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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봄인가 싶더니 벌써 한낮의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는 더위를 느끼고 있다. 이맘때면 산업 현장보다 더 바쁜 곳이 농촌이다. 우리 농촌은 지금 이 시점이 한해의 농사를 가늠하는 중요한 때다. 농촌 사정이야 이런저런 정보로 도시인들이 조금은 알고 있겠지만 실제로 농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고통은 필설로 다하기 어렵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일손이다. 청년층이 떠난 농촌은 지금거의 빈사 상태다. 고급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당장 허드레 농사일조차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인력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필자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학창시절 공부와 함께 농사일을 도우면서 커왔다. 한마디로 농사일은 이골이 나도록 해보았다. 그러다가 군복무와 직장생활을 하면서 농촌을 떠나게 되면서 지금은 농사철이 되면 고향을 방문해서 농사일도 돕고 부모님 안위도 보살피는 반은 직장인 반은 농군이 되었다.

 지금 농촌은 젊은이는 떠나고 60대 이상 노령인구가 급증하는 이른바 초고령화 시대에 직면해 있다. 그러다 보니 본격적인 영농철인 모내기나 가을철 수확기에는 젊은 일손이 모자라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요즈음 농사일은 기계가 도입되어 모내기나 벼 수확 작업 등은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경운기 등이 사람의 일손을 덜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계작업에 앞서 농사일의 사전준비는 결국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옛날식의 농사일로 쌀 한 톨을 수확 하려면 사람손이 백번은 거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농사일은 사람의 손작업이 수없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본격적인 농사철에는 부엌의 부지깽이도 일손을 도와야한다고 했다.

 지난 휴일에는 아침 일찍 동생이 농사짓고 있는 고향으로 우리가족과 여동생네 가족 등 10여명의 대 부대를 데리고 일손을 돕기로 했다. 그날은 모내기 사전준비인 육묘상자 만드는 작업으로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육묘상자에 상토를 넣고 볍씨를 뿌린 후 다시 상토로 복토한 육묘상자를 일정한 곳으로 옮겨 쌓는 완전 수작업이다. 어른이나 초등학생 아이들 할 것 없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작업을 하는데 한 사람이라도 게으름을 피우거나 딴청을 부리면 작업이 중단되는 일이라서 온 가족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2,000여개의 육묘상자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늦은 오후 고된 일을 마친 후 가족들은 피곤한 몸으로 각자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날 저녁부터 평소에 안 쓰든 근육을 쓰다 보니 내리 일주일 동안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농사일이 이렇게 힘든 것인 줄을 새삼 느꼈다.

 우리나라 전체인구 5,000만명중 10%에 불과한 500만명이 농촌에 살고 있다. 이렇듯 우리농촌은 소위 "젊은 피"가 모자라서 소농 위주인 우리나라 농촌사회의 붕괴가 머지않았음을 새삼 느끼고 있다. 도시는 인구가 넘치고 농촌은 노인들만 있으니 도 농간 균형발전은 고사하고 농촌사회의 피폐화는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다.

 이에 농협에서는 부족한 농촌일손을 일부나마 해소하기 위해 일자리 참여자에게는 맞춤형 일자리를 공급하고 농업인에게는 꼭 필요한 일손을 찾아 주기위한 '농촌인력 중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자리 참여자에게는 새로운 소득원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하고 일을 하다가 다칠 경우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해 주는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해 주기도 한다. 신청접수 문의는 가까운 농협시군지부나 지역농협으로 하면 된다. 일자리가 필요한 도시민이나 일손이 필요한 농업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제도라 생각된다.

 바쁜 농사철 재래식 부엌에서 부지깽이도 일손을 도왔듯이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이해서 도시민들의 여유 인력이 적극적인 일손 돕기가 필요한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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