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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골산 숲 사이로 흐르는 바람소리.
동축사 새벽종소리, 마골산 숲 사이로 흐르는 바람소리, 옥류천 계곡 물소리, 현대중공업 엔진소리, 신조선 출항 뱃고동소리, 울기등대 무산소리, 대왕암 몽돌 물 흐르는 소리, 슬도 파도소리, 주전해변 몽돌 파도소리. 울산 동구가 지정한 '소리9경'이다. 지자체에서 이처럼 소리를 테마로 관광자원을 개발해 선보인 경우는 처음이다. 보고, 맛보고, 만지지 않더라도 눈앞에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자연의 소리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

   
▲ 대왕암 몽돌 물 흐르는 소리.
#지자체 최초 소리 테마 관광자원 개발
마골산에서는 수천 년 전 통일을 위해 인도 대륙 곳곳을 거침없이 내 달리던 아쇼카왕의 거친 숨소리를 담아내던 범종소리를 통해 지역의 역사를 유추할 수 있다. 대왕암공원에서는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문무대왕을 내조하고, 죽어서는 동해의 호국용으로 변한 문무대왕비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 공장 안에서 들리는 망치소리에는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끌어 온 강인한 울산 사람들의 땀 냄새가 배어있다. 또 방어진 끝자락 슬도의 파도소리에는 수백만 년 전 수백 수천만의 조개들이 파내려간 처절한 몸짓들이 거문고 소리로 되살아난다. 이 아홉 가지의 소리를 들어보면 울산 동구를 비로소 이해하고 가슴깊이 새길 수 있다.

   
▲ 동축사 새벽종소리.
#동축사 새벽종소리
'뎅~뎅~뎅'
 해가 아직 뜨지 않은 새벽, 마골산 관일대 바위 언저리에 다소곳이 숨어 있는 동축사에서 새벽 예불을 드리기 위한 범종소리가 산천초목 사이사이에 울려 퍼진다. 여명을 부르는 종소리는 새벽 공기만큼이나 맑고 깨끗하다.


 동축사는 신라 진흥왕 30년(569)에서 35년(574) 사이에 창건한 고찰로 여러 차례 중수하면서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 온 신라의 불국토사상이 반영된 성지이다. 신라 진흥왕과 인도 아쇼카왕의 정신적 만남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아쇼카왕이 배에 실어 보낸 석가삼존불의 모형을 봉안하기 위해 세운 사찰이라는 연기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마골산 숲 사이로 흐르는 바람소리
마골산 동축사 정상의 관일대는 섬암이라 하여 동축사의 종소리와 함께 해뜨는 동해바다를 조망할 수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쏴아아아' 숲을 흔들고 가는 바람의 소리와 산새 지저귀는 소리, 풀벌레 소리 등 온갖 자연의 소리가 함께 마음속을 파고 든다. 마골산 숲의 바람소리는 청정 동구를 상징하는 소리다.

   
▲ 옥류천 계곡 물소리.
#옥류천 계곡 물소리
마골산 계곡을 타고 흐르는 맑고 청아한 물소리도 압권이다. 바위사이를 돌아 끝없이 흘러 미포만에 이르는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는 마치 옥구슬이 구르는 것 같다 하여 사람들은 옥동청류라 불렀다. 이 시냇물 소리는 한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 골짜기의 얼었던 시냇물이 흐를 때 절정에 달한다. 겨울잠을 자던 만물에 봄의 신호를 보내며 겨우내 듣기 힘들었던 자연의 소리가 우리의 귀까지 시원하게 뚫어놓기 때문이 아닐까.

#현대중공업 엔진소리·신조선 출항 뱃고동소리
마골산 남동쪽에 위치한 현대중공업은 1972년 울산의 작은 어촌 마을인 미포만에 정착했다. 이후 조선소는 우리나라의 발전과 함께 울산이 공업도시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자 동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됐다. 조선소 담장을 넘어 들려오는 엔진소리, 망치소리는 동구사람들의 심장 박동소리다. 이 소리에는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끌어 온 강인한 울산 사람들의 땀 냄새가 배어있고, 세계 최대 조선해양 도시로 성장한 동구 사람들의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다.

