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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더위가 계속되는 요즈음이지만 나나니벌에게는 오히려 활동을 분주하게한다. 이 벌이 새끼치는 계절이다. 진흙을 옮겨다가 선반, 책장 등 사람의 손이 잘 닺지 않는 구석진 조용한 곳을 택해 집을 짓기 때문이다. 이 벌은 남의 자식을 데려다가 부단한 노력으로 훌륭하게 키워 자신의 학문을 잇게 하는 인재양성자로 비유(譬喩)되는 곤충이다. 한자는 과라, 열옹, 세요봉(細腰蜂) 등으로 쓴다.《시경(詩經)》<소아(小雅) 소완(小宛)〉에 "명령의 새끼를 과라가 업어간다. 네 자식을 잘 가르쳐 너를 닮게 하라." 하였는데, 공자가 가르친 안회의 이야기로 비유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과라가 바로 허리가 가는 나나니벌을 말한다.《장자(莊子)》에서는 세요자화(細要者化)로 비유하고 있으며, 세요봉(細腰蜂)으로 쓴다.

 <조선왕조〉인조실록(인조 23년(1645) 6월 10일 기사)에는 상호군 김육이 지은 소현 세자의 애책문 내용 중 "서재(書齋)의 휘장은 적막하기만 하고 강석(講席)은 처량하기도 한데, 나나니벌[은 창문에서 울고 제비[烏衣]는 기둥에서 지저귄다."라는 기사에서 과라를 확인 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대나무 가시가 살 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을 때는…또 열옹을 생으로 갈아 붙여 주어도 묘효(妙效)가 있다." 하여 나나니벌을 열옹으로도 부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벌은 신명연(申命衍. 1808-?)의《애춘화첩》에 '참외와 방아깨비'에서 그림으로도 볼 수 있다. 

 명령은 뽕나무 벌레이다. 포로(蒲盧) 혹은 상충(桑蟲)이라고도 부른다.『시경』에서 말하는 명령이나,『능엄경』에서 중생의 잘못된 생각을 설명하면서 비유한 포로는 같은 뽕나무 벌레를 두고 다르게 부르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나나니벌인 과라가 다른 종의 뽕나무벌레를 물고 가서 자기 자식으로 기른다고 여겨 과라지명령 혹은 명령계사(螟?繼嗣)라는 고사를 생성시켰다. 우리나라 사람 신광한(申光漢, 1484-1555)은《기재집(企齋集)》에 1523년 여름에 경험한 '과라화명령설'을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과라가 명령으로 하여금 후사를 잇게 한다는 명령계사의 이야기는 새끼 까마귀가 성장하여 어미 까마귀를 먹여 살린다는 반포지효(反哺之孝)와 또한 토효(土梟), 파경조(破鏡鳥), 살모사(殺母蛇) 등이 자기 새끼에게 잡아먹히며, 혹은 두꺼비를 잡아먹고 죽은 구렁이의 마디마디에서 두꺼비 새끼가 생겨난다는 것 등과 유사하다. 이러한 설화는 이질(異質)인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융합하여 상성(相成)된 교훈중 하나로 인간의 상상력을 풍부하게하는 인문학적 스토리텔링일뿐 자연과학과는 거리가 멀 다.

 과라가 물고 간 명령 또한 실제는 앞으로 태어날 과라의 새끼를 위해 필요한 먹이이기 때문이다.
 나나니벌은 꿀을 먹는 꿀벌과 달리 자벌레, 거미류, 베짱이, 메뚜기, 뽕나무 벌레 유충인 명령(螟?), 혹은 배추벌레 등 동물성 벌레가 먹이이다. 번식 시기에는 이들을 사냥해서 마취시킨 후 굴속에 넣고 그 위에 한 개의 알을 산란한다. 애벌레로 부화한 나나니벌 유충은 애미 벌이 마취시켜 저장한 먹이로 하여 성장한다.

 나나니벌은 집을 땅에 굴을 파서 짓기도 하며, 진흙을 재료로 짓기도 한다. 진흙으로 지을 경우 수변 가에서 진흙을 공모양으로 뭉쳐 두 다리로 움켜지고 반복해서 날아와 집을 짓는다. 집을 지을 때는 앵앵거리며 짓는 특이한 생태적 습성이 있다. 앵앵거리는 소리는 듣는 사람에 따라 '나나나나나', '유아유아(類我類我)', '사아사아(似我似我)' 등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나나나나나'는 '나나니 벌'이라는 이름이 되었다. 한편 유아와 사아는 우리말 '날 닮아라. 날 닮아라'로  풀이할 수 있다.

 과라가 명령을 데려와 훌륭하게 키워 대를 잇는 명령계사 문화가 있듯이 사람사회도 유사한 문화가 있다. 이성동거(異姓同居)하며 사자상승(師資相承)하는 승가의 전통, 업둥이를 받아들이는 민속, 해외입양 등이 실례이다. 한 자녀가 많은 현대사회 가장에서 내자식 중심에서 벗어나 인재양성의 차원에서 다양한 '과라지명령'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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