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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개관한 대곡박물관은 위치, 대중교통의 열악 등 접근성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근년에 들어 울산대곡박물관(관장 신형석)하면 제일먼저 떠올리는 단어가 왕성한 활동이다.

    '제1회 청소년을 위한 역사문화 강좌' '가족과 함께하는 어린이 체험학습' '아빠는 어릴 때 뭐 하면서 놀았어요?' '명랑토끼 만만세' '대곡천 유역 공룡 발굴 탐험대-대곡천 유역에 살았던 공룡 알기' '대곡천 유역은 도자기 생산지였다-오물조물 도자기 만들기' '대곡천을 방문한 신라 사부지갈문왕을 찾아서-연인과 함께 추억을' '서석곡(書石谷)에 온 신라 왕자-울주 천전리각석 답사와 나만의 각석 만들기' '울산 운흥사에서도 한지를 만들었다-생활 속 한지 용품 만들기' '가을맞이 허수아비 축제' '박물관에서 집 만들기-나도 건축가' 등 지속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이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특히 지속적인 어린이 체험학습 중심행사는 조손교육, 밥상머리교육 등이 부재인 핵가족 생활에서 자녀의 정서함양에 많은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또 어떤 기획전이 열릴지 매우 기대된다. 또한 '제1회 울산 태화강 유역 역사문화 알기-원효대사를 찾으러 왔다가 발견한 국보' '천주교의 큰 빛, 언양-구원을 찾아온 길' '울산 작천정에 꽃핀 문학' 등은 지역역사 중심인 점을 감안한다면 격높고 의미있는 전시로 생각된다.

 현재 울산 서부지역 불교문화의 모습을 조명하는 특별한 기획전시를 하고 있다.  내년 2월 26일까지 열리는 '울산 태화강과 만난 불교'이다. 많은 전시자료 중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끄는 용가(龍架)가 있다. 용가는 양쪽에 용두가 조각돼 있으며 배 부분에는 작은 방울이 달려있는 형태를 말한다.

    전시된 것은 가로 길이 148.8㎝에 전체 9개 중 5개의 작은 방울이 남아있는 석남사 출처의 용가이다. 청도 운문사·언양 석남사·영천 영지사·강화도 전등사 등 법당 대들보에도 용가가 있지만 사찰마다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용가의 용도는 모른다. 다만 구전하는 내용에서 짐작할 뿐이다.

 '악착동자 혹은 악착보살이 극락으로 가는 반야용선을 타기 전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하다가 시간이 지체돼 타지 못하자 용선에서 내려주는 밧줄을 붙잡고 극락으로 갔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는 용가가 있는 사찰에는 답습으로 구전되고 있다.

    악착동자라고 한 이름은 레슬링선수들이 근력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훈련하는 로프타기와 유사한 모습의 인형이 악착같이 밧줄을 잡고있는 모습에서 연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용가는 용선과 이용면에서 동일하지 않다. 용가는 용선과 달리 승선의 도구가 아니다.

    용가를 반야용선과 동일하게 보는 경향이 있으나 용선은 용머리와 용몸체 그리고 용꼬리 등 3부분이 분명하며 몸체는 탈 수 있는 공간으로 처리된다. 반면 용가는 좌우 각각 용머리를 장식한 것으로 긴 막대의 형태로 걸괘이다. 사찰에서 용선은 극락으로 가는 운송도구로 인식되며 용가는 용가대(龍架臺)로 일반적으로 금고(金鼓)를 매다는 용도로 나타나고 있어 서로 분명하게 구별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술한 스토리텔링은 설득력이 미흡하다하겠다.

 삼국유사 제5권 욱면비념불서승(郁面婢念佛西昇)조에는 용가의 형태와 법당 안 서쪽 대들보에 걸어둔 의미와 바탕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 향전(鄕傳)하는 여종 욱면의 이야기가 전한다. 인용하면 '마당 좌우에 긴 말뚝을 세우고 두 손바닥을 뚫어 노끈으로 꿰어 말뚝 위에 매어 놓고 합장해 좌우로 움직이면서 스스로 격려하였다. 그때 공중의 외침이 있어 욱면낭자는 법당에 들어가서 염불하라고 하였다.

    절의 대중이 이 소리를 듣고 여종에게 권하여 법당에 들어가 예에 따라 정진하게 되었다. 얼마 안 되어 하늘의 음악이 서쪽으로부터 들려오더니 여종이 솟구쳐 집 대들보를 뚫고 나갔다. 서쪽으로 가 교외에 이르러 형체를 버리고 진신(眞身)으로 변하여 연화대에 대광명을 발하면서 천천히 떠나가니 풍악소리가 공중에서 그치지 않았다.'

 내용에서 서쪽, 대들보, 하늘의 음악, 여종의 모습, 두 손바닥을 뚫은 노끈 등은 여종이 진신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본질과 현상의 잘못된 해석은 독창적 가치를 폄하하고 고유성도 잃게된다. 이런 관점에서 매귀악의 등광궐아대보살, 병영서낭치기의 기두가면, 마두희의 기운, 전화앵의 무삼과 가선, 학성과 울산학춤, 용녀의 성불과 처용 등 울산 문화의 가치를 도출시켜 시대적으로 활용해야한다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편 현상에서도 서쪽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울산대곡박물관이 서쪽에 있는 것도 '대곡박물관을 치유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며 그 역할을 부여한 관장의 말도 우연이 아니다. 또한 울산 서부지역 불교문화의 모습을 조명한 '울산 태화강과 만난 불교'에서 서쪽은 불교에서 말하는 치유의 세계 극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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