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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운영에서 화합과 조화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화합과 조화를 어우르는 대표적 단어를 선택하라면 서슴치않고 태화(太和)이다. 태화는 연호에 등장할 만큼 시대적으로 필요한 실천사항이었다. 대화(大和), 태화(泰和) 등과 유사 의미로 사용하였다. 신라 진덕여왕은 재위1년(647)때 태화를 연호로 사용하였다. 중국의 경우 위(魏, 227∼232), 후조(後趙, 328∼329), 성한(成漢, 344∼345), 동진(東晋, 366∼371), 북위(北魏, 477∼499), 당(唐, 827∼835), 오(吳, 929∼934) 나라 등에서 각각 연호로 사용하였다. 이는 국가 운영에서 화합과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하는 사료이다.
 울산에서 태화는 태화강, 태화교, 태화루, 태화사 순으로 친숙한 단어이며 자주 듣는 말이다. 이는 태화루의 재건에 따른 준비과정은 물론 2년 7개월의 공사기간(2011.9∼2014.5)중  신문·방송 등 지속적인 보도가 한몫했으리라 생각된다. 최종 임진왜란의 피해로 멸실된 태화루는 옛날 태화사의 종루였다고 한다. 이러한 예는 평양의 부벽루가 원래 부속 건물 영명루에서 비롯되었다 고하니 태화루의 경우와도 유사하다하겠다.
 멸실된 울산의 태화사는<삼국유사〉황룡사구층탑 조에서 찾을 수 있으며 당나라 태화지(太和池) 설화에서 비롯한다. 자장스님은 당나라 유학 중 오대산 태화지 신인의 권유를 받고 귀국 후 하곡현 남쪽인 울주에 있는 태화사에 사리를 봉안하였다.
 루는 강가 높은 곳 경치 좋은 곳에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려의 한림학사 김황원(金黃元, 1045∼1117)은 "긴 성 한쪽으로 풍부한 물이 흐르고 넓은 평원에는 점점으로 산이보이네(長城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으로 표현하여 부벽루에서 본 대동강 주위의 경관은 무척 좋았나보다. 고려 한림학사 노봉 김극기(金克己, 1150경∼1204경)는<太和樓詩序〉에서 "강물이 용용하고 양양해서 만경(萬頃)이 한결같이 푸르다…."고 읊어 태화루에 올라 태화강을 본 경관도 부벽루 경관에 못지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태화강 수량이 많은것이 용용하고 출렁거리는 것이 양양한 것은 가지산 쌀바위와 백운산 탑골샘 두 곳의 물이 발원하여 합수되어 태화루 앞을 흐르기 때문이다.
 이제 태화루가 위용을 드러내니 울산에 사는 자부심이 더 생긴다. 반면 잘 활용하고 오래토록 간직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관점에서 울산시민은 같은 마음으로 한결같이 모든 재앙으로부터 태화루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한다. 특히 전각, 누정 등 목재 건축물은 불에 절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시민 모두가 소방관의 마음가짐 으로 예방에 철저를 기해야겠다. 2008년 2월 11일 숭례문의 화재에서 뼈아픈 경험을 잊지 말아야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앞선 세대는 건축물의 신축만큼 화재예방을 위해 무척 고민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건축물이 크고 웅장할수록 화재의 예방을 위한 그림, 글자, 소금단지, 연못 등 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용마루의 치미, 사래의 용면화 내지 용면와, 대들보의 용 및 학, 마룻대의 용과 거북이 등 안팎에서 이중, 삼중으로 예방하고 있다.
 태화루에도 예외는 아니다. 4개의 대들보에는 용, 학, 소나무, 거북 등의 그림과 글자를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용은 상상의 동물로 물을 관장하는 신으로 인식한다. 학 또한 습지의 신으로 물새중 대표종이다. 특히 소나무와 함께 그려진 학은 십장생의 관점에서 보면 장수를 상징하지만 화재로부터 건축물을 보호하는 관점에서는 소방관의 역할이다. 소나무는 점안식에 쇄수의 도구로 사용하며, 과거 산불에서는 진화의 도구로 유일하게 소나무가지를 이용했다. 거북 역시 물에서 산다. 
 화재의 예방을 위한 비보는 사찰에서 단청, 벽화, 연못, 설화 등 많이 나타나고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 뒤에 모셔진 선묘각(善妙閣)은 용으로 변한 선묘(善妙)를 모신 곳으로 화마로부터 사찰을 예방하는 상징이 있다. 통도사의 화재예방 비보 및 의식은 대웅보전 옆 구룡지와 항화마진언, 매년 단옷날 용왕재 의식을 통해 각 전각의 소금단지 교체 등으로 화마로부터 건물을 예방하고 있다.
 이제 동해의 팔용, 태화강의 황용, 선바위의 백용, 구수리의 이무기, 삼동골의 삼용 등 울산의 용신께 고하노니 태화루를 지키고 보전하는데 미물과 사람 간에 능소가 어찌 있으리까. 모두 합심하여 태화루 근처에는 화마의 그림자조차 얼신거리지 못하게 하소서. 진월(眞月)이 있어야 영월(影月)이 있듯이 태화루가 있기에 태화루의 문화가 창출되는 것이다. 태화루의 자랑은 울산지역만이 창출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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