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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유럽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다. 이탈리아를 방문한 여행자들은 아직도 2000년 전 로마 사람들이 만든 길을 걸을 수 있다. 인프라의 중요성을 인지했고 도시국가 로마에서 시작해 제국을 건설한 로마인들은 로마로 모든 것을 집중시켰다. 

 20년 전 우리 연구회 멤버 중 1명이 유럽 배낭여행을 할 땐 모든 길은 파리로 통했다고 한다. 파리가 유럽기차여행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독일의 고속열차 ICE가 시작단계인 반면 당시 프랑스는 이미 TGV라는 초고속 열차가 보편화되어 있어 기차 여행은 파리가 중심이었다. 

 이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배낭여행객들에게 유럽여행의 대세는 오를 만큼 오른 기차가 아니라 저가항공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공항이 없는 도시는 여행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여행루트도 헤르만헤세의 소설 <크눌프 삶으로부터 세 이야기>속 주인공 크눌프처럼 기분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데로 걷는 방랑자와 같은 여행이 아니라  라이언에어, 이지젯과 같은 저가항공사의 항로를 따라가게 된 것이다.

 기차여행이 대세인 때에는 중부유럽, 동유럽, 북유럽 등 유럽의 특정지역만 갈 수 있었던 반면에 저가항공 위주의 여행은 전체 유럽을 대상으로 할 수 있었다. 우리 연구회도 8박 11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두바이에서는 여름의 무더움을, 런던에서는 쌀쌀한 가을날씨, 영국 극작가 버나드쇼가 천국에 비유했던 크로아티아의 두브르브니크에서는 따뜻한 봄날씨를, 그리고  노르웨이에서는 우박을 맞으며 눈 속을 뚫고가는 기차 안에서 하얀 눈 덕분에 눈이 부셔 밖을 볼 수 없기도 했다.  저가항공 덕분에 8박 11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지만 4계절을 다 경험할 수 있었다. 저가항공 덕분에 이제 우리는 중부유럽, 북유럽, 동유럽처럼 유럽의 일부만 여행할 필요는 없게 된 것이다.

 당초 우리의 여행은 일정과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이탈리아의 밀라노를 기점으로 유럽을 둘러보고 밀라노로 나오는 것이었지만 밀라노에서는 우리가 가고자 했던 크로아티아를 갈 수 없었다. 런던을 중심으로 여행 계획을 다시 짜니 우리가 가고자 하는 유럽의 모든 도시가 저렴한 가격에 가능했었다.

 이것은 런던이 세계최대의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시가총액 유럽 최대, 대한항공 2배)와 이지젯의 거점 공항이기 때문이었다.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덕분에 우리는 유럽의 변방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도 하룻밤 묵을 수 있었다. 제임스조이스, 오스카와일드, 기네스맥주의 도시로 널리 알려진 더블린을 라이언에어라는 항공사가 없었다면 우리가 방문이나 했을까?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 공항을 가진 대도시로 4개의 공항을 이용해 유럽의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허브가 되어 있었다.

 런던이 유럽의 허브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저가항공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LCC연구회도 저가항공을 이용하다 보니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우리 연구회가 머물었던 크로아티아의 자다르에서 더블린가는(비행시간 2시간 50분) 비행기 라이언에어가 3만원이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약 50분 비행시간에 요금이 얼마인가를 비교하면 실감이 나지 않을까? 라이언에어는 아일랜드 항공사로 더블린에 많은 노선을 취항시키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인구 50만원이 넘는 도시라면 공항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이는 저가항공사 덕분에 운행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이 위치한 동아시아에서는 저가항공의 허브가 되는 도시가 아직 없다. 두바이에서 만난 FIFA에서 근무한다는 인도계 영국인 변호사는 저가항공사의 성공요인으로 짧은 거리와 수요, 그리고 박리다매를 말했다. 이 조건에서만 본다면 울산이 위치한 동아시아는 유럽보다 더 적합하다. 중국 동쪽 해안 도시에서 한국을 지나 일본까지 인구가 천만이 넘는 도시가 5곳(서울, 북경, 상해, 동경, 심천 등)이며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는 수십 개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울산이 런던과 같은 저가항공사의 허브가 된다면 동아시아의 모든 길은 울산으로 통하지 않을까?

#본 기고문은 울산시청 LCC(Low Cost Carrier) 연구회 소속 체육지원과  김교완, 경제정책과   윤재현, 농업기술센터 박찬구 회원이 공동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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