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0세가 되어 우리가 느끼는 충격은 대단합니다. 나는 젊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나를 늙은이 취급하니까요."(190쪽)

 요즘 노인은 과거 노인과 다르다. 옛날에는 스스로 노인이 되는 시기를 정했다. 힘이 부치면 자녀에게 재산과 권한을 물려주고 물러나 노인이 됐다.

 오늘날에는 사회가 노인이 되는 기준을 정한다. 정년퇴직과 연금 등이 잣대다. 늘어난 수명이 관건이다. 20세기 초 40대 후반이던 기대 수명이 이제 80세를 넘어섰다. 육체적·정신적으로는 팔팔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노인 취급 받는 이들이 양산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요즘 노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과거 조상이 체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기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간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프랑스의 저명한 '노인'들이 육체, 정신, 사회라는 세 관점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점을 살펴본 책이다.

 미국 MIT에서 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자 조엘 드 로스네(77)는 인간이 왜 늙는지 최신 과학 성과를 토대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건강하고 활기차게 오래 살 방법도 제시한다. '사이콜로지 매거진'을 발간하는 언론인 장 루이 세르방 슈레베르(77)는 노년에 찾아오는 정체성 혼란에 대해 썼다. 새롭게 형성되는 타인과의 관계를 성숙하게 이끌 방안을 전한다.

 방송국 프로듀서 등으로 일한 프랑수아 드 클로제(81)는 육체적·정신적 노년과 맞지 않는 현재 정년 체계와 복지시스템의 문제점을 해부했다.

 저자들은 "노인이 되는 순간 몸과 정신, 사회생활, 가족 관계 등 모든 것이 바뀐다"고 전제하면서 "현실을 부정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이어 "이런 현실 회피는 다른 사람들의 외면을 부르고 사회로부터의 분리를 가속화할 뿐"이라며 늙어가는 자신을 인정하고 현실을 똑바로 마주 대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생생한 사례로 설득한다.

  또 건강 자본을 구축하자며 '바이오노미'(bionomy)를 제안한다. 바이오노미는 생물학과 관련된 개념으로 '삶의 경영'을 뜻한다. 책은 바이오노미에 대한 구체적 개념 설명과 함께 체형, 수면, 대인관계, 스트레스 등을 잘 관리해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소개한다. 칼럼니스트 도미니크 시모네가 각 저자에게 분야별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는 형태로 구성됐다. 권지현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겸임교수가 번역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