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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깃의 사랑이여!'는 제32회 울산시립무용단 정기공연의 테마이다. 흑깃은 매년 겨울철 울산을 찾는 진객 떼까마귀, 백깃은 여름철새 백로의 각각 상징적 표현이다. 흑백 깃의 사랑이여는 울산 삼호대숲 자연조류생태를 바탕으로 창작된 세계최초, 우리나라 최초로 울산시립무용단에 의해 초연될 작품이다. 최초의 작품이 실현될 수 있었던 바탕은 삼호대숲이 세계적으로 유일한 백로와 떼까마귀가 공존하는 잠자리생태환경이 존재하기에 가능하다. 태화(太和)로 승화는 다문화, 긍부정, 흑백 이념 등 이질적이며 상대적인 것의 융화로 큰 화합의 장을 통한 전진을 희망하는 말이다.

 그동안 지방에서 운영되는 도·시립무용단의 창작활동은 지역적 소재를 바탕으로 한 독창적 작품을 발굴하기보다는 중앙무대에서 공연된 공연물을 간간히 모방 혹은 수정 재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울산시립무용단은 그동안 처용의 북소리, 울뫼의 땅, 처용랑 등 지역의 독창적 설화, 전설 등을 소재로 한 창작작품에 많은 노력을 했다. 특히 5대 김상덕(안무자 및 예술감독) 부임이후 울산에 상주하면서 'A.D 암각화' 와 '흑백 깃의 사랑이여' 등 울산지역의 독창적 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타 지역 무용단의 좋은 선례의 귀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백깃의 백로는 지난 8월 중순 최대 7,000여마리가 조사된 이후 점차 남하하여 18일 아직도 200여 마리가 남아있다. 흑깃의 떼까마귀도 지난 15일에 올해 첫 관찰했다.
 15일 6시 5분쯤 어둠속 삼호대숲에서 간헐적으로 새어나오는 떼까마귀의 속삭임을 들었다. 이어서 5마리가 삼호대숲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15일 48마리, 16일 197마리, 17일 361마리, 18일 528마리 등 점차 증가하고 있다. 요즈음 삼호대숲의 여명은 백로와 떼까마귀의 흑백깃의 사랑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백로와 떼까마귀의 종은 각각 황새목 백로과와 참새목 까마귀과로 분류된다.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물새인 백로와 초원과 논밭에서 낙곡, 풀씨를 주식으로 하는 떼까마귀는 긴 부리의 백로와 짧은 부리의 떼까마귀로도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여름과 겨울새, 백로와 떼까마귀의 이름, 흰 깃과 검은 깃새 등 다양한 이미지로도 구별이 가능하다. 남쪽과 북쪽의 도래새, 물가와 논밭의 관찰새 등에서도 뚜렷이 구별된다. 한편 세력권과 행동권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지도 않는다.

 서식에서도 확연히 구별된다. 백로는 몸이 온통 흰 깃이다. 반면 떼까마귀는 검은 깃이다. 백로는 주로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서식하며 봄에 번식 및 여름을 보내기위해 우리나라를 찾게 된다. 번식은 여름철새이기에 태양의 강열한 빛을 반사시키 몸을 보호하기위해 흰깃으로 진화했다면 반대로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는 햇빛을 효율적으로 흡수하기위해 검은 깃으로 진화했다고 할 수 있다.
 백로과 조류는 부리, 목, 다리가 길다. 이러한 몸형태는 깊이 있는 물에서 미끄럽고 움직임이 빠른 물고기를 재빠르게 잡기위한 서식환경에 맞게 진화됐다.

 울산을 찾는 백로와 떼까마귀의 번식과 월동생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두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하나는 같은 삼호대숲을 번식지와 월동지로 각각 삼는것이며, 다른 하나는 소수의 개체이기는 하지만 월동개체의 백로와 떼까마귀가 삼호대숲에서 함께 잠자리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두 가지 특이한 현상은 현재까지 관찰된 우리나라 백로류의 번식지 174개중 유일하다.
 백로는 먹이를 주로 습지에서 찾기 때문에 먹이 공급원인 습지가 넓게 발달되고 건강하게 보호되지 않으면 결코 오지 않는다.

 참새목의 까마귀는 검은 색이 기분 나쁘다, 죽음을 예고한다, 울음소리가 불길하다, 반포지효의 효자새, 태양의 상징 금오 등 인간중심 혹은 민족 정서의 인문학적으로 다소 긍부정의 오해가 있지만 자연과학의 서식 환경적으로 접근하면 흥미로운 새이다. 그런데 항상 답습되는 것은 텃새인 큰부리까마귀와 철새인 떼까마귀를 구분하지 못해서 오는 오해이다. 큰부리까마귀는 몸의 크기와 식성에서도 떼까마귀와 차이가 있다. 잡식인 큰부리까마귀와 주로 낙곡이 주식인 떼까마귀는 행동권이 다르다. 큰부리까마귀가 고속도로 혹은 지방도로위에서 관찰된다면 분면 그곳에는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속도로순찰대 요원이 출동하기 전에 큰부리까마귀는 사체처리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떼까마귀 역시 매년 낙곡을 소화시켜 수톤의 거름을 논과 밭에 남겨두고 가는 셈이다. 자연생태와의 공존은 노력하는 지역민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가치이다. 이제 울산시민만이라도 답습된 인문학적 편견의 오해에서 벗어나 자연과학적 접근으로 떼까마귀의 200일가량 월동을 도와주었으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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