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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가 이어지는 계절이다. 지방선거까지는 아직 몇 개월이 남았지만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시점이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울산의 경우 3선의 박맹우 시장이 퇴진을 예고한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여서 그 양상이 더욱 뜨겁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엇보다 주목되는 선거는 단연 울산시장 선거다. 울산시장 선거의 경우 일찌감치 예비후보군들이 출마와 불출마 선언을 하는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장이나 구청장, 혹은 시의원이나 구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저마다 절체절명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시장에 나선 현역의원들이나 선출직들은 자신의 원내 활동과 지역구 기여도를 밑천으로 인물론과 역할론을 튼튼한 뒷배로 삼기 마련이고, 새롭게 도전하는 인사들은 기존질서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변화를 무기로 유권자들의 눈빛에 호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이미 통과의례처럼 길들여진 선거문화에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굳건하게 자리해 웬만하면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한 표를 호소하던 눈빛과 돌아서는 눈빛이 묘하게 엇갈리고 달라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4년 혹은 5년마다 돌아오는 연례행사가 아니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 있어서는 더욱 그 의미가 다르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는 무엇보다 지역의 정체성을 제대로 구현하고 지역의 이익과 지역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필요한 절차다. 울산의 경우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발전의 밑돌이 되어온 곳이다. 부자도시, 산업수도라는 허울을 썼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앙정부의 홀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곳이 울산이다. 한해 4조원이 넘는 세금을 중앙정부에 헌납하고도 쥐꼬리만큼 지원을 받는 곳이 울산이다. 어디 그 뿐인가. 고향은 사라지고 산하는 만신창이가 됐지만 번듯한 건물이 들어섰고 수출전선의 최첨단 공장들이 뿌연 연기를 내고 있지 않느냐는 '립서비스'만 듣고 있는 곳이 울산이다.

어쩌면 지난 반세기 동안 울산은 대한민국의 '봉'이었다. 조국 근대화라는 이름아래 모두가 잘살기 위해 선봉에 섰던 곳이 울산이다. 물론 이같은 울산의 역할은 자랑스러운 과거이자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과거의 공과 오늘의 역할에 맞는 울산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희생과 근로자들의 땀이 만들어낸 오늘의 울산, 오늘의 대한민국이기에 적어도 울산에 대한 중앙정부의 홀대는 반드시 바로잡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는 사실이다. 이를 바로 잡고 새로운 울산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지방선거다. 광역시장과 단체장, 시의원과 구의원들을 뽑는 이유는 어제의 울산이 만들어낸 공과를 바탕으로 오늘의 울산을 점검하고 제대로 된 내일의 울산을 만들기 위한 기초공사와 다름 아니다.

울산은 이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산업수도 중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역사와 문화를 되짚어 보고 문화로 옷을 입히는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적어도 이같은 변화의 시대이기에 선거에 나서는 인사들은 지방선거가 왜 필요한지, 지방선거가 왜 중요한지를 제대로 알고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

그 다음은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들의 자세다. 선거판은 흑색선전과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상대를 비방하기 마련이다. 심지어는 자신도 잘 모르고 있던 과거사를 들고 나와 비방하는 바람에 그 동안 쌓아올린 명성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많다. 유권자들이나 상대 후보들은 후보를 마치 도마 위에 올려놓은 생선을 횟감으로 만들 것인가 매운 탕감으로 만들 것인가를 놓고 칼질하듯 자신의 눈높이에 맞추어 샅샅이 검증하기 때문에 흠결이 있는 사람이 후보로 나설 경우 얻은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선거에서는 자신의 인생역정이 백일하에 들어나기 때문에 흠결이 있는 사람은 당선은 커녕 돈 잃고 명예 잃고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제발 흠결이 많은 인물은 선거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출마를 하지 않은 사람이야 자신의 흠결을 스스로 안고 살아가면 그만이지만 출마를 한 이는 그렇지 않다. 자신의 흠결을 미화하는 소설을 써야 하고 그 소설 속에 수많은 거짓을 개연성으로 치장해야 한다. 어디 그 뿐인가. 자신의 흠결을 상쇄할 상대의 흠결을 들추는데 혈안이 되고 그 과정 속에서 비방과 흑색선전은 지역사회를 갈라놓게 된다.

이번에 실시되는 울산시장 선거에는 지금까지 5명의 후보들이 울산발전을 외치며 출사표를 던졌거나 던질 태세를 하고 있다. 야권에게는 돌 맞을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본다면 이번 선거에서도 새누리당 내 출마후보군들의 교통정리가 본선보다 치열한 한판이 될 모양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먹여 살릴 '지역 살림꾼'을 뽑아야 지역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풀뿌리 민주주의를 경험하면서 실감했었던 사실이지만 막상 선거전이 시작되면 이같은 기준점은 실종되기 마련이다. 지역 정치권의 속내가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당내 경선의 향방은 결정되기 마련이고 시장 경선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의 판세가 확연히 달라지는 게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문제는 시장에 나서는 후보들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듣고 유권자들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전제는 바로 나는 왜 이번 선거에 나오려고 하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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