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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북구 신기 3동 마동마을 뒷산 철탑 주변으로 소나무들이 잘린 채 방치된 모습이 언론을 통해서 보도됐다. 노란 띠를 두른 것으로 봐서 재선충병감염이 의심되는 나무를 표시한 것이다. 약품을 넣고 타포린을 덮어 방제를 하던가, 모아서 파쇄를 하는 등 방제가 되어야 할 대상임에는 틀림없다고 한다. 제보한 시민은 늘 다니는 길에 어느 갑자기 죽은 나무를 베고는 그대로 뒀다고 했다. 재선충병 확산 우려가 걱정되었다고 했다. 시민들의 재선충병에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마도 방제 근로자들이 나무를 잘라놓고 빠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고의적일 수 있다. 또 방제작업과정에서 먼저 베어놓고 간 팀과 뒤따라와서 모으는 팀, 그 뒤를 따라서 약품 처리하는 팀으로 작업하는 곳도 있어 모으는 팀이 잘라내어 놓은 것을 못 보고 지나쳤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결과적으로는 방제가 안되어서 솔수염하늘소 한 마리라도 빠져나가게 되면 그 주변부터 재선충병이 확산된다. 방제 효과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주춤하던 소나무재선충병이 지난해 여름을 지나면서 고사목이 속출하자, 산림청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적 재산상황으로 여기고 총력방제를 하려고 예비비까지 투입했다.
 방제에는 지방자치단체 직영작업단과 함께 산림병해충 방제사업을 위한 법인회사들이 입찰을 통해서 숲을 함께 지키고 가꾸겠다는 신뢰 속에서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당초 설계할 때 죽은 나무 이외 현장에서 죽은 나무들도 함께 방제하면 사후에 사업비를 정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방제할 물량이 쏟아지자, 방제 인력 확보도 어렵고 관리감독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됐다. 신뢰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재선충병 담당공무원은 지자체별로 1명이거나 2명인 곳이 대부분이다. 재선충담당공무원은 재선충뿐만 아니라 숲가꾸기, 산림사업 등 다른 업무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특별팀을 구성한 지방자치단체도 있지만 드물다. 안정행정부에서 3명을 인력을 증원시켜줬지만 인건비 총액제로 인해 신규인력채용을 기다리는 지자체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몇 만 그루를 베어내는 여러 현장을 공무원이 나가서 다 확인하기는 불가능한 상태다.
 

 올해부터 산림청에서 고사목 예찰을 할 때 죽는 나무의 GPS좌표를 통해 지도 작업을 하게끔 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빠르게 한 그루라도 더 베어내서 방제하는 것이 좋겠지만 정확하게 되었는가도 중요하다. 포항처럼 설계당시 조사된 좌표를 근거로 베어진 그루터기를 확인하고 다시 지도화하는 감리제도 도입이 병 확산을 막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는 담당공무원이 현장을 직접 감독하지 않아도 된다. 시공업체는 감리를 통해서 시공 상의 어려운 점을 빠르게 해결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확하게 작업이 되고 나면 병 확산을 막을 수 있어 나무들도, 사람들도 반가워할 듯하다.
 솔수염하늘소는 죽은 지 2년 이상 되거나 껍질이 벗겨진 나무에 들어가지 않는 만큼 죽은 소나무를 선택할 때부터 산림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제외되는 나무들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직영작업단 중에서 교육을 통해서 고사목 중 감염의심목 선정만을 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은 민원때문에 자연으로 돌아가게 둬도 솔수염하늘소가 알을 낳지 않을 나무들도 예산을 들여 방제하는 일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죽은 지 2년 이상 되어 잎도 없고 껍질이 벗겨진 나무나 버섯이 핀 나무 등이다. 방제 제외나무에 대한 지침도 정확하게 있어야 한다.
 1988년 부산 금정공원에 일본에서 원숭이 운반상자로부터 재선충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한 그루의 감염목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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