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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마투전(飮馬投錢)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대로 뜻을 풀어 보면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할 때 먼저 돈을 물속에 던져 물 값을 낸다는 뜻이다. 중국의 고서 삼보결록에 전해오는 사자성어다. 오늘의 언어로 풀면 '공짜는 없다'는 이야기다. 만물의 이치는 순리가 있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공자왈'로 들린다. 맞다. 가끔은 입을 벌리고 있을 때 홍시 하나 떨어질 수도 있고 무심히 산 로또가 1등으로 당첨되는 일을 꿈꾸는게 사람이다. 하지만 노력에 따라 결과를 얻고 그 이상을 바라면 과욕으로 낭패를 보는 일은 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임은 어쩔 수 없다. 우연을 필연으로 생각하는 억지가 만연한 사회이기에 이런 이야기까지 하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飮馬投錢(음마투전)'의 '飮'은 '마시다'라는 뜻이고, '食(식)'은 '먹다'라는 뜻이므로 '飮食'은 '마시고 먹다'라는 뜻이다. '馬'는 '말'이다. 그러므로 '飮馬'는 '말에게 마시게 하다'라는 말이 된다. '投'는 '던지다'라는 뜻이다. '錢'은 '돈'이기에 당연히 돈을 던진다는 의미다. 결국 음마투전은 '말에게 마시게 하고, 돈을 던지다'라는 뜻이 된다. 이는 옛날의 선비들이 말에게 강물을 마시도록 한 뒤에, 강물이라도 거저 먹이는 것이 싫어서 그 값으로 강물에 동전을 던졌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공짜를 싫어하는 선인들의 경구 같은 의미지만 인생의 '무임승차'를 꿈꾸는 이들에겐 여전히 '공자왈'로 들릴 수도 있다.

 선거의 계절이다.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지역의 대표로 손색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언제부턴가 지방자치는 지방권력의 재구성으로 여겨지고 있다. 출향했던 인사나 중앙에서 자리값이나 하는 이들도 지방권력의 핵심에 앉기 위해 선거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스스로에 대한 판단력을 갖추지 못한 이들의 출사표다. 그들의 출사표엔 수식이 많다. 화려하고 때로는 매혹적이다. 하지만 형용사를 빼고 다시 한 번 읽어 보면 가벼움과 천박함이 낯빛을 붉게 만든다. 바로 그 점이다. 한 사람의 판단이 지역사회를 갈라놓고 공직사회를 혼란으로 빠뜨린 예는 무수히 많다.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울산시민들이 걱정하는 점도 이 문제다. 현직국회의원들과 국회의원을 지낸 분들이 울산의 내일을 위해 스스로 일꾼이 되겠다는 명분은 더 없이 기뻐할 일이다. 다만 출마선언과 함께 시작된 표심의 바람몰이가 지역사회를 흔들어 혼란과 분열로 이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비록 출마 당사자들이야 이전투구나 유언비어에 흔들리지 않으리라 마음을 다잡고 있겠지만 선거판은 일단 뚜껑이 열리는 순간 마귀의 잡술이 난무하기 마련이니 걱정이 기우로 끝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선거판은 흑색선전과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상대를 비방하기 마련이다. 심지어는 자신도 잘 모르고 있던 과거사를 들고 나와 비방하는 바람에 그 동안 쌓아올린 명성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많다. 유권자들이나 상대 후보들은 후보를 마치 도마 위에 올려놓은 생선을 횟감으로 만들 것인가 매운 탕감으로 만들 것인가를 놓고 칼질하듯 자신의 눈높이에 맞추어 샅샅이 검증하기 때문에 흠결이 있는 사람이 후보로 나설 경우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 선거에서는 자신의 인생역정이 백일하에 드러나기 때문에 흠결이 있는 사람은 당선은 커녕 돈 잃고 명예 잃고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흠결이 많은 인물은 선거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나서고 싶다면 '음마투전(飮馬投錢)'을 곱씹어 보라는 이야기다. 다만, 새벽부터 동네 시장 바닥을 누비고 행사장 마다 몸을 낯추어 인사하는 일을  '투전(投錢)'으로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소원을 말해봐'라며 유권자들의 알라딘 램프가 되어줄 것 같은 감언이설이 '투전(投錢)'은 아니다. 적어도 선거판에서의 물값은 그런 따위의 표심 마케팅으로 상쇄할 수 없는 무게가 있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자신이 지금 이 선거판에 뛰어 들었는지를 당당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바로 그 당당함은 자신의 과거다. 유권자들은 안다. 당당한 척하는 것인지, 정말 당당한지를 물값으로 계산하고 있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를 보는 유권자들의 눈높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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