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에는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휴대전화나 카톡, 문자나 메신저 또는 전자메일을 대신 사용한다. 그래서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젊은 층에서는 손편지라고 부른다. 전자매체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편지를 주로 사용하였고, 전화는 급한 연락을 해야 하거나 사무적인 일에 간단히 이용하였다. 특히 손윗사람에게는 방문이나 면담을 위한 사전 약속의 용도로 전화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신속과 편의를 우선하는 근래에는 전자매체에 의한 연락이 보편화되었다. 전자매체에 의한 통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전할 수 있고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내용의 오류가 있어도 신속하게 정정할 수 있고 수신 여부도 즉각 확인이 가능하다.
 손윗사람에게 전화나 메일로 용무를 처리하고 인사하는 것도 더 이상 무례하게 여기지 않는다. 대세에 저항하기는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이 전자매체에 의한 연락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쩐지 무성의하고 인간미가 부족하며 기계적인 느낌마저 든다.
 전자매체로는 간단하게 용건만 전하게 되기 때문에 분주하게 지내는 현대인에게 적합한 면이 있으나 아무래도 사무적이 되고 만다. 물론 지금도 경조사를 위한 연하장이나 청첩장, 인사장을 대량으로 보내는 경우에는 인쇄해서 발송하지만 서명까지 인쇄한 것을 보면 마치 홍보물을 받은 느낌이다.
 

 정치인이나 기관장들이 애용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그와 같은 목적도 없지는 않다. 적어도 한 줄 정도는 자필로 추가하는 성의가 아쉽다.
 이에 비해서 편지는 보내는 사람이 직접 써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고 편지지와 봉투도 필요하다. 더구나 전자매체보다 전달 속도가 느리고 분실 우려도 있으며 여러 사람들에게 보낼 때에는 귀찮은 감도 없지 않다. 그리고 부치려면 우체국까지 가야 한다.
 

 전자매체에 의한 방법보다 단점이 많아서 사라지고는 있지만, 편지는 장점도 적지 않다. 쓰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상대방을 보다 많이 생각하며 전할 내용을 정리할 수 있고, 정성을 더 쏟을 수 있으며, 편지지와 필체에 의해 쓰는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도 느낄 수 있어서 인간미와 감동을 전할 수 있다. 자주 쓰다보면 사고력이나 표현력도 배양될 수 있다.
 이제는 드물게 편지를 받으면 희소가치 때문에 더 반갑기도 하다. 긴급한 사항이 아니고 일상적인 인사나 오래간만에 전하는 소식이라면 보다 여유롭게 생각하며 편지에 정을 가득 담아 보내는 것이 훨씬 인간적일 것 같다.
 

 최근 언론에 소개된 편지 2통에 감동을 받은 것은 이 같은 인간미 때문이다. 지난달 울산 남구 삼산동주민자치센터의 한 직원은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편지를 우편함에서 발견했다. 편지봉투에는 손으로 쓴 짤막한 편지와 100만원짜리 수표 1장이 들어 있었다.
 자신을 IMF 시절 영세민이었다고 소개한 이 사람은 편지에 "저는 IMF 때 삼산동주민센터에서 김치를 전달받았다"며 "지금까지 주민센터에 감사함을 지니고 살았지만 이제야 찾게 됐다"고 썼다. 또 "김치 한통은 저에게 너무나 귀중한 반찬이었다. 그 때 값어치를 따지면 보잘 것이 없지만 삼산동이 불우한 이웃을 위한 김치 전달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중부경찰서 태화지구대에 근무하는 김근주 경위는 2년전 어느 새벽 순찰 중 만났던 한 남자의 진심어린 감사 편지를 받았다. 당시 췌장염을 앓던 이 사람은 추운 겨울 새벽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단지 앞에 쓰러졌는데, 마침 순찰중이던 김 경위가 긴급하게 대학병원으로 호송해 목숨을 구했다.
 이 사람은 편지에서 "그동안 대수술도 하면서 나쁜 마음도 먹었지만 고마운 경찰관 덕분에 살려고 발버둥치며 살아가고 있다"며 "2년 동안 그 장소를 지나칠 때마다 생명의 은인인 경찰관이 자꾸만 생각났고, 꼭 한번 찾아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고마워했다.
 

 이따금 아날로그적인 느린 삶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하는 말일 것이다. 요즘은 편지도 하루나 이틀이면 국내 어느 곳이든 대부분 배달된다.
 전자메일이 무성의하게 느껴지고 편지에 더 애착이 가는 것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려는 편향된 사고나 향수가 아니라 사람 사는 냄새와 인간미가 물씬 묻어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