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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밟으며
김대근
2013년 06월 09일 (일) 18:51:19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지난밤 생사대전(生死對戰)에서
통렬히 패배한 벌로 빨래를 밟으라고 한다
처음에는 어물쩍 웃음으로 거부하다가
방패를 내세워 막아보다가
시간의 목을 함께 조인 공범이라는 말에
우윳빛 살결 마블 욕조를 마구 힘주어 밟아댄다
밟혀도 들러붙는 것들
그런 것들도 삶의 재미라며 애써 자위해본다
목욕탕 문을 벌컥 열고
엄마가 이상하게 주름도 없이 나타나
봉지하이타이를 두어 숟갈 풀어야 한다며 주뼛거리다가
아내가 콸콸 쏟아 붓는 액젖 같은 세제에 놀라
무지갯빛 비눗방울로 사라져 갔다
나는 아! 우리 김氏 집안에서
이家성의 아내가 최고 고수구나 생각하며
여즉 밟았던 빨래를 불끈불끈 다시 밟았다

■시작노트
큰 빨래를 발로 밟는 것이 벌 받는 일이라고 우윳빛 살결 욕조를 밟는데 공기방울이 들러붙는 삶의 재미라고 자위한다. 엄마의 가루세제는 아내의 액체세제로 대비되어 사이에서 버블 같은 비눗방울로 사라지는 자존, 빨래를 불끈불끈 다시 밟았다.  ※약력-시인,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한국불교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인장박물관 부관장, '문학미디어'작가회 부회장,'두레문학' '현대시문학회' 사무국장. 시집 <내 마음의 빨간불>, 공저 <달항아리> <봄의 계단> 외 다수. http://www.bloginf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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