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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봄이 왔는가 보다. 산책길 옆으로 파란 쑥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것을 보니. 이 봄이 더 기다려진 것은 지난 겨울 눈(雪)이 우리에게 준 엄청난 고통과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아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한다고 해서 자취방을 구하려고 집을 나섰다. 12월 중순에는 딸이 졸업하여 그의 짐을 가져왔는데 한 달 만에 아들의 자취방을 구하러 나선 것이다.
 자취방을 구하는 일은 그 옛날 필자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옛 시절을 돌아보게 했다.
 

 80년대 필자가 자취방을 구할 때는 친구와 같이 발품을 팔아 되도록 저렴한 방을 구해서 자취생활을 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두 아이들은 1학년 때는 기숙사 생활을 하더니 2학년부터는 자취를 하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자취방을 구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사는 집은 자취방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아파트를 닮은 원룸 방이 자취방을 대신하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어디 그것만 다르랴? 필자가 다닌 대학의 교정은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기보다는 온통 최루탄의 냄새로, 데모로 인해 수업을 하기 보다는 교문을 사이에 두고 전경들과 대치를 하는 풍경을 보는 것이 개학의 시작이었다.    
 

 발품을 팔아 몇 군데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방을 찾아 계약을 하고 2월 초에 아들의 짐을 차에 싣고 원룸으로 갔다.
 집 앞에 도착해서 짐을 내리다 보니 먹다 남은 통닭의 잔해와 분리수거가 안 된 재활용품과 음식물 쓰레기가 함께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갑자기 속이 거북했지만 새출발을 앞두고 기뻐하는 아들 앞에 참을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원룸 청소와 짐 정리를 다 하고 필자와 아내는 아들을 두고 집을 나섰다. 집 사람은 혼자 생활하는 아들에게 많은 당부를 했지만 마지막으로 또 한 번 아들에게 부탁의 말을 했다.    
 "아들, 쓰레기 분리수거 잘 하고 밥은 꼭 챙겨먹어라."
 아들은 "엄마는, 내가 대한민국 육군 병장 출신인데 그것도 못할까봐. 염려  붙들어 매세요."라고 대답을 한다. 
 

 아내는 집을 나오면서 짐정리에 남은 쓰레기들을 다시 차에 실었다. 아들이 쓰레기 처리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므로, 아니 집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본 적이 없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평소 쓰레기 처리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잔소리로만 생각할까봐 말보다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수거를 생활화 하고 실천을 하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운전을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원룸입구에 버려져 있는 음식물과 분리를 하지 않고 내 놓은 재활용 쓰레기가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공동생활을 하는 곳에서 내가 귀찮다고 버리면 결국은 그것을 보는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더 나아가서 자신도 그렇게 쓰레기를 버리게 만든다.
 그렇게 버린 쓰레기는 결국 자신의 양심(良心)도 그 쓰레기와 같이 버려진다는 것을 잘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인간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지켜야 할 양심이 사라지게 된다. 양심이 사라진 사람은 짐승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몇 년 전 중국에서 혼자 자취를 할 때였다. 직업은 속이지 못한다고 그곳에서 생활할 때, 그 도시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를 하는지 유심히 보았다.
 그들은 우리와 달리 음식물과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집 앞 가로수 밑에 내놓으면 언제 치웠는지도 모르게 가져가 버린다. 그 쓰레기들은 집하장에 모여서 그곳에서 분리를 하여 처리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버려만 주시면 언제든지 치워드리겠습니다"라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많은 쓰레기를 어디에 치우겠는가? 결국 이 좁은 지구 땅 어디에서 썩어가는 것인데.
 

 회심곡(回心曲)에 이런 내용이 있다.
 "옛 늙은이 말을 들으니 저승길이 멀다더니 오늘 내가 당해보니 대문 밖이 저승이네"라는 가사가 있다.
 쓰레기, 대문 밖에만 버리면 그만일까? 오늘도 수많은 쓰레기가 대문 밖을 나와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언제까지 땅이 받아만 줄까. 이렇게 다가가는 우리는 쓰레기에게 역습(逆襲)을 받아 우리도 쓰레기가 될지 모른다.
 이 봄, 마음도 깨끗하게 하고, 이 지구도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조만간 쓰레기 쓰나미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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