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가소개

   
▲정유정 작가

1966년 전남 함평 출생. 기독간호대학을 졸업하고 14년간 간호사로 살았다. 마흔둘에 꿈을 이루고 마흔일곱에 정점을 찍었다.
 그녀는 천부적인 글쟁이였다. 대학 시절 중간고사 답안지를 본 교수에게 국문과로 전향하라는 조언을 들었을 정도란다. 그녀에게 작가는 또 다른 이름이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2007년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내 심장을 쏴라>로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강렬한 주제의식과 탁월한 구성, 스토리를 관통하는 유머와 반전이 빼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수상 이후 일체의 작품 발표 없이 <7년의 밤> 이라는 장편소설 집필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신간 <28>을 출간했다.
 

#에피소드
천부적인 글쟁이임에도 작가가 되는길이 멀고 험난했다고 한다.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명작가인 외삼촌이 희곡을 쓰다가 요절하셨는데 그 이후로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딸이 전문직 여성이 되길 바라시는 어머니의 뜻대로 간호학과를 입학했다.
 그런데 중간고사 때 교수님이 얼굴이라고 쓰고 백지를 나눠주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녀는 담담하게 50분간 소설을 써나갔고 A4 용지를 앞뒤로 빡빡하게 채워 제출했단다. 그리고는 교수님이 문과로 전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까지 했다고 전했다.
 

 어머니가 반대하시는 상황을 말씀드리니 교수님은 "포기하지만 마라. 너는 언젠가는 꿈을 이루게 된다"라고 용기를 담은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씀이 마음에 와닿은 그녀는 꿈을 포기하지 않은 끝에 작가로서 사랑받고 있다.
 그녀의 범죄서스펜스물 <7년의 밤>은 충격적이었다. 인간의 악마적 본성을 파헤치는 압도적인 서사에 기가 눌렸다.
 

 그런데 <7년의 밤>이 출간되기 전 그는 2년 동안의 긴 슬럼프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2011년 전남 증도에 들어가서 <7년의 밤> 초고를 썼다. 2,500매를 쓰고 나와서, 디테일을 넣어서 수정하면 되겠다 싶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그런데 추가 취재를 하고 다시 쓰려는데, 한 자도 안 써지더란다.
 

 "고민을 하다가 안승환(영화감독이자 정유정의 친구)한테 보여줬어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글을 남기길, "철학을 하고 싶으면 공부를 더해서 철학서를 쓰시고, 의학 논문을 쓰고 싶으면 의대를 가시고, 언어로 예술을 하고 싶으면 시를 쓰세요" 우와, 펀치 세 개를 두들겨 맞고, 짐 싸서 지리산에 올라갔죠. 고민을 많이 했죠. 제가 원래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인데 <7년의 밤>나오고 이야기가 아니라, 문학성 가지고 비판이 많았잖아요. 게다가 의학 관련해서 취재한 것들도 몽땅 집어 넣어서 이야기가 재미없는 게 당연하더라고요. 그게 어느 틈에 저한테 상처가 됐던가 봐요. 그러니까 소위 문학을 하겠다고 쓴 초고더라고요. 그래서 통째로 버렸어요. 프롤로그랑 기본 뼈대만 살리고. 지리산에 들어가서 넉 달 동안, 새로 써서 5번 고치고 내려왔어요. <7년의 밤> 도 8번 고쳤는데 좀 아쉽죠. 그래도 5번 만에 안승환이 "내 취향에는 만점. 남의 취향에는 모르겠지만"이라고 해서, "고마워"하고 하산했어요"


#최근인기작

   
▲28
- <28>

전염병에 휩싸인 화양에서 펼쳐진 28일의 기록
모든 살아남고자 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28>. 작가 정유정이 2년 3개월 만에 지난 6월 선보인 이 소설은'불볕'이라는 뜻의 도시 '화양'에서 펼쳐지는 28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과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생존을 향한 갈망과 뜨거운 구원에 관한 극한의 드라마를 선보인다. 치밀하고 압도적인 서사, 숨 쉴 틈 없이 달려가는 문장들로 그려낸 전작보다 혹독하고 가차 없는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수도권 인근 도시인 화양시. 병에 걸린 개에 물린 이후로 눈이 빨갛게 붓고 폐를 비롯한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증상을 보인 남자를 구하던 119구조대원들을 중심으로 인구 29만의 이 도시에서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발발한다. 119구조대원 기준은 자신도 빨간 눈 괴질의 보균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에 돌아가지도 못한 채 아내와 딸을 화양시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그러나 화양시에서 발발한 전염병이 서울을 포함한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지 못하게 국가는 군대를 동원해 도시를 봉쇄한다. 결국 화양은 점차 이성을 잃은 무간지옥이 되어 가는데…….
 

 응급실의 간호사 수진과 119구조대원 기준, 유기견 구조센터 '드림랜드'를 운영하는 재형, 한진일보 기자 윤주, '악의 축'으로 기능하는 동해와 늑대개 링고까지 다섯 명의 인물과 한 마리의 개의 시점을 밀도 높게 오가며 눈보라가 몰아치는 '화양'의 28일을 생생하게 묘사해낸다.  김은혜기자 ryusori3@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