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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추를 40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1974년 10월 14일 서울 무역회관 대회의실. 산업단지개발공사(현 한국수자원공사) 주관으로 열린 '임해공업단지 조성에 관한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국 항만발전사에서 울산항이 차지하는 위상에 관한 의미 있는 발표가 있었다. 울산항은 항만이 무역의 증진 뿐 아니라 임해성 산업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새로운 추세를 입증해 준 모델이라는 평가가 제시됐다.

    당시 발표자였던 김동휘 산업단지개발공사 이사는 "10년 전(1964년) 2만 톤급 선박접안용 제1부두(현 본항 제4부두)의 착공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임해공단과 관련해서 항만을 건설하는 사고의 표현"이라고 규정한 뒤, "3년 후 이 부두의 완공은 그 때까지 버림받아온 울산만 일대의 구릉지대를 현대적인 공업단지로 바꾸어놓은 계기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기점으로 울산항은 이용 수요와 물동량이 급증함에 따라 부두 건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2013년 9월 25일. 울산항은 이날로 개항 50년을 맞는다. 지난 50년, 울산항은 그야말로 '진격의 50년'이었다. 외형상으로는 본항, 온산항, 미포항의 3개 권역에 선박 107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대형 항만으로 성장했다.

 연간 2만 5,000여 척의 내·외항선이 입항해  2억 톤에 육박하는(2012년 1억 9,697만 톤) 화물을 싣고 내리고 있으며, 특히 이 가운데 원유 및 석유류, 석유정제품, 화학공업생산품 등 액체화물은 1억 5,800톤에 달해 동북아 최대의 액체화물 특화항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울산항을 통한 수출입은 2012년 금액 기준으로 1,624억 9,000달러로, 전국 항만 수출입의 19.5%에 달했다.

 울산항 배후의 울산미포, 온산 등 2개 국가산업단지의 생산액은 2012년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어 207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울산항을 빼놓고서는 울산경제는 물론 한국경제를 논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40년 전 국제학술대회 발표에서 나타난 그대로 '항만'과 '임해성 산업'의 공존이 가져온 파생효과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임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울산항은 지금, 여태까지의 양적 성장을 발판으로 새로운 질적 성장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울산항 개항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인 오일허브항만 조성사업이 바로 그것. 이르면 11월 오일허브 1단계 북측사업지구 하부 기반시설(부두 안벽 등) 건설사업에 대한 착공을 시작으로 오는 2020년까지 울산항을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대 역사가 추진된다.

 하부 기반시설은 울산항만공사가 개발하여 상부 액체화물 저장시설 사업자에게 임대하고 상부시설은 울산항만공사, 한국석유공사 및 민간업체가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를 구성해 개발할 예정이다. 2016년까지 북측사업지구 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까지는 2단계 남측사업지구에 대한 조성도 끝낸다는 목표다.

 이렇게 볼 때 지난 50년은 국가경제발전을 선도해 온 기간 산업항만으로서 숨 가쁘게 달려온 시기였다면 앞으로 50년은 울산항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시기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울산항만공사가 <울산항 비전 2030>을 수립하면서 'Beyond Oil-Hub'를 비전으로 도출해 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울산항의 향후 50년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의 산물이다.

 울산항 개항 100년이 되는 먼 미래에, 오일허브항만에만 머물지 말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가는 나침반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도 울산항은, 울산항 배후의 산업단지와 함께 호흡하며 울산경제와 국가경제를 양과 질의 양 측면에서 이끌어 나가고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것이 바로 지천명(知天命)에 이른 울산항이 그려나가야 할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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