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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1972년 부산광역시에서 출생했다.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지난 2006년 제12회 문학동네 소설상으로 문단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0년 문학동네 온라인 카페에 연재한 장편 <설계자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최근에는 신작으로 첫 단편소설집 <잽>을 출간했다.
 
#에피소드
김언수는 큰 것 한 방의 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제12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장편 <캐비닛>과 2010년 문학동네 온라인 카페에 연재한 장편 <설계자들>을 통해 큰 것 한 방의 맛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이 이렇게 단 시간에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아마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소설이 갖는 특유의 매력인 이야기의 재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좋은 소설이란 어려운 주제나 메시지가 있는 게 아닌 인간적인 뭔가를 끌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소설가가 포착할 수 있는 진실이라는 건 없어요. 하지만 어떤 이야기 속에 가둘 수는 있죠. '이 정도쯤에는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자꾸 저한테 철학이 뭐냐, 주제가 뭐냐 하는데 저는 잡소리 하기 싫어요. 머리로 뭘 짜낼 수는 있겠죠. 도시와 자폐를 상징하는 여자를 하나 넣고 남자도 하나 넣고…. 이런 건 나쁜 소설이에요. 저는 이야기만 하고 싶은 거죠"


 작가에게 좋은 이야기란 이런 것이다.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양촌리 이장댁에 전화가 들어온다. 동네 사람들이 신기해서 난리가 나고 전화해 보고 싶어서 안달한다. 그렇게 수선스럽게 며칠이 지나고 어느 날 밤, 이 집 며느리 김혜자가 일어나 전화기를 든다.


 "김혜자는 일찍 시집 와서 어디 전화 걸 사람이 없는 거예요. 김혜자가 하늘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를 해요. 그러고는 혼자 '엄마 잘 있어? 나도 잘 살아'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얘길 하죠. 최불암은 소리가 나서 깼는데 깬 기척도 못해요. 이 장면 하나에 굉장히 많은 것이 담겨 있어요. 그리움도 있고, 슬픔도 있고, 신문물에 대한 놀라움도 있고…. 소설가는 악기가 되어서 이런 이야기들을 연주하는 거죠"


 고전소설은 '거룩한 얘기'를 하지만 스스로 '너 거룩하냐?'라고 물었을 때 끄덕일 수 없었다는 게 작가 말이다. 명랑하게 찧고 까불고 놀다가도 집에 가는 길에 어딘지 서러워 눈물 뚝뚝 흘리는 인간의 복잡한 속내, 잔인과 재미처럼 서로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이 뒤엉켜 인간을 툭툭 치는 삶의 적나라함이 담긴 소설. 바로 그에게 좋은 소설이다.


   
 
#최근 인기작
김언수 작가의 첫 단편 소설집이다. 아홉 편의 수록작들은 화자의 나이 순서로 묶여 있다. 표제작의 주인공은 세상에 대해 화가 잔뜩 나 있는 열일곱 살 소년이고 마지막 단편 '하구(河口)'의 주인공은 모든 걸 잃고 강을 따라 바다 입구까지 도망 온 마흔셋의 알코올 중독자다.


 "링이건 세상이건 안전한 공간은 단 한 군데도 없지. 그래서 잽이 중요한 거야. 툭툭. 잽을 날려 네가 밀어낸 공간만큼만 안전해지는 거지. 거기가 싸움의 시작이야"('잽' 부분)


 표제작 '잽'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1학년생이다.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상투적인 목표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던 시절, 그는 창밖을 바라보다 노란 은행잎에 정신이 팔리는 바람에 윤리선생으로부터 반성문을 쓰라는 벌을 받는다. 하지만 끝까지 반성문 쓰기를 거부한 그는 졸업 때까지 화장실 청소 담당이 된다.
 가슴에 분노로 가득 찬 그는 어느 날 권투 도장의 광고를 보고 복싱에 입문한다. 관장으로부터 '잽' 날리는 기술을 터득한 그는 하지만 통속적인 세계에 대한 증오를 억누른 채 묵묵히 화장실 청소를 할 뿐이다. 싸움의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분노를 조절할 줄 알게 된 것이다.


 소설집엔 자기가 열고 들어온 금고에 갇힌 금고털이, 꿈도 희망도 없는 단란주점 웨이터 등 통속적인 하류인생들이 등장하지만 작가는 이들을 통속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다른 차원의 인간으로 거듭나게 한다. "사기꾼은 환상을 파는 직업이다. 그리고 환상은 거짓보다 진실에 훨씬 가깝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환상 때문에 사람들은 사기꾼과 손을 잡는다"('금고에 갇히다' 부분)


 금고털이가 갇힌 곳은 금고이지만 김언수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환상을 빌려 통속의 세계를 깨버린다. 김언수는 큰 것 한 방과 함께 잽도 잘 날리는 날렵한 복서다.
 김주영기자 uskjy@
 
※'울산시민이 사랑한 작가'는 반디앤루니스 울산점이 울산 시민들이 구입한 서적의 판매량 등을 토대로 산출한 순위를 참고해 시민들에게 인기있는 작가 위주로 선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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