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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의 비결로 세상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살아보는 것이라 말하는 박성규 시인.

울산에선 드물게 여덟번째 시집을 낸 박성규 시인(현대중공업 근무)을 지난 주말 한 까페에서 만났다.

 선박설계를 하는 근로자 시인으로 조명받았던 그가 오랜만에 선보인 이번 시집의 표제작은 '오래된 곁눈질(사진)'.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래 틈틈히 시 창작을 병행해 온 과정을 오랜 '곁눈질'로 표현한 것이다.

 물론 그의 시를 읽다보면 이렇게 단언하는 게 잘못임을 금새 알게 된다. 작품해설을 맡은 백인덕 시인이 얘기하듯 그의 시에는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시작법상 말 재롱'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말장난이 쉽지 않다. 처음에는 재미있는데 그 웃음 뒤에 서늘한 깨달음이 곧 뒤따르기 때문이다. '수련'이 대표적인 예다.

 '옹자배기에 발 담그고 서 있는/ 연, //무릎까지 물 찰 날 기다리며 힘겹게 서 있는/ 연, //풍경소리에 눈 흘기며 고개를 흔들어 보는/ 연, // 법당 앞 수련(水蓮)이 수련(修鍊)중 - '수련' 전문

 '물위에 뜬 연꽃'인 수련과 '단련하다'란 뜻의 수련을 동시에 써 말재미를 극화시켰다. 그런데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불교용어다보니 이 말장난이 그리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 그는 오랜 불교신자로, 그의 작품 밑바닥에는 불교의 핵심사상이나 실천법들이 깔려 있다.

 그가 시를 쓰는 이유 역시 불교에서 흔히 얘기하는 '깨어있기 위한' 작업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회나 조직이 은연중에 교육하고 주입시키는 것에 길들여져요. 저 역시 돈버는 기계로만 살지 않기 위해 시를 쓰며 늘 깨어있으려고 노력했어요. 사회 시스템대로, 늘 주어진 일을 반복하며 사는 게 내가 세상에 태어난 진짜 이유는 아닐거 아니예요."

 그러면서 시인은 세상에 자기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시였다고 했다.

 "만약 제가 노래를 잘했다면 가수를 했을 거예요. 노래도 좋아하거든요. 근데 어릴때부터 글솜씨는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청소년시절 문학활동도 열심히 했고 취업 후에도 사내 문학회를 창설, 틈틈히 문학활동을 했거든요. 등단한 뒤에는 거의 해마다 시집을 냈어요. 시는 제 삶의 확인작업이자 세상에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죠."

 일하며 틈틈히 떠오르는 시상을 적은 초고만 3,000여 편에 달한다. 다작의 비결을 묻자 그는 "세상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살아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 시인은 "예술처럼 직접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어요. 그래서 시 쓰는 작업을 굉장히 중요히 여겨요. 근데 자꾸 쓰다보니 알겠더라고요. 정작 시가 의미있으려면 독자들이 그만큼 시를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8번째 시집까지 내면서 가장 바뀐 부분이 제 시를 읽을 누군가를 위한 시를 쓰는 거였어요"

 '방어진행 노선버스 1004' '성원쌍떼빌 113동 1202호'처럼 일상적인 소재와 쉬운 언어로 쓰인 시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시들은 쉽게 읽히는 한편 뭔가로 머리를 맞은 듯한 여운을 남긴다.

 끝으로도 그만의 말장난을 남겼다.

 "앞만보고 사는 건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요. 곁눈질도 하면서 살아야지. 그리고 내 자신만 볼게 아니라 옆도 좀 살피면서 말이예요. 그게 진정한 곁눈질이라고 생각해요."

 박성규 시인은 경주출신으로 2004년 '시인정신'으로 등단했다. 시집 '난장이들이 부르는 노래''아버지의 면도기''풍선불기''멍청한 뉴스' 등을 펴냈으며 '포엠포엠'의 전신인 '주변인과 시'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대구문인협회, 시와여백, 시나루, 포엠포엠작가회의 회원이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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