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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둔 가을이다. 지독한 폭염 뒤인지라 그저 바람 한 자락에도 행복한데, 이 행복을 몇 배로 더 해주는 '영예로운 일'과 함께 가을을 시작했다. 지난 5일 농협중앙회 선정 '지역농업발전 선도인상'을 받은 것이 그 '영예'다.

 이 상은 지역 축산농가를 비롯한 울주군민 모두에게 주어진 상을 필자의 이름 석 자로 대신 받은 것일 뿐이다.

 우리 군민 모두와 함께 크게 축하하고 싶다. 이번 수상이 있기 까지 중요한 공적 자체도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모아 이룬 결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농업은 과거 전통적 개념의 1차 산업이 아니라, '생명산업'이며, 울주의 정체성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산업이다. 군수로 일해오는 동안 이 신념을 갖고 축산업을 비롯한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을 다해왔다고 자부한다.

 특히 이번에 상을 타게 된 주요 내용인 '조사료 자급자족 100% 달성'은 울주를 넘어 우리나라 농업 사상 유례없는 성과였다.

 지금 우리나라 축산농가들은 FTA와 국제 곡물가 폭등, 소값 하락 등 갖가지 악재와 장벽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다. 우리 군은 이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판단 아래, 지역 축산 농가와 함께 지난 2009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조사료 증산 및 자급자족 사업을 펼쳐왔다.

 그 결과, 당초 목표였던 3,000㏊보다 더 많은 양의 조사료 재배지를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를 자축하기 위해 올해 5월 군민 모두와 함께 '달성 선포식'도 가진 바 있다.

 자급률 100% 달성은 여러 가지 의미와 유익이 있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과 지시에 의한 사업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의 건의'에 의해 출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지난 2009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자는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재한 전국 자치단체장 국정설명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위기에 처한 축산농가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경영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조사료 자급자족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리 군이 직접 실천해 보일테니 증산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

 정부는 예산 지원을 즉각 결정했고, 우리 군도 곧바로 조사료 증산 5개년 계획을 수립해, 겨울철 유휴농지를 활용해서 청보리와 옥수수 호밀 등을 재배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축산농가들의 반응이 처음부터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사료를 사서 먹이는 손쉬운 방법에 익숙해져있던 지역 축산 농가들이 농사를 짓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울주 공무원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설득에 농가들이 하나 둘 참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민·관이 힘을 모은 결과 사업을 추진하기 전인 2008년에 불과 300㏊에 불과했던 재배면적이 5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놀라운 결과를 거뒀다.

 조사료 자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먼저는, 축산 농가 경영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사료값을 줄여 안정적인 경영 속에서 소득을 증대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겨울에 그냥 비워져 있는 논밭이 사시사철 푸르게 됐으니 경관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공기도 한층 더 맑고 깨끗해지고 있다. 사료작물 재배를 위한 새 일자리도 창출되고 있다.

 또, 우리 군에서 자체 재배한 양질의 조사료를 제공함으로써, 더욱 더 우수한 품질의 한우가 지역에서 생산될 수 있게 됐다. 전국 유일의 먹거리특구인 '언양·봉계 한우불고기특구'가 있는 우리 군으로서 크나큰 강점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조사료 자급률 달성과 수상의 영예를 통해 필자와 우리 군민들은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 

 그 어떤 벽도 밀면 문이 된다. 장벽이 있다고 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면, 그 벽은 그저 계속 벽일 뿐이다. 비록 느리더라도, 우직하게 다함께 힘을 모아 밀어 나가면 그 벽은 결국 미래로 나아가는 문이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몸소 배운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다시 시작이다. 직접 이뤄봤으니 다음 사업에는 더 큰 자신감과 함께 그 실천에도 가속도를 낼 수 있으리라.

 지난 5년 동안의 조사료 증산 사업이 귀한 상으로 되돌아왔지만, 소중하게 거둔 이 '열매'는 다음 꽃을 피우고 결실을 거두기 위한 씨앗으로 다시 뿌려야 한다. '생명산업'인 농업에 쏟아나갈 우리의 땀은 우리와 우리 후손들에게 더 귀한 생명으로 반드시 되돌아올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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