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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시인이자 미학자. 최영미 시인은 지난 1994년 50만부라는 기록적인 판매기록을 세웠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한국시단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1961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를 취득한 뒤 1992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등 8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서른, 잔치는 끝났다'와 '도착하지 않는 삶' 등의 시집과 '시대의 우울',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화가의 우연한 시선 : 최영미의 서양미술감상', '공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등의 산문집을 냈다.
 

#에피소드
솔직함의 대명사인 그는 신작 <이미 뜨거운 것들>을 펴낸 뒤 한 일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유목민'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신도 섬기지 않고 어떤 인간도 모시지 않고, 누구 밑에 들어가지 않고 누구 위에 올라타지도 않고, 끊임없이 지었다 허물면서 소유나 축적과 상관없이 살아온 삶이었다.
 

 1980년대 운동권 세대의 후일담으로 읽힌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의 명성을 아직도 간직한 그는 386을 넘어 486, 586세대로 이름이 바뀔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열정, 솔직함, 반항심 같은 청춘의 가치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남들과 다르게 살았던 세월이 결코 만만하지는 않았을 터.
 

 최 씨는 그동안 '스캔들'과 함께 살았다. 한 해에 50만부가 팔린 첫 시집이 스캔들이었고, 그 시집이 나온 뒤 서점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 스토커가 뛰어들었다. 세번째 시집 <돼지들에게>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만한 사람들을 '돼지'라고 불렀다.
 

 그러나 시인 자신에게 가장 큰 스캔들은 줄곧 따라다닌 '나쁜 시'란 오명이었다. '술보다 술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내 시가 쉽다고// 노란 시월이 밀려온다고, 빗대어 쓰면/ 몰라도 뜻을 묻지 않고// 출퇴근하는 지하철을/ 밥벌레들이 기어들어가는 순대에 비유하면/ 직장인들을 모욕했다고 분개하고// 나도 모르는 말들을 주절주절 갖다 붙이면/ 그들은 내 시가 심오하다고…'('오해')
 

 최근에도 그는 스캔들을 몰고 올 솔직한 발언으로 회자됐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1980년대를 경험한 비슷한 나이의 한국 남성과 5개월째 연애를 하고 있다. 4번째 시집 <도착하지 않은 삶>을 빼놓고는 시집을 낼 때마다 늘 연애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신작의 중요한 소재도 사랑과 연애다. 연애의 기쁨과 설렘, 가식을 내숭 떨지 않고 '돌직구'로 표현해냈다.
 

 '남쪽의 더운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부딪쳐서/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너는 차가웠고,/ 나는 뜨거웠고,/ 그리고 너를 잊기 위해 만난/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남자들./ 내 인생의 위험한 태풍은 지나갔다// 살아남은 시들이 종이 위에 인쇄되고/ 느릿느릿 기어가는 차량들.// 내일은 전국이 흐리고,/ 나는 샴푸를 사러/ 나갈 것이다'('일기예보')
 

#최근 인기작 <이미 뜨거운 것들>

   
 
지리멸렬한 한국정치에 날리는 돌직구

최영미 시인이 4년만에 펴낸 신작. 서른살에 잔치가 끝났다고 선언했던 그는 이번 시집에서 정치적인 문제를 거침없이 풍자한 시로 다시 한번 파격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치권의 지리멸렬한 행태를 지켜본 시인은 정치인들에게 거침없는 직구를 날린다.
 '5,000만의 국민을 감히 사랑한다고/떠드는 자들.//사랑을 말하며/너는 숨도 쉬지 않니?//조찬과 오찬과 만찬에 참석해/축하하고 격려하고 약속하고/화장하지 않은 얼굴은 보여주지 않고//왼손이 하는 일은 반드시 오른손이 알게 하고/보도되지 않으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여우들.'(정치인 부분)이나 '악수를 잘해야/성공적인 대통령./묵념을 잘해야/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권력의 얼굴 부분) 등 거침없다.
 

 그는 북한의 정치 행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린다. '할아버지도 돼지./아버지도 돼지./손자도 돼지.'(돼지의 죽음 부분)는 북한의 세습 독재 체재를 비판한 시다.
 

 시집에는 이와 같은 풍자시 뿐 아니라 일상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는 다양하다.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으로 집안을 이끌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메리 크리스마스', '부드럽게 거절하며 적을 만들지 않는 요령/속을 드러내며 진짜 속은 보이지 않기/세 번 갈 길을, 한 번에 몰아서 가기'(내가 요즘 배우는 것들 부분) 등 살아가면서 느끼는 일상의 일들을 고백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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