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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구전되어온 대한 8경이라는 경승지가 있다. 한라산 높은 봉우리, 석굴암 일출풍경, 해운대에서 바라본 저녁달, 지리산 운해 그리고 북녘에 있는 백두산 천지, 묘향산 경치, 금강산 일만이천봉 기암, 평양 대동강 을밀대가 그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경승지를 그냥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여럿을 한데 묶어 하나의 관광단지로 지정하여 그 곳 관광지의 인상을 높여 나갔으니 선인들의 관광의 지혜와 선경지명이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대한팔경 외에도 관동팔경, 단양팔경, 강동팔경, 월악팔경 등과 한국 12명산, 한국의 10대 절경도 있고 울산에는 울산 12경이 지정되어 있다. 즉, 낙동정맥에서 세 번째로 높은산(해발 1,240m)인 가지산의 사계, 간철곶 일출, 강동·주전 해안자갈밭, 대왕암 송림, 대운산 내원암계곡, 무룡산에서 바라본 울산공단야경, 울산 체육공원, 반구대, 신불산 억새평원, 작괘천, 태화강 선바위와 십리대밭, 파래소 폭포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울산에서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어쩌면 생소할 수도 있는 헌양팔경에 관하여 말하고자 한다. 2천년의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을 간직한 고읍(古邑) 언양지역은 산, 계곡, 하천 등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들이 산재하여 곳곳에 경승지(景勝地)가 많다. 울산 12경과 헌양팔경이 중복되는 반구대, 작괘천, 파래소 폭포를 제외한 5경에 대하여 경승지 지정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고헌산은 예로부터 언양현의 진산(나라의 도읍지나 각 고을 뒤에 있는 큰 산을 그곳을 보호하는 주산(主山)으로 정하여 제사 지내던 산)으로 신성시하였다. 늦은 봄 상서로운 잔설의 풍광 그리고 마치 떡시루를 엎어 놓은 듯 장엄하고 우람하게 고헌산은 고을의 지붕처럼 우뚝 솟아 있으며 산 정상부근에는 용새미(龍泉)와 기우단(祈雨壇), 고색창연한 산성(山城)과 신비의 우레들 등이 전설처럼 남아 고을을 보호하며 지키고 있다.

 화장산은 고을의 기산(基山)으로 정상 바로아래 화장굴과 염천(약수)이 있고 도화전설로도 유명하다. 산의 정상에서 바라보면 읍의 남쪽이 한눈에 들어오고 질펀히 펼쳐진 안개낀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세이제(洗耳堤)가 있고 또 소부당(巢父)이 있었다하여 중국 태고의 고사 소부와 허유의 전설 '기산영수'와 '기산지절'로 비유되기도 한다. 동쪽에는 기우단 터. 고려충신 문하시중위열중 김취려의 묘와 태지 유허비가 있으며 난계 오영수선생 문학관이 건립중에 있다.

 언양읍성은 언양읍의 중심지로 옛 언양현(군)의 현청(군청)이 있던곳에 정방형의 석성(石城)이다. 원래 토성(土城)이었으나 연산군 6년(1500년) 석성으로 개축한 것으로 일제시대 남천 호안공사로 남반부가 헐리고 지금은 일부만 남아있다. 담쟁이와 이끼 등이 끼어 사철 검푸른 모습을 하고 있고 남문인 영화루 복원공사가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언양읍성 복원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석남사는 가지산 도립공원내 대표적인 신라고찰로 비구니의 수도도량이다. 수목이 울창한 주변 계곡의 자연풍광 그리고 보물 제369호인 석남사부도, 지방문화재 5호인 3층석탑, 지방문화재자료 제4호인 석남사 수조 등이 있다. 일출의 조망으로 이름난 가지산 정상과 그 부근의 쌀바위와 귀바위,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구름재(雲門嶺), 태산준령으로 막힌 동서 정맥인 석남터널 등 곳곳에 명소가 있다. 봄철의 진달래, 여름철 신록, 가을산 단풍과 겨울의 설경이 매우 아름답다.

 간월봉은 상북면의 등억리와 이천리 사이에 길마같이 생긴 왕봉재(간월재)가 있고 그 위에 해발 1,083m 고봉이 솟아 있으니 곧 간월봉이다. 서쪽으로 백연동 계곡에 파래소 폭포가 자리하고 내려오는 길목에는 옛날 천주교 공소(公所)였던 죽림굴이 역사의 잔해로 남아있다. 북으로는 긴 천화현(穿火峴)을 거쳐 능동산, 사자평, 가지산으로 통하고 동쪽으로는 우람한 천길 바위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하늘을 지탱해 서 있다. 또 동남으로는 신불산과의 사이에 간월재가 있고 그 아래 계곡에는 홍류폭포가 흘러내려 작괘천을 이룬다. 무딘 글로써 어찌 천혜의 자연경관과 헌양팔경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겠는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고사성어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지친 심신을 추스릴 수 있는 휴식의 기회를 가족과 함께 헌양팔경의 어느 한곳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헌양은 언양의 옛 지명이며 내용 중 헌양팔경에 관하여는 언양읍지를 참고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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