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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상 가장 번성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렸던 송나라는 금나라에게 정복당하면서 1297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송나라가 문치주의를 표방하다보니 군사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2차 세계대전때 미국과 소련을 상대로 양면전쟁을 치를 정도로 막강했던 독일은 군사력이 강했음에도 결국 패망의 고배를 마시게 된다. 전세계를 정복할 만한 힘이 안되는 데 무모하게 전쟁을 치른 것이 원인이었다. 35세때 황제에 오르고 유럽을 지배한 나폴레옹은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영국의 웰링턴 장군에게 대패하면서 황제 자리에서 내몰리고 하루아침에 대서양 외딴섬으로 유배되고 만다.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 임하면서 장군들에게 '오늘 전투는 매일 먹는 아침식사하는 정도'로 비유했다 한다. 자신들의 군사력에 대한 자만감에 도취돼 상대방을 너무 얍잡아 본 것이다. 고금의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그 나라의 국력과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크게 좌우됨을 알 수 있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처럼 인간과 기업에도 생로병사가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1990년에 뽑은 500대 기업중 10년 후인 2000년에 살아 남은 기업은 176개사(35%)였다. 또 20년 후인 2010년까지 명맥을 유지한 회사는 121개사(24%)에 불과했다. 인수합병 등으로 회사 이름이 바뀐 경우도 있지만, 500위 밖으로 밀렸거나 아예 파산한 경우가 더 많았다. 한국도 마찬가지. 1990년 한국 100대(매출 기준) 기업 중 2010년까지 회사를 유지한 곳은 30개사에 불과했고 1965년 국내 100대 기업 중 2010년까지 순위 내에 살아남은 회사는 12곳에 지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기업이 영원히 생존할 수 있도록 그 누구도 담보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업은 곧 경쟁력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승자 독식'의 열매를 누릴 수 있는 게 지금의 냉엄한 시장논리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던 노키아의 점유율은 현재 5%대로 추락했다. 그 사이 시장 변화를 이끈 삼성과 애플이 세계 휴대폰업계를 호령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의 공통점은 바로 탄탄한 경쟁력이다. 심지어 애플은 자국내에 공장을 단 한곳도 두지 않고 있다. 이유는 높은 인건비로 인한 경쟁력 저하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제품의 가격과 품질, 기업이미지, 생산성, 마케팅, 창의적 인재확보를 통한 기술력, 건전한 기업문화 등 그 요소는 다양하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요소들이 모여 이뤄지는 경쟁력이 누구 한쪽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노사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사실이다. 

 1967년에 설립돼 올해로 47살이 된 현대차. 설립 초창기 외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해 싸구려 차나 만들던 변방회사에서 이제는 글로벌 메이커로 성장한 현대차의 성공신화는 구태여 강조하지 않더라도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자동차산업이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한 축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와 같은 탄탄대로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지금의 현대차 성공신화는 그동안 모든 임직원과 과거 수많은 선배들의 노력과 땀의 결실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이러한 영광의 지속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혹자는 "현대차가 안 망하는 게 신기할 정도다"라고까지 꼬집는다. 자신이 근무할 때 만큼은 혹은 대기업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마불사병(大馬不死病)'에다 무소불위의 노조권력, 툭하면 벌이는 파업, 매년 하늘끝을 모르는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낮은 생산성, 회사의 경영인사권을 침해하는 각종 단협사항 등 기업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소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 달 2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 임단협 본격협상에 들어갔다.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에 대해 '황당하다' '과연 현대차노조답다' '부러움과 이질감이 교차한다'는 등의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오늘의 현대차가 있기까지 든든한 밑거름이 돼 주었던 현대차만의 경쟁력에는 노조의 몫도 크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세계 경제전쟁이라 불리우는 지금, 기업의 발전전략은 커녕  생존전략을 짜내도 모자를 판에 '마이웨이'만을 외치며 회사를 쥐어짜내는 모습은 너무 아닌 듯 싶다. 고장난명(孤掌難鳴), 즉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노사 모두가 미래의 동반자로서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여줘라. 송나라의 몰락은 약한 군사력이 원인이었고 독일의 패망과 나폴레옹의 실각은 각각 부족한 분별력과 자만심에서 나왔음을, 그리고 그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현대차 노조는 한번쯤 음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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