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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부분의 꽃들은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거나,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전설은 꽃말을 만들어 꽃과 함께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꽃무릇의 꽃말은 '슬픈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하며 그 전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다음과 같다.
 

 『옛날 어여쁜 처녀가 절에 불공을 드리기 위해 갔는데, 그 절의 젊은 스님이 처녀를 보고 한눈에 연정을 느꼈지만 처녀는 그것도 모르고 불공을 다 드리고는 집으로 돌아가자 그만 그 스님은 상사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 후 스님의 무덤에는 가녀린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은 잎이 다 떨어져야 꽃이 피어 결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그런 꽃을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이라고 해 흔히 상사화(相思花)라고 한다. 그런 이야기 때문에 꽃들은 주로 절 주위에 많이 피어 있다.      
 

 이제 상사화의 일종인 꽃무릇을 보려면 굳이 먼 길을 갈 필요가 없다. 대나무에서 나오는 음이온과 태화강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가을 바람을 느끼며 아름답게 핀 꽃무릇을 볼 수 있는 곳이 우리 고장에 생겼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지난 3월에 꽃무릇을 태화강대공원에 있는 만회정 주변 대나무 숲에 1만 5,000여 포기를 식재하였는데 그 꽃들이 추석을 전후해 개화를 시작했다.
 

 추석이 지난 다음날 아침, 자전거를 타고 꽃무릇을 찾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따라가다 보니 여기저기서 물위로 뛰는 누치와 송어 등의 물고기가 보여 태화강의 수질이 좋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고, 가을의 전령인 코스모스가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렸다. 강변의 넓은 운동장에는 공차는 사람, 달리는 사람, 산책을 하는 이, 자전거를 타는 이 등으로 모두들 활기찬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꽃무릇은 옮겨 심으면 그해에는 꽃을 보기가 조금 어려우며 그 다음 해에는 절반 쯤 피고, 겨울을 두 번 지나면 대부분 개화를 하는 것이 보통이나 태화강대공원에 식재한 꽃무릇은 자생여건이 좋아 바로 꽃을 피우고 있다. 
 

 꽃송이에는 꽃만 피어 있다. 이미 잎은 저버린 것이다. 그런 연유로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꽃들을 상사화라고 한 것이다. 비록 한 포기에서 자라도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꽃무릇을 보면서 그런 꽃보다 더 슬픈 일들이 우리에게도 흔히 일어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남북한 적십자사는 추석을 앞두고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하고 남측 상봉단 96명, 북측 상봉단 100명으로 정해 헤어진 가족들이 서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60여 년 전에 헤어진 남동생·여동생, 북에 두고 온 딸·아들 등 반드시 만나야 할 가족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아직까지 살아 있었음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흘러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가여운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그러니 이산상봉을 하게 된 이산가족들에게는 로또 당첨보다 더 기쁜 일이다. 울산에도 상봉 대상자로 확정된 할아버지가 있는데, 그분은 65년 전에 헤어진 여동생을 만날 생각에 잠을 못 이룰 뿐만 아니라 혹시 여동생이 자신을 못 알아볼까 걱정을 하며 금강산에서 동생을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북한은 갑자기 상봉행사를 나흘 앞두고 일방적으로 연기를 해 이산가족들은 그저 망연자실하고 있을 뿐이다.
 

 꽃무릇의 만개 소식과 함께 찾아온 이산가족의 상봉 소식은 분단 후 60년이 지나 대부분이 고령인 이산가족들에게 참으로 기쁜 소식이었지만 그 기쁜 소식의 연기로 인해 또 다시 좌절하는 이산가족을 생각해 보니 꽃무릇은 비록 서로 만나지는 못하지만 꽃과 잎은 한 꽃대에 피어 서로를 생각할 수 있지만 한 몸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는 서로 볼 수가 없는 이산가족의 고통이 내 가슴을 때린다.
 

 꽃무릇의 꽃은 내년에는 더 아름답게 피지만 여동생을 기다리는 할아버지는 내일을 기약할 수가 없다. 북한은 이런 안타까운 할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조속히 이산가족을 서로 만나게 하여야 한다. 그것만이 상사병에 걸린 환자를 살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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