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주 날아다나는 새는 문득 그물의 재앙이 있으며 발걸음이 가벼운 짐승은 화살로 인한 상처의 화가 없지 않다.(數飛之鳥 忽有羅網之殃 輕步之獸 非無傷箭之禍)" 이 말은 야운(野雲) 비구(比丘)가<자경문(自警文)〉에 쓴 글이다. 치어는 물가에서 놀지만 성어는 깊은 물속에 있어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모든 일에 신중하기 때문이다. 짐승도 행동에 조심하거늘 하물며 사람은 오죽하랴. 사람 중에 어떤 일에 조심스럽지 못하고 자기 말과 행동만이 진실인양 가볍게 하는 것을 두고 세인들은 '방정 떤다.' 혹은 '방정 맞다.' 고 말한다. 강조하면 '오두방정'이라하며 심하게는 '오두발광(發狂)'이라한다.

 조류 중에도 '방정새'가 있다. 할미새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할미새는 미끈하고, 늘씬한 몸매에 긴 꽁지를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방정새'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꼬리를 한 시 반시도 쉬지 않고 위아래로 깝죽깝죽 들까불며 빠르게 걸어 다니기 때문이다. 할미새의 다른 이름은 장비조(張飛鳥)이다. 연유는 날아갈 때 긴 파도모양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기 때문이다. 하나는 꼬리 흔드는 것을 다른 하나는 날아가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역에 따라 '까불새'라 부르기도 한다. 그 연유는 꽁지를 상하로 잠깐도 쉬지 않고 흔들고 다니는 것이 마치 사람이 가벼운 행동을 하는것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속담에 '할미새 꽁지방정'은 할미새의 꼬리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해서 생성된 적절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할미새의 영어 이름은 'wagtail'이다.  '흔들다(wag)'와 '꽁지(tail)'의 합성어이다. 이름에서 확실한 할미새의 습성을 알 수 있다. 할미새의 일상 행동은 민요 가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저 할미새 이리로 가며 히빗쭉 저리로 가며 꽁지 까불까불 뱅당당 그르르 사살맞은 저 할미새 좌우로 다녀 울음 운다."(민요, 새타령 중)
 "저 할미새, 이리 가며 팽당 그르르 저리 가며 팽당 그르르 가가감실 날아든다."(창악대강의 새타령중) 민요<새타령〉에 등장하는 할미새 대목이다.

 문학속의 할미새는 '종종걸음 할미새', '방정맞고 호들갑 뜨는 할미새' 등 행동이 가벼운 새로 묘사된다.
 한자어는 척령이며 척령(脊令)으로도 쓴다. 척령(脊令)은 긴급을 알리는 펄럭이는 깃발이다. 할미새가 새끼를 기르는 육추기에 천적 혹은 포식자가 둥지 가까이 다가오면 경계소리를 내면서 분주하게 공격한다. 이러한 모습이 화급함을 알리는 척령의 나부낌을 연상했기 때문이다. 척령은 '시경(詩經)'에서 '척령재원 형제급난(脊令在原 兄弟急難)'이란 문구로 형제의 위급함을 알리는 상징으로 쓰였다. 그 외에도 옹거조, 거조(渠鳥) 등 이름이 몇몇 더있다. 이는 도랑, 냇가 등 할미새가 사는 서식환경에서 연유한 이름이다. 한편 할미새를 설고(雪姑)라고도 부른다. 백발의 할머니 모습을 연상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할미새의 할미에서 할머니를 연상할 수 있으나 사실은 꼬리를 흔드는 새라는 의미에서 '할미'라는 이름이지 하얗게 머리 센 할머니와 연관성이 없다.

 조선시대 중종22년(1527년)에 최세진(崔世珍)이 지은 한자(漢字) 학습서인 훈몽자회(訓蒙字會)에는 '옹거는 물새인데, 곧 적령이다. (?渠鳥水鳥 卽脊令)'라고 하여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할미새가 물가에서 자주 관찰되는 것은 그곳에 먹이가 있기 때문이다. 할미새의 생태 습성을 알고 보면 꽁지방정은 사람의 오두방정과 다르게 고도의 생존 전략적 진화에서 비롯된 행동임을 알 수 있다. 할미새는 식충성 조류이다. 곤충은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빠른 날개짓을 한다. 할미새의 꽁지 움직임은 빠른 곤충을 잡기위해 일종의 도움닫기 행동이다. 마치 테니스선수가 움직이면서 리시브하는 것과 유사한 행동으로 봐도 무방하다.

 할미새가 간혹 기와지붕의 틈새 공간에 둥지를 틀면 어른들은 집안이 번성하고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 믿어 좋아한다. 논밭, 강가 빨래 터 등 우리의 삶 가까이에서 부지런히 먹이 잡아 새끼를 키우는 행동은 우리들의 부모를 떠올리게 하는 친숙한 새이기 때문이다.

 매년 할미새가 물가에 둥우리를 만들다가 한해 물가에서 멀리 집을 지으면 그해 홍수가 난다는 속담도 홍수가 나면 물이 범람하여 둥지가 물에 잠기기 때문일 것이라는 선조들의 사려 깊은 생태 관찰에서 생성된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