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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中風)! 누구나 피하고 싶은 말이다. 발생하는 나이는 다양하나 특히 고령에 많이 발생하면서 어르신들은 당신이 중풍에 걸리지 않았으며 좋겠다 소원하신다. 아마 자식에 짐이 될까 저어하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했으리라. 그만큼 중풍은 본인과 가족이 고통받게 되고 심지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는 무거운 병이다. 지금이야 CT·MRI 등 비교적 쉽게 머릿속을 들여다 볼수 있는 방법이 생겼지만, 과거 그런 진단 기구가 없을 때 사람이 갑자기 의식을 잃어버린다든지 한쪽 팔다리가 힘이 빠져 잘 안 움직이게 되어 반신불수가 된다든지, 얼굴 한쪽이 마비되면서 말이 어눌해진다든지 등 증세가 생기면 당황스러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의 용어는 그대로 현재에까지 이어져 중풍이라는 진단명을 쓰고 있다. 풍을 맞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때의 의학적 관념으로는 풍(風)이 그 상황의 원인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사람이 풍을 맞아서 갑자기 의식이 없어지는 졸(卒)의 상태를 졸중풍이라 할 것이고 그것이 뇌에서 생기는 것을 알게 된바 뇌졸중(腦卒中)이라는 정식 병명이 탄생했을 것이다. 뇌졸중의 증상과 치료, 예방법 등에 대해 남울산보람병원 신경외과 김한호 과장에게 들어봤다.

혈관 파열되면 뇌출혈·막히면 뇌경색
와사풍·말초성 어지럼증 등 증상 유사
성인 주요 사망 원인에 후유증도 심각
고혈압·비만·당뇨등 만성질환 치료를

# 의식 이상·마비·어지럼증 등 보이면 의심을
이제는 뇌졸중이 뇌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병임을 안다. 그리고 뇌의 이상 중에도 어떤 이상에서 비롯된 것인가에까지 정의가 내려져 있다. 뇌졸중은 뇌의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겨서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병이다. 뇌의 혈액순환에는 어떤 이상이 발생할 수 있을까?

 수돗물이 안 나오는 경우에 비유할 수 있다. 수도관이 터지면 수돗물이 안 나온다. 또 수도관이 막혀도 수돗물이 안 나온다. 수돗물이 안 나오면 그 물로 생활해야 하는 가정은 일대 마비가 된다. 난장판이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뇌혈관도 터지거나 막힐 수 있다. 혈관이 파열되는 것을 뇌출혈이라 하고 혈관이 막히는 것을 뇌경색이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혈관이 피를 공급하는 곳의 기능이 파괴되는 것이다. 어느 부위의 뇌에 손상이 생겨서 어떤 증세가 생기는지는 무척 다양하지만 우리는 비교적 쉽게 뇌졸중의 증세를 알 수 있다.

 첫째, 의식의 이상이 생긴다. 갑자기 졸(卒)하는 혼수상태부터 엉뚱한 말을 하는 혼동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둘째, 한쪽 팔다리 마비, 말을 잘 못하거나 잘 알아듣지를 못한다, 눈동자의 한쪽 방향고정과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얼굴 근육의 마비 등의 신경학적 이상이 보인다. 셋째, 심한 어지럼증과 균형을 잡지 못해 서 있기 힘들어하고 오심·구토 등이 생긴다.

 이들 증세가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병원에서의 영상 검사와 종합하면 진단은 그리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다. 기본적 진단이 되면 진단에 따른 치료방향 설정이 되는데 뇌출혈의 경우 일단 더 이상의 출혈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우선이 된다.
 
