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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1일, 오전 11시경, 태화강관리단소속의 근로자 6명가량이 명정천의 풀숲을 헤치면서 뭔가를 캐내고 있었다.
 캐내서 하천위로 올려놓은 것은 '소리쟁이'다. 어릴 때 국이나 나물로 먹고 뿌리는 약재로 이용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현장에서 작업을 지시했다는 작업반장은 "땅을 산성화시키는 나쁜 식물"이라서 태화강 전체적으로 다 뽑아내고 여기만 남았다고 했다. 환삼덩굴과 함께 유해한 식물이라 주장했다.
 계속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태화강관리단에 물어보라면서 역정을 냈다. 이내 작업을 하다 말고 인부들을 태워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렸다.
 이에 식물전문가들은 "소리쟁이는 산성화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로는 알려져 있어도 이 식물이 산성화 시킨다는 이야기는 알려진 것이 없다"고들 했다.


 "소리쟁이 열매가 익으면서 검게 말라 보기 싫어 뽑아 달라"는 민원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또 "소리쟁이가 너무 많이 나서 개체 수 조절 차원에서 뽑아야 안 되겠냐?" 라고 태화강관리단 담당은 거듭 강조했다.
 그는 소리쟁이는 태화강에서 환삼덩굴과 함께 유해식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식물전문가들은 "소리쟁이는 물속이나 물가에 모두 나서 빠르게 성장하기에 오히려 수질을 정화하는 능력이 다른 식물에 비해 뛰어날 수 있다. 씨앗이 익어 보기 싫다면 수질 정화를 통해 오염물질을 먹고 자란 후에 씨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베어내면 된다"고 말했다. 하수가 일부 섞여 내려오는 명정천 수질개선을 통해 태화강물을 맑게 하는 소리쟁이를 지금 제거하는 것은 거꾸로 행정이고 세금 낭비적인 작업이라고 잘못된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명정천에서 작업자들은 풀을 헤쳐 나가면서 논에서 피를 뽑아내는 모습으로 소리쟁이를  찾아 캐내고 있었다. 군락으로 자라 다른 식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다른 유해식물들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보였다.
 현장상황을 설명해도 태화강관리단 관계자는 끝까지 유해식물이라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태화강 소리쟁이 중에 군락을 나서 문제가 된 지역 사진이나 뽑아낸 양과 처리결과에 대한 물음에는 답을 주지 않았다.


 장정 6명 인력에게 들어간 인건비는 세금이 아니냐고 물었다. 태화강관리를 위해 진짜 필요한 일은 제쳐두고 보기 싫다는 민원전화 한 통화(사실 확인이 안됨)로 인해 아까운 자원을 뽑아내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세금 내는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민원을 제기한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 그대로 행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시민들에게 바르게 가르쳐 주는 것도 행정이 할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세금낭비 하는 보여주기 식 행정은 이제 그만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유해식물이라 함은 인간이나 동물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돼지풀 종류들의 꽃가루가 천식, 비염, 아토피를 유발하는 독성으로 피해를 준다. 그리고 고유의 생태계에 들어와서 토종식물들의 삶을 방해하는 일들을 하는 일이다.
 태화강 대나무를 힘들게 했던 가시박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 환삼덩굴이다.
 태화강과 명정천은 공원 안의 연못이 아니다. 자연그대로의 하천이다. 생태관광지역으로도 선정될 만큼의 생태하천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잘 꾸며진 공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태화강이 생활하수로 몸살을 앓다가 물이 맑아졌다. 연어, 황어가 오고 있다. 수천의 백로와 수만의 떼까마귀들도 겨울과 여름에 울산을 찾고 있다. 각종 새들도 오고 있다. 그에 못 지 않게 방문객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들이 보고 싶어 하고 살고 싶어 하는 태화강은 인공적인 포장된 공간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강의 모습이길 원한다.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게 생태계다. 지저분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 모습들이 생태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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