   
▲ 현대중공업 엔진소리.
#울기등대 무산소리
해무가 짙게 깔린 날 대왕암 송림에 둘러싸인 울기등대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다.
 또 해무가 낀 날 깊은 정적을 헤치고 들려오는 울기등대의 무산소리는 천상에서 들려오는 구원의 소리인 듯 깊은 여운을 남긴다.


 동해안의 등대 역사는 1906년 3월, 높이 6m의 백색 팔각형 등탑 모양의 울기등대가 세워지면서 시작됐다. 울기등대는 러일전쟁이 한창이던 1905년 일제가 염포산과 울산만을 등진 채 뾰족하게 뻗어 나간 곳에 목재로 높이 6.1m의 등대를 세운다. 울기(蔚崎)등대는 울산의 끝이라는 뜻이다. 주변의 울창한 해송에 가려져 제구실을 못한 등대는 1987년 높이 24m의 새 등대가 건립돼 오늘에 이른다. 울기등대는 그 역사성과 아름다움으로 인해 지난 2007년 국토해양부의 아름다운 등대 16선 및 등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 신조선 출항 뱃고동소리.
#대왕암 몽돌 물 흐르는 소리
울기등대가 있는 대왕암공원 아래에 위치한 해안에는 오랜 시간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몽돌이 있다. '차르르륵',  '타르르륵' 몽돌끼리의 부딪히는 소리와 그 사이 바닷물이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호국룡이 되기위해 대왕암에 잠들어 있다는 문무대왕의 왕비가 외롭지 않도록 재잘대는 것처럼.
 몽돌해변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서 보이는 대왕암은 아름다우면서도 장엄하다.

#슬도 파도소리
대왕암에서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자그마한 무인등대가 솟은 작은 섬이 있다. 이 섬이 방어진항에 붙어 있는 슬도다.


   
▲ 울기등대 무산소리.
 방파제 공사로 육지와 연결된 슬도는 직경 2~10㎝까지 다양한 백이십만개의 작은 구멍이 뚫려있다. 이 구멍들은 석공조개의 일종인 돌맛조개의 작품이다. 이 구멍으로 바닷물이 드나들 때 마다 거문고를 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슬도라 불린다. 이 소리가 바로 '슬도명파'다.


 등대에 오르면 정면으로 방어진항과 시가지, 좌측으로 울산항과 화암추등대 전경이 압권이다. 슬도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슬도 앞에 펼쳐진 광활한 바다, 시원한 바람, 슬도에 몰아치는 파도의 소리까지.


 슬도를 가슴에 담고 돌아서 나가면 슬도 인근에서 해초를 따는 해녀 뒤로 방어진항과 고층 아파트가 어우러진 풍광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주전해변 몽돌 파도소리
울산12경중의 하나인 주전 해안은 동해안을 따라 1.5km의 해안에 직경 3~6cm의 새알같이 둥글고 작은 까만 자갈(몽돌)이 길게 늘어져 절경을 이룬다.


   
▲ 주전해변 몽돌 파도소리.
 이 해안가를 따라 걸으면 몽돌에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가히 기가 막힌다. '차르르르르르' 하는 소리가 대왕암 공원 해변의 몽돌과는 느낌이 다르다. 좀 더 차분하고 몽환적이다. 마치 엄마가 불러주는 자장가처럼.


 동구는 '소리9경'을 고스란히 담을 소리체험관은 오는 2015년 1월 문을 여는 등 관광사업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열린 처용문화제 동안 동구는 동구의 소리 콘서트를 시민들에 선보였고, 오는 13일 오후 4시부터 슬도의 파도소리와 함께 생황독주, 국악가요 등 슬도예술제를 개최한다. 시원한 가을, 동구에서 들려오는 이 아름다운 소리를 찾아가는 여행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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