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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이나 정책에 좋은 성수와 나쁜 성수가 있다'고 작년 연말 울산시장은 행사장을 오면서 생각해낸 법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태화강에 대해 이야기 했다. 말씀중간 태화강을 살리는데 남다르게 노력한 환경단체 대표를 지명해 가면서 설명했다.

 종교학적으로 성수(聖數)라는 것은 좋은 기운의 수를 말하고 나쁜 경우는 기수(惡數)라고 한다. 많은 숫자들이 동서양이나 종교학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다른 의미로 혹은 비슷한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중에서 행운의 수 7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변화하는 달의 상을 상징한다. 그래서 성경 창세기 신의 창조일로 알게 됐다.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 팀이 7회에 역전우승을 하면서 더욱 행운을 주는 성수가 됐다.

 대표적인 기수로는 13이 있다. 최후의 만찬에 13명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파티, 집회에 13명이 함께 하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성조기에는 13이라는 수가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 사연도 있다.
 반면 오스트레일리아는 아침햇살의 광선수가 13이라 하여 성수로 여긴다. 중국에서는 5를 중앙, 왕으로, 주역에서는 8을 8괘 또는 7, 9를 성수로 여긴다. 이처럼 같은 수라도 좋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나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시장이 하신 말처럼 환경개선이나 오염방지책이라고 행한 행정도 숫자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날 예를 들어서 좋은 성수의 사례를 들었던 태화강만 보더라도 좋은 성수와 나쁜 기수들이 보인다. 태화강으로 들어오던 생활하수를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면서 태화강은 맑아졌으나 수량이 부족해서 작은 오염원이 들어와도 녹조, 갈조가 생기기도 했다.

 하수들을 소형하수처리장을 만들어서 강으로 들어오게 했더라면 더 좋은 성수가 되지 않았을까?
 시민들에게 강 주변을 걷고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콘크리트 포장길이 놓였다. 강바닥을 정비를 하고 여러 가지로 꾸몄다. 사람들은 걷기에 편리하고 강은 깔끔해졌다.

 하지만 빗물이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 50%정도 밖에 안 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강의 반이 포장됐다. 포장길에서 떨어진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수로를 만들었다. 콘크리트배수로는 물을 빠르게 빼주지만 땅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떨어진 오염물질은 바로 강으로 간다. 홍수, 가뭄에 취약하다. 유채꽃보자고 왕버들을 잘라내는 일까지 있었다.

  최근에 삼호 철새공원을 만들었다. 경작하던 밭을 잔디밭으로 바꿔버렸다. 광장도 만들었다. 깔끔해 보인다. 잔디밭보다 경작하는 밭에서 새들은 더 많은 먹이를 구할 수 있는데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좋은 성수가 작용한 듯한데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치장을 위한 나쁜 기수가 그만큼 더 작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태화강뿐 아니라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문수산 아래를 무분별하게 아파트단지로 허가내준 일이나 공단과 주거지를 구분해주는 완충녹지역할을 하고 있는 공원을 헐어서 농수산물시장을 옮기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한쪽에서는 완충녹지 조성하겠다고 어렵게 녹지를 만들고 있는데도 나쁜 기수들이 작용하고 있다.
 여름 도심의 뜨거운 열기를 잡고 녹지를 늘리겠다고 덩굴식물을 대대적으로 심었다. 그러면서도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들이 강을 따라 흐르지 못하도록 막는 주상복합이나 대단위 아파트 개발 허가를 내주고 있다. 그로인해 전국에서 최고로 더운 도시로 부상했다.

 생태도시를 선언하고 태화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대내외적으로 도시이미지를 개선하는 홍보노력은 엄청 기울여서 '환경오염백화점'에서 '환경이 살아난 도시'로 개선됐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환경개선사업이라는 좋은 성수의 사업을 하면서 굴착기와 덤프트럭부터 드나드는 토목공사를 하는 나쁜 기수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다음 시장은 환경오염의 성수의 법칙을 잘 고심해서 앞으로나 뒤로나 좋은 성수가 되는 정책들을 펼쳐 줬으면 한다. 사업계획, 추진, 평가할 때 시민들과 함께 의논부터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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