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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변덕스런 장마철, 문화의 거리에서 일상의 여름피서를 잠시 가져보자. 관심을 두고 보면 문화의거리에는 갤러리 전시와 콘서트, 연극공연 등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와 시설이 꽤 많다. 유럽풍 노천까페, 소박하지만 개성있는 까페들에서의 차 한 잔, 골목골목 맛집을 찾아 가 보는 것도 재미있다. 문화의 거리에서 한 나절 보내다 보면 몸과 마음이 한층 더 시원해진다.

전봇대 뽑고 아스팔트 걷어내
시각적 효과만으로 시원함 선사
인도 넓혀 나무심어 푸른 녹지까지

갤러리와 소극장  그리고 노천카페
보고 즐기고 마시고 쇼핑까지
주말이면 다양한 행사는 덤

도심 속 여유로움을 찾는다면
주저없이 문화의 거리로 가라

#도로
울산초등학교에서 내려다 본 문화의거리는 시원하고 이색적이다. 이곳에서 시계탑 구간 200m에 대한 전선지중화사업을 통해 삐죽 튀어나왔던 전봇대와 얽힌 전선들이 모두 지하로 매설됐다. 올려다보면 금이 가지 않은 구름과 여름 하늘이 반긴다.
 아스팔트 도로는 없다. 기존 도로와 낡은 보도블럭은 문화의거리에 맞게 편안한 시각인 화강석으로 교체됐다.

 차량들이 다닐 수 있는 1차선 도로는 길 한 가운데보다 약간 왼편으로 조성됐다. 다른 편으로는 인도를 최대 10m까지 넓혀 거리에서 각종 공연과 전시가 가능하도록 조성됐다.
 특이한 거리 형태는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이 스페인의 옛 거리에서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한 편으로 늘어난 보도엔 느티나무와 가로수, 화단을 만들고 조경수를 심어 놓아 도심 속의 허파 역할을 하는 녹지공간이 만들어졌다.

   
 


 문화의 거리 입구에는 '꿈의 정원'이 있다. 스테인리스 비눗방울과 벽면 에폭시 작품으로 구성된 만남의 공간이다. 벽면에 자체 제작된 256개의 에폭시 타일 작품은 중구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이미지를 비눗방울에 담아 꿈과 희망을 이미지화했다. 상점 풍경, 마두희, 중구 대표 건축물 등을 재구성해 담은 타일 하나 하나를 살펴보면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걸어가면 노천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넓어진 보행도로 가운데 차양을 치고 커피와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만든 노천카페는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노천카페가 부럽지 않다.
 거리 양 편 건물에는 이곳에서 문화와 예술을 키워갈 새 둥지를 튼 이들의 공간이 자리잡았다. 이곳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는 입구 홍보게시판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 예술
문화의거리 내 '보석'은 지난해부터 속속 들어서고 있는 갤러리와 공연장들이다.
 최근 개관한 구교원(관장 김미숙)까지 포함해 아리오소(관장 윤태희), 투더블유(관장 강정길), 로코코(관장 배영숙), 201(관장 김관주), 모아미(관장 현서정) 등 6개의 정통 갤러리가 문화의 거리에 자리 잡았다.

 구교원은 천연염색 공예와 전통예술과 다도 활성화에 나서고 있으며, 8월말까지 허진규 옹기 무형문화재 전시회를 열고 있다. 아리오소는 시낭송회와 예술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고, 로코코는 지역 원로 작가 위주로 기획전시회를 마련하고 있다. 모아미는 타 지역 작가 초청전시회를 열고 있다.
 여기에 강문철, 공정림, 김지훈 작가 등이 갤러리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들이 문을 열면 문화의거리 내 갤러리는 10여개가 된다.

 갤러리 외에도 연극 등 다양한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다. 극단 푸른가시, 토마토 소극장, 소극장 품 등 소극장 3곳이 공연을 한다. 토마토 소극장은 청소년 교육극과 어린이 전용 작품을 많이 올리고, 소극장 품은 대안문화 작품을 주로 무대에 올린다. 소극장과 함께 마련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인 페다고지도 특징이다.

 소극장 푸른가시에서는 극단 자체 내 공연과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토요일 밤마다 문화살롱으로 변신하는 갤러리아는 식사와 문화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울산 중구는 이곳 문화장소에 인테리어비 800만원을 비롯 간판비 150만원, 3년간 임대료 월 3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문화의거리에서 크고작은 문화 행사들이 줄지어 마련되고 있다. 지난 주말 열린 '2013 아트페어'를 비롯 중구 나눔장터 등 대규모 행사가 마련됐다.  주말이면 종갓집 문화음악회, 버스킹, 캐리커쳐, 그리고 새내기 지역작가들과 함께하는 손맛장터, 청년 CEO들의 톡톡 스트리트 마켓 등 다양한 상설 문화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 먹거리
문화의 거리가 재조명되면서 그동안 침체되었던 이곳 상권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유동인구가 문화의거리 조성 이전보다 3배 가량 늘어남과 동시에 먹거리, 즐길거리 등이 하나 둘 입점, 비어있던 건물들도 리모델링을 통해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 문을 열었다. 특히 문화의거리 양편으로 자리잡은 카페들은 색바랜 도심 골목에서 배어나오는 진향 커피향으로 초대한다.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10여 개의 카페들은 크게 화려하거나 번듯하진 않지만 어디 하나 비슷한 데가 없다.
 복합문화공간 '숨'에선 커피를 마시며 시낭송회, 낭독회, 색소폰 공연, 사진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2층 서재로 올라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지루하지 않다. '카페 드 파리'에는 사진과 인테리어 디자인, 여행에 관한 전문서적이 마련돼 있고, 재즈카페 '다락'은 재즈선율과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안나 커피'에는 독립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천 스크린이 비치돼 있고, 희귀한 피큐어나 LP, 오디오 같은 빈티지한 인테리어 소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블루 라바짜', '차 스토리', '57' 등 카페들에서는 비싼 가격의 프랜차이즈 카페와는 달리 편안한 가격으로 특색있는 커피향에 빠질 수 있다.

 손님이 많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식도락을 느낄 수 있는 먹거리들도 즐비하다.  '고로케&?'은 오후 2~3시만 되어도 수제 고로케가 다 팔려 나간다. 옆에 붙어있는 초밥과 사케 전문점인 '유키'도 최근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다.
 얼굴보다 큰 돈가스가 매력적인 '릴라밥집', 일본식 짬뽕과 파삭파삭한 새우튀김이 자랑인 '나가사키짬뽕'앞에는 언제나 줄이 서 있다.

 문화의거리는 도심 속에서 가볍게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명소가 됐다. 울산 최초의 시립미술관까지 건립되면 이곳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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