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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의 금령촌은 현 동쪽 30리에 있다. 푸른 시내와 땅이 비옥하여 경작하기에 마땅하다. 장시가 있는데 재물을 벌기에 충분하다. 진천읍촌은 큰 하천에 붙어 있으며, 들이 매우 평편하여 벼를 심기에 마땅하여 흉년이 들어도 수확이 적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잊기에 충분하다. 사인들이 이르기를 '살아서는 진천에 거하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힌다.' 하였는데, 진천은 비옥한 토지가 많고, 용인은 아름다운 산기슭이 많기 때문인 것이다.(龍仁之金嶺村 在縣東三十里 綠溪地沃宜耕稼 賓旅輻湊 有?市 可資貨財 鎭川邑村臨大川 野甚平衍 宜?稻 可以忘?荒 士人謂生居鎭川 死葬龍仁 鎭川多肥土 龍仁多佳麓故也)" 이글은 성해응(成海應,1760∼1839)이 지은《연경재전집(硏經齊全集)》<명오지(名塢志)〉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세간에서 흔희 쓰는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去龍仁)' 이 여기에서 비롯됐다.

 전거에는 '사거용인(死去龍仁)'이 아닌 '사장용인(死葬龍仁)'으로 찾을 수 있으며 '생거진천사거용인'의 의미를 선비의 입을 통해 생성된 표현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 이유를 성해응은 '진천은 비옥한 토지가 많고, 용인은 아름다운 산기슭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 자들은 구태여 '환생한 남편 유형', '개가한 어머니 유형', '천재지변형', '저승사자형', '경제적 궁핍형', '애정 결핍형' 등 설화와 연관시켜 연구의 폭을 확장하시키고 있다. 선행 연구를 살펴보면, 최창조는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라는 말은 지역 설화에서 나온 것, 김성환은 '사거용인'의 의미는 '효'를 중시하던 유교적 성리학 관념에서 출발한 것, 홍순석과 이종구는 '생거진천 사거용인' 설화의 발상을 용인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인 최유정 혹은 이애의 행적에서 찾으려고 했다. 윤승준은 "효행설화라기보다는 환생설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했다.

 '생거진천 사거용인' 이라는 형식이 유일한 것은 아니다. '생거남원 사거임실(生居南原 死去任實)', '생거화일 사거임천(生居禾日 死去林川)', '생거춘천 사거철원(生居春川 死去鐵原)' 등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으며 사례의 공통점은 생몰의 장소를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활용적 측면에서 '생거진천 사거용인'이 대표적이라 말할 수 있다.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형식의 말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관심을 두는 곳이 있다. 당연히 충북 진천과 경기도 용인지역이다. '생거진천 사거용인'이라는 말에 등장하는 진천과 용인은 양태과 음택, 웰빙지와 웰다잉지 등 상반된 시민정서로 나타난다. 진천은 이미 양택과 웰빙지로 브랜드 화하여 홍보하는 반면 용인은 음택과 웰다잉지 등 서거지의 이미지가 강해 행복한 삶의 정주지로 브랜드화하기엔 쉽지 않은것 같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용인학(龍仁學)을 통해 설화를 활용한 '효행지(孝行地)'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울산에도 생몰을 묘사한 시를 찾을 수 있다. 서장성(徐章聲, 1880∼1952)이 주인공이다. 중구 태화동 666-1번지 오산 명정천가 돌에는 서장성(徐章聲)이라고 큼직하게 쓴 글자 좌우에 작은 글씨로 '生長禾末亭 老終鰲山 淸江十里 綠竹千竿 佳城一畝 精舍數間 歲月雖遠 口碑尙傳)'이라는 글자가 함께 새겨져있다. 새겨진 글은 본인이 생전에 새겼을 가능성보다 사후에 누군가 시를 지어 새긴 것으로 보인다. 풀어보면, '(서장성은) 말정(禾末亭)에서 나고 자랐으며 늙어 오산에서 생을 마감했네.(유택주변에)맑은 강은 십리로 흐르고 푸른 대나무는 빽빽하네. 산소 가까운 볼록한 이랑에는 몇칸으로된 정사가 있네.(이러한 풍광은)세월이 비록 멀어졌다해도 입으로 항상 전해지리라.'

 이러한 형식은 매장문화가 중심적일 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대학문에 있어서는 '장례문화학과'가 시의성에 맞추어 '생사문화학과'로 개칭하는 이유도 장례중심에서 삶의 문화도 더불어 조명해야한다는 당위성에서 변천되고 있다.

 앞으로 태화강 둘레길 문화관광, 생태관광, 자연관광 등 기회에는 오산에 이르러 현존하는 명정천, 만회정(晩悔亭), 관어대(觀魚臺)와 멸실된 학천(鶴天)의 학, 용학(龍壑)의 용 등과 더불어 '생장말정 노종오산'의 싯구도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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