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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상파 방송의 인기 오락프로그램에 '화학제품 없이 살기'라는 주제로 일주일간의 체험을 진행하는 내용이 방송되었다. 출연자들은 화학제품인 옷, 화장품, 가방, 세면제처럼 생활 속에서 당연하게 사용했던 제품을 포기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대체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자아냈다. 그러나 잠깐 방송의 재미를 떠나 엄밀히 따져보면 화학제품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성공한 출연자는 없었다.

 화학제품 없이 생활하는 것은 무인도에 나 홀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옷, 신발, 안경, 휴대전화까지 우리가 가진 물건의 70% 이상이 화학제품이다. 주요 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원료는 대부분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철강으로 이루어진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화학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장품에서부터 질병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 역시 화학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처럼 화학은 우리 생활에 매우 밀접하고 유익한 존재이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듯 수차례의 화학사고,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물질 등으로 일반의 인식은 화학이라는 단어 자체에도 불안감을 느끼는 것 역시 현실이다. 그럼에도 화학 기술의 발전은 플라스틱, 나일론 등 다양한 화학소재의 개발로 식물과 광물 자원의 남용을 줄일 수 있게 했고, 수소연료자동차, 전기자동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 기술개발을 가능케 하여 온실가스 위기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화학사고에 대해서도 사고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센서소재 개발 등의 연구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화학을 통해 삶의 풍요와 편리를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을 파생시켜왔다. 그러나 화학 발전의 혜택을 모두 내려놓고 원시로 회귀할 수 없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화학 발전에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을 투자해야하는 것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화학분야 국책연구기관으로서 화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국민들이 화학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화학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화학 현상에 대해 호기심과 탐구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울산에서도 2012년 3월 신화학실용화센터(현재 그린정밀화학연구센터)를 개소한 이래 월 1회 연구현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역 청소년들에게 화학에 대한 꿈을 심어주기 위한 방안을 늘려가는 중이다.

 작년 제7회 울산 화학의 날을 맞아 시행했던 제1회 '생활 속 화학'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기대 이상의 호응이 있었고, 모두 16명의 청소년들에게 화학자로 성장할 꿈의 씨앗을 심어준 바 있다. 제1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용 페인트에서 고양이 모래까지 주변의 화학 현상을 관찰하는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관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올해도 다가오는 제8회 울산 화학의 날을 맞아 제2회 '생활 속 화학' 체험수기 공모전을 실시한다. 화학의 날 기념식이 있는 3월 21일부터 시작해 약 6주간 울산광역시청 홈페이지와 한국화학연구원 홈페이지에서 배포되는 양식으로 이메일 접수(greenchem@krict.re.kr)가 진행될 예정이다. 접수된 작품에 대해서는 화학, 교육, 청소년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1차·2차 심사를 거쳐 노벨상, 마리퀴리상, 아인슈타인상, 장영실상 등 세계적인 연구업적에 빛나는 과학자들의 이름으로 된 상을 수여할 계획이다. 수여기관명으로 된 상명 외에 세계적인 과학자의 이름으로 된 상명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미래 과학자로서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이번에는 화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해당 분야로 진로를 설정하는데 도움을 주기위해 울산광역시교육감상(마리퀴리상)의 수상인원을 늘렸다. 날로 발전하는 울산의 화학 산업만큼 울산 청소년들의 화학에 대한 호기심과 관찰력도 한층 더 성장해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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