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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을 쓸 때가 간혹 있다. 그리 오래지 않은 동안에 상당히 많이달라져서 전혀 다른세상 혹은 다른세대가된 것 같은느낌을 받았을 때 흔히 표현하는 말이다. 이 말은 우리나라 산아제한 및 출산장려 정책에 걸맞게 사용한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아제한 정책은 '많이 낳아 고생말고 적게 낳아 잘키우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3명의 자녀를 3년 터울로 35세 이전에 단산하자'로 시작하였다. 70년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내힘으로 피임하여 자랑스런 부모 되자', '하루앞선 가족계획, 십년앞선 생활안정' 등으를 거쳤다. 80년대 '적게낳아 엄마건강 잘키워서 아기건강', '잘키운 딸하나 열아들 안부럽다', '신혼부부 첫 약속은 웃으면서 가족계획' 등 포스터와 캐치프레이즈가 난무했다.

반면 이 시대는 저출산시대인 만큼 건강한 아이의 울음소리 듣기를 정책적으로 권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변화는 시대에 따라 산아제한정책과 출산장려정책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2005년 보건복지부가 풍요의 달인 10월과, 10개월간의 임신기간을 의미하는 10월 10일을 임산부의 날로 선포하는 등 나라마다 출산장려정책을 쓰고 있으나 건강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 명의 출산으로 인한 내수 경제효과를 12억 원 가량 계산한다. 출산의 중요성이 비단 내수 경제효과뿐이겠는가. 프랑스도 출산장려에 힘을 쏟고 있다. 임신하여 배가 불러 오면 7개월 유급휴가, 의료보험 부담 최소, 임산부가 아프면 정부에서 가사도우미를 보내준다고 한다.

통계청의 '2013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울산지역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인 총출생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울산의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청신호로 생각된다.

출산 장려로 사라졌전 유아 금지어 혹은 칭찬어도 부활하게 된다. '이뻐'가 유아의 대표적 칭찬어라면 '이비' 혹은 '이비야'는 대표적 금지어이다. 지역에따라 사람에 따라 '애삐' 혹은 '애삐야' 등으로도 쓰이는 유아 금지어는 작은 차이지만 긍정과 부정의 확실한 차이를 표현하고 있다. 이 말은 어려서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어른의 관점에서 부정적인 어떤 행동을 지속할 때 '이비' 혹은 '이비야'라는 짧게 혹은 큰소리로 아이를 향해 말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말을 들은 아이는 하던 행동을 멈춘다. 결과적으로 이비 혹은 이비야는 유아 금지어임을 알 수 있다. 금지어는 유아시기에 성장과정에서 한동안 같은 말의 표현으로 반복되다가 인지능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지면 단호하게 '하지마라'로 전환된다.

엄마의 일그러진 표정과 함께 사용되는 이비야를 듣지 않고 자란 어른은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딸은 그 소리를 듣고 자라서 또 다시 그 소리를 자식한테 사용하고 대물림한다. 이비야는 어머니의 정체성이며, 어머니의 역사로 볼 수 있다.

두루미처럼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은 먼 거리를 이동할 때 브이 자 형태를 이룬다. 이러한 비행형태는 오랜 날갯 짓을 하는 새의 에너지를 절약해 주기 때문일 것이란 가설은 오래 전에 나왔다. 하지만, 여태껏 누구도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했듯이 이비 혹은 이비야 또한 무슨 의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몇몇 육아의 경험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의미를 질문해보았다. 그 결과 '하는 것이 아니다', '더럽다', '위험하다', '하지마라', '피해라', '하지마', '그만해', '안돼' 등으로 쓰인다고 한다. 사례처럼 이비야는 유아금지어로 추정되지만 설득력 있는 의미를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또한 이비야가 한자어인지 우리말인지에 대한 인식도 머리를 갸우둥하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이비야는 이제껏 의미와 출처를 모른체 부모로부터 답습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비야라는 금지어도 어린아이가 돈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더 이상 효과가 없다. 오천원과 만원짜리 지페를 건냈을 때 만원권 지페를 선택하고 집착하면 그 때부터 말이 통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원 연구에 '민간어원설'은 어떤 낱말의 어원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유추에 의해 어원을 가리키는 방법이다. 일반인들 사이에 그저 상식적인 견지에서 혹은 어쭙잖은 한자 지식에 의거하여 어형(語形)의 비슷함을 근거로 하여 어원을 밝히려는 것으로 외면 당하기도 한다. 반면 국문학에서는 어원은 엄밀한 어원학적 방법에 의해 구체적인 자료와 과학적인 방법으로 규명되어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어형과 의미의 우연한 유사성을 가지고 어원을 설명하는 민간어원설(民間語源說)을 중요하게 여긴다. 민간어원 설은 때로는 국문학자에게 중요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 갖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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