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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비로 갔던 자비로 유학길에 갔던, 경위야 어떻든 간에 유학 목적을 완성했으면 고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인지상정이자 우리의 전통적인 미덕이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든 이스라엘의 저력이 해외에서 연마한 우수 인재들의 조기 귀국에 있다. 조국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이고 마다하지 않는 국민성,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국력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찌된 일인지 기회만 주어지면 외국으로 나가 살 궁리부터 한다. 특히 해외에서 고급기술을 취득한 인재들일수록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한층 결여돼 있다는 소식이다. 이러고서 이 나라의 미래가 있겠는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과학기술 분야의 고급인력 가운데 현지 잔류를 택하는 비율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반해 귀국하는 비율은 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미국과학재단의 박사취득자 조사 자료를 분석해 1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04년 현재 공학, 자연과학, 생명과학 등 이공계 분야 한국인 박사 가운데 귀국을 하지 않고 미국에 체류할 계획을 갖고 있는 비율이 73.9%로 나타났다. 이는 20년 전인 1984년 50%보다 23.9%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박사학위 취득자들이 미국에 남는 데는 '고국에서 능력을 활용하고 싶지만 이를 허락하지 않는 한국 내 여건'과 '미국의 우수한 근무환경', '자녀 교육문제'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개발원은 설명했다. 학위를 딴 뒤 귀국해 현재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박사들의 직무만족도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개발원이 2001년 이후의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 454명(귀국 199명, 현지잔류 255명)을 대상으로 지난 6~9월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귀국한 199명 가운데 37%가 민간기업, 36%가 대학, 27%가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지 잔류자(255명)의 경우 대학 취업자가 68.3%로 가장 많았고 민간기업 또는 개인사업이 23.2%, 정부기관은 4.0%였다. 귀국자 가운데 민간기업 취업자의 61.7%가 '자신의 학위보다 낮은 수준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귀국자의 3분의 1은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출국하겠다'고 답했다. 이런 통계들을 보고 있으면 그저 우울해진다. 조국이 오죽 못났으면 이럴까 하는 연민의 정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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