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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문화제추진위원회 새 위원장으로 추대된 변양섭 위원장은 "앞으로 처용문화제를 울산문예회관 일원이란 작은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크게는 태화강 적게는 남구 일원으로라도 영역을 확장해 보다 많은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이창균기자 photo@ulsanpress.net

만발한 벚꽃이 눈부신 자태를 뽐내던 지난 2일 남구문화원 4층에 위치한 처용문화제추진위원회 사무처에서 변양섭 새 처용문화제추진위원장(67)을 만났다.  올해로 48년째를 맞이하는 처용문화제는 지역에선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축제다. 하지만 월드뮤직페스티벌 관련 음악자료를 제외하고는 그동안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자료실 하나 마련돼 있지 않은 사무처의 모습에 변 위원장은 "이게 바로 울산의 대표축제라고 얘기하는 처용문화제의 현주소"라며 씁쓸해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심포지엄이나 처용문화제 관련 의상부터 리플렛이나 포스터, 서적 등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 자료실부터 하나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8년간 처용추진위원으로 활동
그 덕에 위원장이란 중책 맡아
축제 성공은 시민 참여에 달려
새 콘텐츠 발굴·다양한 홍보로
누구나 찾고 싶은 행사 만들터


# 축제 후 강평회 등 피드백 통해 발전방안 제시
지난달 28일 열린 제48회 처용문화제추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새 위원장으로 추대된 그는 지난 8년간 처용추진위원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다. 이 때 추진위원을 하며 얻은 경험들은 구체적인 계획으로 거듭났다.

 변 위원장은 "저번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추대된 직후 가장 먼저 꺼낸 얘기가 회의시간부터 옮기자는 거였다. 그동안에는 회의가 오전 11시에 있다보니 당일 급하게 행사내용을 들은 뒤, 위원들끼리 토론 조금하고, 점심먹고 하면 일정이 끝났는데 앞으로는 오후에 만나 느긋하게 토론을 진행하자고 얘기를 꺼냈다"고 했다. 또 "미리 회의록을 배포해 의원들이 숙독하게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변 위원장은 "나 뿐 아니라 사실 처용추진위원들은 그동안 축제와 관련 전문성이 결여됐단 지적은 있었지만, 오랜 시간동안 각 분야에서 위치를 다지며 누구보다 울산과 처용문화제에 대한 애정이 큰 사람들"이라며 "앞으로도 처용문화제에 대한 좋은 의견을 많이 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은 처용문화제가 열리는 시기가 한 해의 후반기(10월)다보니 그에 대한 평가가 다음 년도 예산집행에 영향을 주기 어려웠다. 게다가 내년도 처용문화제추진위원회의가 시작되면 지난해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아 지난해의 잘잘못을 따지기도 어려웠다. 이에 변 위원장은 "축제가 끝난 후 강평회를 제대로 열어 축제 관련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고, 그것을 내년도에 확실히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 위원장은 "처용문화제가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민들의 전폭적인 참여를 얻지 못하는 것은 나와 같은 추진위원들의 책임도 있다"며 "향후에는 축제의 전문화를 위해 추진위가 전문재단 같은 곳으로 넘어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겠지만, 그전까진 추진위원들이 조언 역할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무처의 관리·감독기능을 겸해야 할 임무가 있다"고 말했다.

# 처용문화제-월드뮤직페스티벌 분리 말도 안돼
그에게 처용문화제는 청년시절의 기억을 끄집어 내는 추억의 대상이기도 하다.

 "스무살쯤이던가. 그때는 처용문화제가 공업축제란 이름으로 열렸는데 아직도 옛 공설운동장부터 지금의 공업탑로터리까지 거리 퍼레이드를 펼치던 기억이 선명하다"며 "시민들이 퍼레이드 등에 참여해 구경하고 박수 한번 치는 것도 축제 참여다. 지금처럼 울산문화예술회관 일원이란 작은 공간에 구애받지 말고 크게는 태화강, 적게는 남구 일원으로라도 영역을 확장해 보다 많은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처용문화제를 둘러싸고는 그동안 여러 주장들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 대한 입장도 궁금했다. 우선 최근 몇 년간 대두됐던 처용문화제-월드뮤직페스티벌 분리 문제에 대해선 "말도 안되는 소리다. 월드뮤직페스티벌이 사람을 많이 끌어모으는 효자종목이고 외국인들이 많은 울산에 분명 필요하지만 만약 처용문화제 없이 월드뮤직페스티벌만 열렸다면 지금처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많이 오겠냐"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월드뮤직페스티벌 쪽으로 가 있던 무게중심을 처용문화제 콘텐츠 발굴 등을 통해 서서히 옮겨와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고르게 배치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간 뜨거운 감자였던 지역 일부 개신교들의 처용외설 논란에 대해선 "그동안 외설부분은 덮어버리고 오로지 관용이란 측면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배척하기에 바빴는데 이제는 서로 인정할 건 인정하고 양보할 건 양보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축제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처용이 상징하는 관용을 우리도 배워야지 않겠는가"하고 말했다.

 변 위원장은 "48년 전 공업축제에서 지금의 처용문화제까지, 축제의 역사성과 지역적 정체성은 어느 축제 못지 않다. 하지만 최근 처용문화제는 과거에 비해 축소된 양상이고 이를 둘러싸고 여러 잡음이 나오는 것도 안다"며 "그동안 대안제시가 없어 답습해 온 것이 컸는데 비판만 하지 말고 건전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과감히 수용해 처용문화제 전반을 시간을 두고 차근히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민들의 참여를 위해선 언론 홍보 등을 통해 먼저 설득시키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 올 10월 2~5일 열리는 처용문화제 많은 참여를
변 위원장은 "축제기간이면 남구에서는 소음문제를 비롯한 각종 민원이 제기돼 남구 안에서조차 제대로 열리기 힘들다"며 "최근 서울에서 헐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2'한편 찍는데 천만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했던 예처럼 울산 시민들에게도 축제 참여에 대한 홍보를 통한 설득이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처용문화제는 예산이나 축제 콘텐츠면에서 큰 틀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시민 참여를 대폭 늘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빠른 시일내에 문화예술 전문 위원들로 구성된 실무소위원회를 새로 꾸려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48회째를 맞는 처용문화제가 명실상부한 울산의 대표적 시민축제로 다시금 자리매김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변 위원장은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처용문화제에 대한 관심을 가진 시민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겠으니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시민들에 대한 당부도 있지 않았다.

 변양섭 처용문화제추진위원장은 현재 울주민속박물관장, 울주문화원장 등을 역임하고 있으며 그동안 울주군의회 의장 등을 거치며 지역 사회 및 향토사 부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펴왔다. 한편 제48회 처용문화제는 오는 10월 2일~5일 나흘간 울산문화예술회관 및 달동문화공원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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