# 고혈압이 가장 큰 원인
뇌출혈의 가장 큰 원인은 고혈압이다. 따라서 혈압을 적정선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후 뇌출혈의 양, 환자의 상태에 따라 피를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할 것인지, 비수술적으로 치료할 것인지를 판단한다. 뇌출혈은 피가 난 자체로 뇌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피가 나온 만큼 뇌 조직을 파괴한다. 환자의 증세도 좀 더 중증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뇌경색의 경우는 조금 더 주의를 필요로 한다. 초기 뇌경색의 경우는 CT로 진단할 수 없다. 증세는 분명 뇌졸중인데 CT에 뇌출혈이 없으면 거의 뇌경색이다. MRI로 확진한다. 이런 초기 뇌경색은 치료 방향 설정이 환자의 예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왜냐하면, 보통 증세 발현 후 3시간을 기점으로 3시간 이내에는 뇌 혈류를 막고 있는 덩어리를 녹여서 피가 다시 통하게 하는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나이와 환자 상태에 따른 시행의 제한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치료할 방법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 구안괘사·손발 저림증 등 증상과 혼동 말아야
뇌졸중과 혼동을 일으키는 안면신경마비라는 질환은 보통 구안괘사 혹은 와사풍으로 알려졌는데 얼굴의 한쪽이 마비된다는 점에서는 뇌졸중의 편측 마비와 유사하다. 하지만 이 경우는 의식의 장애나 수족마비가 없으면서 이마의 주름을 잡지 못하는 전형적 말초신경의 마비현상으로 나타나고 뇌의 이상과는 관계가 없다.

 이때에는 얼굴을 움직이게 하는 안면신경이 염증으로 두개골 뼈의 터널을 통과하는 부위에서 많이 눌리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조절해 주는 치료를 해줌으로써 빠른 신경 회복을 꾀해야 한다.

 손발의 저림증을 호소하면서 뇌졸중을 염려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손발의 저림증은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물론 뇌졸중의 하나로 나타날 수도 있으나 손발 저림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잘 없다. 진찰을 세심히 하다 보면 수핵탈출증 등의 국소적 문제인지 척수 내의 좀 더 중추적인 문제인지 비교, 구분해 나갈 수 있으나 대개는 저림증이 낫다가 생기다 옮겨 다니다 하는 저림증이다. 이는 심리적 상태와 관계되는 근육경직의 경우다. 이 경우는 크게 염려스러움이 없으나 그렇지 않은 일관된 국소적 저림이 지속한다면 숨어있는 병변의 확인이 필요하다.

 의사와 환자 모두가 곤혹스러울 수 있는 증세 중의 하나는 어지럼증이다. 뇌졸중 중에서는 특히 소뇌(작은골)에 문제가 있을 시 심한 어지럼증과 오심·구토를 동반하는데 이는 귀에서 발생하는 말초성 어지럼증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나의 단서를 잡자면 뇌졸중의 위험인자를 가진 노인연령층, 서 있지 못하고 자꾸 한쪽(병변 쪽)으로 넘어지는 현상, 말하기가 어눌하다든지 심한 후두부 통증이 있다면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소뇌의 이상에 따른 중추성 어지럼증을 의심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빈도는 말초성 어지럼증이 월등히 많다.

# 혈관 건강 관리 꾸준히 해야
뇌졸중은 주요 사망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니만큼 피해 갈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세상에는 뇌졸중에 걸리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뇌졸중의 정체를 알았으니 뇌혈관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적게 하는 노력은 할 수 있다. 즉 혈관이 파열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사람, 혈관이 막힐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질환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뇌졸중 예방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한편으로 생각을 해보면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지만 뇌졸중이 생길 수 있는 위험스런 상태에 가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린다. 고혈압·당·과음·흡연·비만·운동 부족·고지혈증·심장질환 등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혈관 벽을 손상하고 결국 혈관이 더는 견디기 힘들 때 파열되거나 막힘으로써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소 혈관을 건강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 오랫동안의 무심은 갑작스러운 뇌졸중을 불러온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하며 금연·절주를 해야 한다. 또 소금 섭취도 줄이고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의 치료와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이렇게 노력할 때 우리는 더는 그 공포를 기억하지 않고 잊고 지낼 수 있다.   김은혜기자 ryusori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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