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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울산 태화강 하구에서 27년만에 합법적인 바지락 채취가 이뤄졌다. 한 자루에 3, 4만원씩 거래되는 태화강 바지락 종패는 전남 등 전국 각지로 팔려나간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국내 최대 바지락 종패 생산지
태화강은 1970년대까지 국내 최대 바지락 종패 생산지로 유명했다.
 호미로 강바닭을 긁기만 해도 시커멓게 올라왔던 태화강 바지락은 전국 종패의 6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금의 바지락어장은 과거 조개 합자를 써서 '합강'이라고 불리던 지역이다.
 조개가 지천에 널렸었던 특성을 따서 붙여진 이름으로, 지금은 없어졌지만 '합도섬'이라는 모래로 된 섬도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종패는 남해안과 서해안 바지락 어장에 공급됐고, 어장에서 자란 바지락은 해외로도 수출됐다.


 태화강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으로, 전문 용어로 '기수지역'이다.
 기수지역은 바지락 생육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는데, 태화강 바지락은 '기수 바지락'으로 불렸다.
 태화강 바지락은 그래서 맛좋기로 유명했다.
 어민 이상록(67)씨는 "태화강 바지락은 전국에서 유일한 '참바지락'이다. 유난히 속이 차지고 쫄깃쫄깃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태화강 바지락을 다시 맛볼 수 없게된 것은 급속히 진행된 산업화로 공단과 도심에서 쏟아낸 오폐수로 강이 생명력을 잃은 이후 부터다.

#중금속 뒤범벅 1987년 채취 금지
중금속에 뒤범벅됐던 바지락은 1987년 채취가 금지됐다. 풍요의 상징이었던 바지락이 '죽음의 강'에 묻히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발길도 끊겼다.
 조개 잡이가 금지된 이후 단속을 피해 밤에 조개를 잡는 어민들도 많았다.
 무허가로 채취된 바지락이 산지표시 없이 거래되기도 했다.
 더덕더덕 붙어 형성됐던 불법 판자촌은 그 때의 산물이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제방을 따라 늘어서있던 43여채의 무허가 판자촌은 모두 철거됐다. 
 대신 길이 120m, 너비 7.5~14m의 물양장과 165㎡의 위판장이 들어섰다.
 인고의 세월동안 재앙 수준의 오염을 극복하고 중금속 조개라는 멍에를 씻어낸 태화강 바지락을 쫓아 배들이 돌아왔고, 사람들이 다시 몰려왔다.

#울산시, 수질개선 등 각고의 노력 결실
태화강 바지락이 채취 금지조치 이후 다시 식탁에 오르기까지 27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 바지락 위판장.
그동안 강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울산시는 2001년부터 주요 지점에 하수처리장을 만들어 오폐수를 차단했다.
 또 수년간 쌓였던 강바닥의 퇴적오니를 긁어내는 준설 작업도 벌였다.
 물속의 말목 기둥과 쇠파이프도 정비했다.


 산소가 공급되자 강이 살아났다.
 수질이 개선되면서 바지락 양성화 요구가 이어지자 울산시가 조사를 벌였다.
 울산시의 '태화강 바지락 자원평가 및 이용방안 연구' 결과(2010)를 보면 체내 중금속, 비소, 크롬 등의 함량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용권고치보다 낮았다. 또  패류 기생충(퍼킨수스 마리너스) 감염조사에서도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나타났다.


 바지락 개체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바지락 자원량은 1,470t 정도로 풍부한 편으로 조사됐다.
 남구청은 지난 연말엔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수면이용 협의를 끝내고 조업 허가 대상 어민 33명 가운데 어선을 보유한 8명한테 바지락을 채취할 수 있는 내수면 어업을 허가했다.
 이들은 이번 초매식에 내놓을 물량 준비를 위해 지난 14일부터 시험 채취를 했다.
 나머지 25명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허가를 내줄 예정이다.


▲ 어민들이 바지락을 그물로 건져 올려 종패를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태화강 하구 일대 바지락 어장 구역은 146㏊로, 해마다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형망과 손틀 등을 이용한 연간 400t가량의 채취가 허용된다. 이는 자원을 유지하면서 어장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위판장을 준공하고 이곳을 거쳐 판매토록 한 것도 생산 물량을 정확히 파악해 자원 고갈을 막기 위해서다.
 바지락을 다시 채취하게 된 어민들도 연간 12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울산시는 태화강 바지락의 브랜드화를 위해 태화강 하류와 울산만에 위치한 석탄부두를 조개부두로 전환시켜 오는 2014년 이후에는 바지락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불러모은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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