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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성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으니
멈추는 곳이 와온(臥溫)이다
일방통행으로 걷는 길 바람만이 스쳐갈 뿐
오래전 낡은 옷을 벗어놓고 길을 떠났던 사람들의 곁을 지나서
해국 앞에서도 멈추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바람이 비단 실에 묶여서 휘청거리는
바람의 집으로 들어선다
눈가에 맺힌 눈물 읽으려고
나를 오래 바라봤던 사람이여
그 눈빛만으로도 눈부셨던 시간
실타래 속으로 밀어 넣는다
흔들리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다
흘러가버린 시간의 날줄에 걸쳐 있는
비릿한 추억, 삼키면 울컥 심장이 울리는 떨림
엮어서 갈비뼈에 걸어 놓는다
휘발성의 사소한 상처는
꼭꼭 밟아서 날아가지 못하게 하고
너무 깊은 상처는 흩어지게 펼쳐 놓는다
소용돌이치는 바람의 집
네 가슴 한껏 열고 들어가서
뜨거운 기억 한 두릅에
그대로 엮이고 싶은 날이다


■ 시작노트
따스하게 눕고 싶은 '와온'은 순천만 바닷가의 마을이다. 세상의 모든 바람이 비단 실에 묶여서 휘청거리는 바람의 집, 네 가슴 한껏 열고 들어가서 뜨거운 기억 한 두릅에 그대로 엮이고 싶은 날 없었던가. 나를 오래 바라봤던 사람이여 그 눈빛만으로도 눈부셨던 시간 실타래 속으로 밀어 넣는다.
▶전북 고창 출생. 2011년 『미네르바』 등단. 2010년 시집 『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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