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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도서관은 토·일요일은 정상근무를 하고 월요일은 휴관을 한다. 그래서 도서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월요일을 주말로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쉬는 휴일이었지만 이번 월요일은 바쁘고도 보람차게 보냈다. 
 

 오전에는 군 의회에 출석하여『2014년 주요업무계획 및 당초예산 제안설명』에 참석하여 내년도 주요업무에 대한 보고를 하고, 2014년도 업무의 차질이 없는지를 점검했다. 오후에는 우정동에 형님과 함께 살고 계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울주민속박물관 기획전시전으로 개최되는『최인숙 규방공예전』을 보러 갔다.
 

 우리의 전통조각보를 이용한 규방공예(閨房工藝)는 조선시대 영조 때 주로 양반집 부녀자들 사이에 유행된 규방문학(閨房文學)의 한 갈래로 볼 수 있다.
 규방이란 말은 부녀자가 거처하는 방을 지칭하는 것이므로 이곳에서 나오는 글과 그림 등은 양반 부녀자의 방안에서 나온 것으로 이는 규방문학이 되고, 먹고 살기를 위한 농가 부녀자의 졸린 눈을 부비며 힘든 손끝에서 나오는 것은 규방공예가 되는 것이다.  
 

 어머니는 규방공예전 전시관에 들어서자 연달아 감탄을 했다.
 "어떻게 조각조각 난 천으로 이렇게 깨끗하게 바느질을 할 수 있지?"라며 작품을 만져보려고 했다.
 "어머니, 작품은 보기만 하시고요, 만지면 안 됩니다" 고 하니 "나도 모르게 손이 가네" 하시며 웃으신다. 팔순이 넘으신 어머니의 그 웃음을 필자는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다. 
 

 추운 겨울 밤, 자다가 오줌을 누려고 눈을 비비며 일어나 보면 그 깊은 밤에 어머니는 혼자 호롱불 밑에서 떨어진 속옷과 양발을 꿰매고 있었다. 그런 어머니는 아침에 눈을 뜨면 벌써 밥상을 차려놓고 일어나기 싫어하는 우리를 깨웠다. 그때는 어리석게도 어머니는 그렇게 사시는 분인 줄 알았다. 그래서 필자는 어머니가 살아 계시는 동안 그 많은 어리석음을 없애고 싶다. 그래야만 나중에 후회를 적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힘든 몸으로 자식의 손을 꼭 잡고 두 번이나 조각보를 보신 어머니를 모시고 바로 옆에 있는 옹기점에 들려 아름다운 옹기들을 구경하고 산길을 드라이브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필자의 형제는 3남2녀로 모두 울산에 살고 있다. 그래서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어머니라는 중심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집에 오는 길에 누나, 형, 동생들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오늘 어머니를 우리 집에 납치를 했으니까 전부 저녁 먹으러 오세요"라고 전화를 하고 마트에 가서 저녁 찬 거리를 준비하고 집으로 왔다.
 

 집사람은 출근을 해서 혼자서 저녁 준비를 했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그것이 자신이 살기위해 만드는 음식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먹을 음식을 만든다면 말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가족이 먹는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그 긴 시간을 즐기면서 음식을 만든 것이다.
 가족들이 다 모여 어머니를 중심으로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서 오늘의 그 즐거운 시간들을 기억할 것이다. 아니, 그 옛날 밤을 새우며 바느질을 한 것처럼 이 밤에는 소가 먹이를 되새김질 하듯이 지난 시간을 되새김 할 것이다.
 

 이제는 힘든 시간을 보낸 우리들의 부모님들을 힘든 시간보다는 즐거운 시간을 되새김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분들이 되새김할 시간들이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니 추억이 좋다. 필자도 이럴진대 어머니는 얼마나 좋았을까. 어머니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돌려준 '손끝으로 이야기하는 규방공예전'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우리의 소중한 규방공예문화 유산이 이 땅에서 영원하기를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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