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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이 사랑한 작가 100인] 88. 정지아
누구의 시선도 받지 못한 약자의 삶 다루는 소설가
2013년 11월 21일 (목) 18:06:41 김은혜 ryusori3@ulsanpress.net

#작가소개
   
▲정지아 작가

1965년 전라남도 구례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 부모님의 삶을 소설로 옮긴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전 3권)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욤나무'가 당선됐고, 소설집 '행복'(2004)과 '봄빛'(2008)을 출간했다.
 단편소설 '풍경'으로 2006년 이효석문학상을, 소설집 '봄빛'으로 2008년 올해의 소설상과 2009년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고향인 구례에서 지내면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전공전담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에피소드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노약자, 중증 장애인, 이민 여성 등 취약계층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는 없단다. 그냥 그런 분들의 이야기가 작가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잘난 사람, 예쁜 사람, 돈 많은 사람들의 화려한 삶은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누구나 부러워하고 있는데, 누구의 시선도 받지 못한 쓸쓸한 삶에 더 마음이 쓰였다고 전한다.
 "나이 들어 보니 꼭 겨우 살아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화려하게 보이는 삶에도 반드시 아픔은 있더라고요. 누구에겐들 살아가기가 쉽겠어요. 살아 있는 한 고통이나 아픔, 슬픔은 피해갈 수 없죠. 어쩌면 아픔은 생명의 쌍둥이 형제인지도 모르지요."
 

 그녀의 작품에는 일상 속의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이야깃거리가 나온다. 정 작가의 일상 자체가 글의 소재다.
 "그야말로 일상에서요. 저 역시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친구, 선후배, 가족, 이웃집 아저씨, 동네 이장 아저씨, 이런 분들의 삶을 늘 지켜보며 살고 있습니다. 사실 누구나 그렇겠지만요. 때로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들려오는 뒷좌석의 이야기가 제 마음을 끌 때도 있습니다. 미용실에서 아줌마들의 수다를 듣다가 어떤 말 한마디가 제 소설의 한 문장으로 탄생할 때도 있고요.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소설의 소재가 됩니다"
 

 <숲의 대화> 속에는 농촌의 현실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작가가 피부로 느끼는 오늘의 농촌은 무엇일까.
 "시골에서 살긴 하지만 제가 사는 곳이 인가 드문 산속이고 집밖 출입을 잘 하지 않아 시골의 현실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합니다. 시골 내려온 지 겨우 2년이니까 아직은 외지인인 셈이죠. 그냥 눈에 보이는 현실이라고 한다면 어디를 가나 동남아시아에서 온 여성들이 있다는 것, 그분들이 중장년층만 남은 시골의 노동력을 상당 부분 감당하고 있다는 것, 그분들과 그 자손들에게 우리나라 농촌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 뭐 이런 정도의 현실을 본 것 같습니다. 노인 문제야 다들 아시는 거고요"


#최근 인기작 - <숲의 대화>
   
▲숲의 대화

 정지아 소설가가 5년 만에 발표한 3번째 소설집 <숲의 대화>(은행나무)에는 '빨치산의 딸'로서 그의 뿌리와 함께, 더 이상 '빨치산의 딸'로만 머물지 않는 성장한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책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작 <봄날 오후, 과부 셋>과 <목욕 가는 날>, 일본에 번역된 <핏줄>을 포함하여 호평을 받았던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작가는 더욱 넓고 깊어진 품으로 이름 없는 것들, 버려지고 상처 입은 것들을 보듬어 감싸 안으며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연대와 공감의 공동체를 그려낸다.
 

 이 소설집은 비루하고 누추해 보이는 인생들이 말하는 '인생의 맛'을 보여준다.
 <숲의 대화>는 영감 운학이 아내가 묻힌 잣나무숲에서 60년 전에 죽은 동갑내기 도련님을 만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봄날 오후, 과부 셋>은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평생 친자매처럼 의지하고 살아온 세 과부 할머니의 봄날 나들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핏줄>은 27대 종손을 외국인 여자와 결혼시킨 집안의 이야기다.
 비루하고 누추한 인간들이 견디고, 받아들이고, 끝내 살아내는 '오늘 하루'의 이야기가 가슴 저릿한 감동을 안겨준다.
 작가는 밑바닥 인생들의 삶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온기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희망의 불씨를 발견해낸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우주이며, 어떤 생이든 한 우주만큼의 무게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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