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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중구 문화의거리에서 만난 윤혜진 중구 창조도시기획단장은 도시재생 선도지역 지역을 위해 골목골목 상인들과 주민들을 만나면서 더욱 중구에 대한 사랑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중구를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도시재생의 모범도시로 만들어 보겠다는 게 윤 단장의 당찬 포부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울산 중구 문화의거리는 아직 쌀쌀하다. 약속시각을 좀 넘겨 한 손엔 두툼한 자료를, 한 손엔 우산을 받쳐 쓰고 잰걸음으로 다가선 윤혜진(37) 중구청 창조도시기획단장과 노천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울산 중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첫 프로젝트인 도시재생을 위해 울산에 온 윤 단장. 그녀는 짧은 시간 동안 중구의 문화, 길, 사람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며 열정적으로 대화에 임했다. 가뜩이나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열변을 토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동안의 체 게바라를 보는 듯했다.

신구 조화이룬 중구, 발전가능 무궁무진
정부 추진 '도시재생 선도지역' 출사표
주민과 소통하며 사업안 마련 동분서주
경쟁률 치열하지만 선정땐 전폭적 혜택

# 활력 중구 첫 프로젝트 '도시재생'에 사활
"만에 하나, 도시재생 선도지역 지정에서 탈락한다면 바로 옷 벗을 생각이에요."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선도지역 공모사업에 대한 윤 단장의 각오다. 지난해 9월 울산 중구청에 첫 출근 하면서부터 윤 단장은 이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사업안을 짜기 위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용역보고회, 포럼, 공청회 등 발 빠른 일정을 소화해 최근 울산을 대표해 공모사업 신청을 마쳤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수많은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한 만큼 선정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중구가 세계적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지름길도 여기에 달려 있다는 생각도 크다. 윤 단장은 "도시재생은 기존 재개발이나 재건축과는 성격이 달라요. '마을 만들기' 또는 '신새마을운동'이라고 보면 될까요? 지역의 잠재재산을 활용해 낙후된 도시를 재생하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도시경제기반형 2곳, 근린재생형 9곳 등 전국에 11곳의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선정, 4년간 200억 원을 지원한다. 게다가 각종 정부 공모사업에 특혜를 받을 수 있다. 결과는 4월 말께 발표된다. 이 때문에 선도지역 선정을 노리고 있는 전국의 지자체는 104곳에 이른다. 중구 역시 올해 역점시책을 이에 맞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녀는 "개인적으로는 선정에 자신 있지만, 울산이 부자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한데다 워낙 경쟁이 치열해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며 "중구를 위해서는 반드시 선정돼야 하는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화·역사 넘치는 울산, 산업으로만 지나친 포장
울산에 연고가 없는 부산 출신 윤 단장이 도시재생 업무 총괄로 울산에 오게 된 데는 중구청이 특이한 이력으로 전문가를 공모하는데 매력을 느껴서라고. 통상 지자체에서 전문가를 공모할 경우 건축, 도시계획, 조경 등 분야별로 나눠 하는 게 보통인데, 중구는 지난해 '문화정책 및 도시재생'이란 타이틀로 공모했다.

 윤 과장은 "중구가 도시재생에 있어서 문화정책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공모하게 됐죠. 중구가 다른 지자체와는 달리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윤 단장은 대기업 사원으로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 일본 사기업과 오사카시청 등에서 13년간 근무하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대구 도시디자인총괄본부 도시브랜드·도시재생 담당, 부산 도시개혁 부서 근무 등을 거쳐 울산으로 왔다.

 그녀는 "울산은 산업도시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그런데 중구에 와보니 산업도시와 상관없는 문화도시, 역사도시, 조그만 동네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울산이 너무 산업도시로 포장돼 있지 않았나 싶었다"며 울산에 대한 첫인상을 말했다. 이어 "도시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도시 구상이 되지 않는다. 오사카, 교토, 대구, 부산을 거쳐 울산이 내 마지막 근무처라고 생각한다"며 "중구는 원도심인데도 불구하고 자연녹지가 많고, 혁신도시가 들어서고, 길마다 이야기가 넘치는 분명 매력있는 도시다"라고 강조했다.
 
# 전통시장·태화강 연계 '에코-뮤지엄 사업' 심혈
울산 중구가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선도지역 지정에 '태화강 ECO 육성기'를 주제로 근린 재생형으로 신청했다. 태화강은 울산의 현재를 상징하고, ECO는 생태도시 울산의 미래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육성은 6개의 성(울산읍성, 고읍성, 계변성, 울산왜성, 반구동토성, 병영성)이 한 지자체에 있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중구의 많은 문화자산을 담았다고 윤 단장은 설명했다.

 도시재생은 태화강 권역 확장, 혁신도시와 구도심 연계사업, 지역 잠재자산 활용사업, 사회적 자본 창조 사업 등 4가지로 방향을 설정했다. 이 중 전통시장과 태화강을 함께 묶어서 지역 자체를 박물관으로 만드는 에코-뮤지엄 사업은 윤 단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윤 단장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히 중구 사람들에게 많이 놀랐다. 돈 한 푼 받지 못하는데도 수많은 주민이 지역을 위해 열정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모습에 감격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중구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분들을 공개 모집해 도시닥터로 임명하는 사업을 시행했는데, 너무 많은 분이 동참해 좋은 의견을 내주시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며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영도시닥터도 지역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동참해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라고 말했다. 중구가 세운 이색적인 도시재생 계획의 대부분이 이들 도시닥터와 영도시닥터들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윤 단장은 소개했다.
 
# 세계적 도시재생 모범도시 육성에 힘 보태고싶어
도시재생에 대한 윤 단장의 생각은 남다르다. 타 지자체처럼 문화사업에만 치중하는 도시재생은 지역민은 물론 지역 경제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단장은 "마산 창동마을처럼 관광객이 잠깐 들러 사진만 찍고 가는 그런 재생사업은 울산 중구와 맞지 않다"며 "중구의 도시재생은 지역 상권 회복은 물론 문화와 더불어 주민이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산업도시로서 모든 인프라가 갖춰진 울산은 생태건축으로 도시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론이다. 이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갖고 있다. 그중 하나가 혁신도시 조성으로 사라진 숲을 태화강 인근 도심 빌딩 옥상에 만들자는 것이다. 흉물로 방치될 우려가 큰 전통시장 아케이드에 태양열 발전을 접목하는 방안도 갖고 있다.

 그녀는 "내가 가 본 도시 중 중구만큼 아름답고 옛것과 새것이 조화로운 도시는 없다"며 "도시재생 선도지역 지정을 시작으로 중구가 세계적인 도시재생 모범지역이 될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정재환기자 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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