따금씩 뵐때가 있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스승들의 진솔한 가르침과 보살핌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여전히 스승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든든하고 힘을 주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세태를 돌아보면 스승의 위치는 한없이 낮아지고 떨어져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입시위주의 주입식 경쟁교육이 스승을 단순히 지식의 배달부, 상급학교로 진학시키기 위한 학습의 전달자 역할에 머물게 한 구조적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악순환의 구조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스승들이 진정한 사도의 길을 걷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땅의 모든 스승들께 진심어린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싱그러운 오월을 계기로 자녀를 더욱 사랑하고, 부모를 더욱 섬기며, 스승을 더욱 존중하는 마음이 일년 내내 계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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