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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컴퓨팅에 의해 구축된 집단지성이 비로소 소셜 미디어를 만날 때 그 파급효과가 증폭된다. 소셜 컴퓨팅 과정에서 구축된 아젠다와 이야기는 바로 내 이야기로 다가오고 나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드림 캐처'는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메시지가 완성됐다. 그의 공약 하나 하나는 수많은 정보들을 입수해 다듬고 깎고 평가한 결과였다. 동시에 소셜 미디어에 회자되는 정보는 사건의 징조와 예측을 가능하게 만든다.

    한 예로 HP는 트위터상에서 회자되는 특정 영화에 대한 코멘트로부터 그 영화의 매출을 금융기관이 주가로 예측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 싫다, 좋다, 지루하다와 같은 감정의 톤(tone)들을 성별, 계층별, 인종별로 매칭시키고 리트윗하는 정도를 분석해 보면 일정한 패턴이 등장하고 이 패턴 비교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방법이다. 이것을 흔히 빅 데이터 분석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데이터 분석이 시각적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빅 데이터 분석의 한 예로 IBM은 2010년에 다양한 서비스를 행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48시간 동안 협력하게 하면 어떤 서비스가 새로이 생겨날 것인지를 테스트하는'Service jam' 행사를 개최했다. IBM은 사전에 이 행사에 대한 5,860개의 의견을 트위터를 통해 받았고 이를 데이터 마이닝기법의 비정형 데이터 분석으로 추출한 결과, '자원봉사자 관리' '서비스문화 육성' '지식 공유' 등과 같은 8개의 테마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서비스를 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 8개의 테마가 주요한 이슈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정보였다. 이 결과는 새누리당이 정책을 개발할 때 그것에 관여하는 테마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정책이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되거나 수용되는 정도 그리고 긍정과 부정의 강도가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따라서 빅 데이터를 통한 소셜 컴퓨팅을 거치지 않은 정책은 임팩트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야심차게 영유아 무상보육정책을 발표했음에도 그 반응이 심드렁했던 이유는 바로 이 무상보육에 관여하고 있는 테마들을 정책에 녹이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유아복지시설의 낙후'라는 중요한 테마가 빠진 무상보육은 실수요자들에게 임팩트가 적었던 것이다.

 과거 정치와 사회의 제문제들은 주로 지배 엘리트들의 판단에 의해 결정돼 밑으로 하달됐다. 엘리트일수록 그 사회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많았기에 이는 어떤 면에서는 타당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시민이라면 전문가 못지 않은 지식을 전문 사이트로부터 인용하고 전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다시 말해'지식'의 유통자들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마치 개미집을 짓는 개미들의 무리를 연상케 한다. 권위에 의한 지식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디지털 세상에서 권위는 가치로 대체되고 그 가치를 중심으로 지식들이 집합된다.

 그 결과 집단지성으로 구축된 개미탑은 다시 그 개미들의 소유가 된다. 디지털적 성찰이 새로운 가치 집단들 만들어 내는 것이며 무엇이 옳고 그른가는 이제 포스트모던 철학자 부르디외가 말한 '입장'만 남았을 뿐, 객관 저 너머의 것이 돼 버렸다.

    어떤 가치의 기준에서 바라보는가로 집단화되는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독립된 개인이란 마치 무리에서 이탈한 개미와 같은 나약한 존재는 아닐까. 그것은 과거의 파시즘이나 전체주의와는 또 다른 장면이다. 그것들에게는 반지성을 증명할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다가오는 디지털 집단지성의 세계는 언제든 오류가 수정되고 반박되며 재구축되는 열린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권위에 의지해 오늘을 살고 있는 보수는 이러한 집단지성에 적응할 수 있는가. 그리고 선도적으로 구축해 낼 수 있는가. 대한민국 보수는 자기 혁신의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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