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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웅

이 마을 골목엔 귀신고래가 산다
담벼락 수면위로 뻐끔빠끔 숨을 내쉬며 산다
 
초라한 벽화로 출렁이는 물보라 위로
작살 맞은 듯 7월의 바다는 신화처럼 끓고
아이들은 할아버지 흉내를 내며 고래 떼를 쫓고 있다
담배 연기를 연신 뿜어대는 할아버지의 바다는
물을 뿜어대며 헤엄치는 고래 떼 형상이다  
고래잡이 금지령이 내려진 후
장생포 포경선보다 먼저 녹슨 황씨 할아버지
이곳 신화마을에 이주해 어언 귀신고래를 닮아 있다
할망구 없이 살아도 고래 없이는 살 수 없다며
밤마다 술고래로 절은 혓바닥은 날렵한 작살이 된다 
아이들은 아기고래 몸짓으로 푸후후 하며 골목을 헤엄치다  
고래가 사는 집으로 총총 들어가버린다
한때 포경재개 소문에 들뜨게 했던 황씨
가끔 침몰하는 귀신고래에 놀라 잠을 깰 때는
작살대신 하얀 연기로 고래 몰이를 하곤 한단다
 
장생포에서 비릿한 해풍이 불어 올 때면 
신화마을 골목엔 고래의 전설이 퍼덕이고 
할아버지의 심장은 벽을 타고 출렁인다


■시작노트
30여 년 전 밀양에서 울산으로 취업 온 후 맨 먼저 놀러 간 곳이 친분이 있는 장생포 양죽이었다. 당시 포경선을 탓던 친구의 부친은 작살 대신 포장마차에서 회를 뜨고 있었다. 얼마 후 장생포항 개발로 여천 공단 입구의 신화 마을로 이주했다는 소문만 들었다. 지난 여름 골목 벽화로 유명한 신화마을에 들렀다 물보라를 치며 벽을 타고 유영하는 고래떼를 보며 친구의 부친이 떠 올랐다 골목을 뛰어 노는 아이들과 자리를 펴고 앉아있는 노인들의 꿈이 저 벽화에 붙박혀 있는 것 같았다.

▶약력/밀양출생, LG화학근무, '울산문학'신인상, 울산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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