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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 콘서트'란 영화가 있었다.
   영화 보다 오히려 영화음악이 우리들 귀에 익숙해져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연주회를 지켜보며 여자 주인공이 죽어간다.
   그래서 마지막이란 제목을 달았던 것 같다. 이제 더 넘길 달력도 없는 한해의 마지막에 서 있다. 자연 망년회ㆍ송년회 자리가 많은 달이다.
   망년회ㆍ송년회 장소로 울산시향의 라스트콘서트가 열리는 문화예술회관으로 정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로 여겨진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마시고 취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취기의 평준화를 위해 몇 잔의 폭탄주를 돌리고, 노래방에 가서는 남의 노래는 듣지도 않고 제 노래 찾기에 분주했던 과거의 문화를 바꾸어 보는 것이다.
   대기업 회식의 패로다임이 연극공연장, 극장 등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미리 몇 일전 날짜를 공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람을 마치고는 가까운 생맥주집에서 공연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교환하고 내일을 위해 미련 없이 헤어진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아날로그시대 문화는 더 이상 없다. 세계 최고의 아이티 강국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산업수도 울산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부산 대전 대구의 문화예술회관을 다 가보아도 울산보다 나은 곳이 없다. 울산 어디에서든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주차에 어려움도 없다.
   울산시향의 연주 기량 또한 이들 도시에 뒤지지 않는다. 맥주 두세 병 값의 입장료를 내면 포근하고 안락한 의자에 앉아 중세 귀족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다 울산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곳에서 연주곡을 듣다보면 한 해가 간다고 아쉬워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망년회ㆍ송년회가 부질없음을 알게 된다. 이곳에서 일, 이년은 세월도 아니기 때문이다. 바흐와 헨델이 활약했던 바로크시대부터 리스트ㆍ브람스로 대표되는 후기 낭만주의 음악까지 세기를 넘나들기 예사다. 그야말로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음악에 대해 많이 알 필요도, 그렇다고 잘들을 필요도 없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고 적당히 졸아도 좋을 일이다.
   좋다가 운 좋게 앵콜곡으로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나 '헝가리무곡'을 듣고 놀라 일어나도 된다. 박수는 이때쯤 치면 된다.
   연주회 최대의 난제가 바로 박수를 보낼 대목선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나오면서 족히 몇 십 년은 하나의 악기를 가지고 시름했을 연주자들의 다음 연주회 팜플렛을 가지고 다음 연주회를 기다리는 것이다.
   문화예술회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이곳을 스쳐 지나가는 보직쯤으로 생각하지 말고 울산시민의 문화ㆍ예술의 진정한 산실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 개발에 시간을 아끼지 말기를 바란다.
울산시민의 가슴에 문화의 꽃을 심는다는 각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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