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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성곽의 도시'라 불릴만큼 관문성, 언양읍성, 병영성, 개운포성, 서생포왜성 등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성곽들을 갖고 있다. 울산은 해안을 통한 교류와 해상교통의 요충지였으며, 국토방위상 중요한 군사거점이 되어 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 중 울산 경상좌도 병영성은 구시가지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언제라도 찾아가 볼 수 있는 울산의 대표적 성곽유적으로 조선시대 말까지 경상좌도 병마절도사가 근무하던 도(道)단위 최고 군사시설이었다. 병영성이 축성된 시점은 조선 태종 17년인 1417년. 1894년까지 무려 500년 가까이 존속된 경상좌도 병마절도사의 영성으로 가치가 높아 1987년 7월 사적 제320호로 지정됐다. 병영성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같은 장소를 거쳐 간 수많은 울산사람, 병영사람들의 흔적이 여기 이 공간 위에 겹겹이 쌓여 현재진행형의 층위를 이루고 있다. 조선시대 우리선조들이 성루화각(城樓畵角)이라 하여 울산의 8경 중 하나로 뽑았던 이 성곽 길에서 그들의 희로애락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역사책보다 더 강렬한 역사가 되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 북문지 일대 중심 복원·정비사업

   
▲ 병영성 일곽을 둘러보며 우리 선조들의 걸어온 발자취와 그 시대의 현실을 공감 할수 있는 역사문화탐방로로 이어지는 '울산 경상좌도 병영성'. 옛 동문 자리인 동문지에 오르면 무룡산과 동대산, 북구, 울산공항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유은경기자 usyek@
병영성은 조선시대 지방군 최고의 군사지휘기관이며 군사요충지로 외침을 막고 국토를 지키려고 했던 고달픈 삶을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항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경상좌도 병영성은 해발 45m 이하의 낮은 구릉을 이용해 골짜기를 두른 타원형의 성이다. 초기에는 성벽 위에서 담처럼 생겨 몸을 숨긴 채 총이나 활을 쏘는 시설인 여장을 비롯한 기본적인 시설만 갖췄다.

 

500년 가까이 존속 울산 대표 성곽 사적지로 지정
병영주민 지지 힘입어 탐방산책로 조성 등 복원 한창
현재 북문지·동문지 일부 완료 울산 북구 한눈에 조망
산전샘~북문지 탐방로 속 숨겨진 골목길 걷는 묘미도



그 후 세종 때에 이르러 국방력 강화를 위해 성을 보호하고 공격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옹성, 적대, 해자 등 여러 시설을 설치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성 둘레는 9,316척, 높이 12척 규모였다.


 현재 병영초등학교는 경상좌병영의 핵심시설이 있는 곳으로 중앙에는 장수급 지휘관의 근무처가, 학교 언덕 아래 남쪽에는 하급군관이나 병졸이 근무하던 시설이 있었다.


   
▲ 북문지 일대를 중심으로 병영성이 복원·정비되고 있어 선선한 가을바람과 푸른잔디가 길게 뻗은 성곽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후 병영성은 수많은 부침이 있었다. 임진왜란 때 가등청정(加藤淸正)이 울산왜성을 축조하면서 병영성 성벽의 성돌을 옮겨갔고, 또 해방이후 성터에 민가가 들어서면서 성터는 경작지로 개간됐으며, 대단위 아파트와 주택이 밀집되면서 성은 훼손됐다. 뿐만 아니라 도시개발에 밀려 도심지역에 입지한 병영성은 개발을 제한하는 장애요인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최근 병영성은 북문지 일대를 중심으로 성벽 잔존구간 보존과 추가 훼손 방지, 그리고 성곽을 활용한 탐방 산책로 조성 등 우리 생활공간과 자연스럽게 조화될 수 있도록 복원, 정비되고 있다.


 병영성 정비에는 병영사람들의 역할이 컸다. 병영성은 1996년 종합정비계획에 따라 모두 182억원을  들여 성곽 정비와 주민편의시설 등이 설치됐으나 아직까지 주변 정비가 완료되지 않았다. 병영사람들은 '병영성을 가꾸는 사람들'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오는 2017년까지 병영성 정비가 완료될 수 있도록 시민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무수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

   
▲ 돌계단을 따라 산전샘으로 이어지는 동문지.
병영길은 무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곽길을 거닐다 성안으로 내려오면 외솔 최현배 선생 생가와 기념관, 고복수 선생의 자취를 만날 수 있고, 병영 3.1만세운동의 역사적 현장인 병영초등학교와 병영시장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병영사람들이 있다.


 푸른 잔디로 뒤덮힌 병영성은 현재 북문지와 동문지 일부가 복원돼 성곽 위를 오를 수 있다. 북문지에 오르면 멀리 무룡산과 동대산, 북구, 울산공항이 한 눈에 들어오고 남구 삼산까지도 조망이 가능하다.


 복원된 성곽 길을 따라 거닐면 동쪽으로는 동문지를 통해 산전샘으로, 서쪽으로 서문지 발굴현장까지 갈 수 있다. 동문지 위에서는 병영교회 지붕 위로 내려앉은 성안동이 무척 가까워 보인다. 나지막하지만 야경도 아름답다.


 병영성은 동편의 동천과 태화강이 만나는 함수부를 조망할 수 있는 요충지에 있다. 현재는 아파트들로 인해 직접 조망이 되지 않지만, 이 함수부는 신라 최대의 국제항으로 추정되는 반구유적이 발견됐다. 요충지임을 뒷받침하고 있는 요소다. 동천을 내려다보면 지금도 동천 뱃길을 따라 서라벌로 올라가는 아라비아 상인의 모습이 쉽게 상상된다.


 병영성 내부에는 전통과 현재가 남아있는 골목길이 존속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그것의 역사성 뿐만 아니라 휼륭한 문화적 자산이자 스토리텔링이 되고 있다.


   
▲ 병영성 역사문화탐방로에 위치한 외솔기념관.
 특히 울산 중구가 병영성 둘레와 외솔 기념관 등을 돌아볼 수 있도록 조성한 탐방로는 수려한 자연경관만 뽐내는 올레길과는 달리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골목길을 '느린 달팽이걸음'으로 음미할 수 있다.


 병영 산전샘 ~ 동문지 ~최현배 선생 기념관 ~ 북문지 등으로 연결된 탐방로는 병영성의 역사적 의미는 물론 병영사람들의 이야기를 몸으로 느끼며 걸을 수 있다. 외솔 생가·기념관부터 병영시장까지 볼거리가 넘치는데다, 푸른잔디가 길게 뻗은 성곽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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