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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시작한 지 이태 가까이 되었다. 규칙적으로 해도 축적되지 않는 것이 운동이라더니 요가는 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시간이 제법 흘러갔지만 요가 동작 하나 하나를 완벽하게 해내기가 쉽지 않다. 강도가 조금만 세거나 사용하지 않던 방향으로 몸을 비틀면 근육이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 그동안 내 생각과 행동에 길들여진 온몸의 근육들이 자극을 받아 날마다 아우성이다.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동작은 평형을 유지하는 자세인데 이 동작은 무릎을 꺾어 다른 쪽 허벅지에 붙이고 한 발로 서 있는 나무자세다. 수강생 중에 이 자세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매번 나무자세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자 강사는 내게 맹장수술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해 봄에 떼어냈다고 하자 그래서 균형을 잡기 힘들다고 했다.

 우리 몸속 소소한 장기 하나라도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은 그곳에 있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균형을 잡지 못하는 것이 몸의 불균형 때문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살아오는 동안 길들여진 불균형한 내 사고도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이 완강하게 거부하는 자세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꾸준히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강사는 늘 말했지만 도무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 동작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요가를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자세가 제대로 안 된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는 사이 내 몸도 많이 유연해졌다. 빠르지 않은 동작들이 은근히 몸을 힘들게 하는 반면, 편안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고통을 동반한 시원한 느낌이 뻣뻣한 팔다리와 뻑뻑한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는 요가에 어느새 매료되고 만 것이다.

 팔을 꼬거나 뒤집고 손과 발을 바닥으로 향해 짚어서 허리와 배를 들어 올리는 자세들은 관점의 다각화와 사고의 유연함을 길러준다. 그런 자세를 정확하게 취했을 때, 몸의 근육들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느끼게 되는 행복한 고통은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극대화된다.

 그동안 요가를 하면서 바뀐 모습은 무엇보다 사고의 변화다. 몸이 바르게 균형을 잡아가자 내 사고도 균형을 잡기 시작했다. 한 방향으로만 바라보던 시각이 양옆으로, 아래로, 심지어 거꾸로도 향하게 되었다. 한 가지의 사물을 바라보거나 상황 하나에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절대 안 될 것 같은 동작과 맞닥뜨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주변과 조율하지 않고 자신의 고집만을 밀고 나가는 세상의 지배자를 바라보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 또한 정확한 자세를 취한다 생각하지만 실제 자세는 제대로 취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무심코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다가 그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우리가 살면서 가지게 되는 고정관념이 바로 이런 것은 아닐까.

 잘못된 신념은 사고의 균형을 잃은 결과일 것이다. 몸의 균형 못지않게 사고의 균형 역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고의 균형 감각이 없으면 그르친 판단을 하게 되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야 만다. 양심은 도덕이 아니라 의식의 균형이라고 한다. 도덕은 사람이 만든 것이어서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르고 민족과 종교에 따라서도 다르다.

 의식의 균형이 깨지면 자기에게 치우쳐서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 쉽고 다른 사람에게 치우치면 맹목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 양심을 찾으려면 의식의 균형을 찾아야 하고 의식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몸에 있는 축을 바로 세워야 한다. 몸에 있는 두 개의 축이 바로 양심이다.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양심적으로 살아왔을까. 세상은 또 얼마나 양심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내 양심의 균형을 점검하면서 의식을 곧추세워본다.

 결가부좌로 앉은 내가 거울 안에 있다. 깍지 낀 양팔을 뒤집어 머리위로 반듯하게 들어올린다. 왼쪽으로 천천히 팔을 내린다. 오른쪽 옆구리와 오른팔이 활처럼 휘며 팽팽하게 긴장한다. 오른쪽 무릎은 바닥에 붙어 있지 못하고 깍지 낀 양팔이 왼쪽으로 기울 때, 소신 없이 덩달아 들렸다. 그래서 바닥에 지그시 붙어 있던 왼쪽 무릎과 평형을 이루지 못했다. 마음과 다르게 균형을 이루지 못한 몸이 거울 속에서 난감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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