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대적으로 생태인문학이 대세인 것 같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만나서 상승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울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생태학 혹은 생태인문학 강의가 종종 눈에 띤다. 생태인문학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만남 혹은 통섭으로 접근되며 그 목적은 실용 및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상승효과에 있을 것이다. "학문이란 본래 현실에 적응할 수 있어야 귀한 것"이라고 신흠(申欽, 1566∼1628)이<휘언(彙言)〉에서 강조한 것을 보면 역시 학문은 실용적일 때 그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생태인문학 강의 활성화는 정서함양고취에 많은 도움을 줄뿐 아니라 주관적 오해와 편견을 객관화시켜 이해와 창달을 유도하는데도 한몫을 하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몇 가지 사례를 언급한다.

 전안례(奠雁禮)는 나무로 만든 기러기를 예식때 신랑이 신부 집으로 찾아가 전해주는 것으로 기러기는 산란을 많이 하고, 혹 배우자가 백년해로를 하지 못하고 죽어도 다시 배우자를 만나지 않는다(攝盛不再偶之義)는 의미로 답습하고 있다. 기러기가 알을 많이 낳는 이유는 생태학적으로 먹이사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많은 산란으로 포식자로부터 일정 개체가 희생되더라도 종족을 보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암수중 한 마리가 죽으면 다른 짝을 찾는다.

 전안례는 북송의 유학자 정이천(程伊川, 1033∼1107)이 말한 "굶어 죽는 것은 작은 일이요. 절개를 잃은 것은 큰일이다"라고 하여 과부에게 수절을 강요하고 재혼을 어렵게 만든 열녀의 명분 측면에서는 가능하나 한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는 자녀양육 및 교육관 그리고 다문화와 이혼율 증가, 재혼의 일반화에서는 답습은 가능하나 시대적으로 의미의 무게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기러기는 매년 수만리 장천을 날아서 월동지와 번식지를 오고가는 철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번식하지 않는다. 이에 전안례의 의미를 다산이나 수절이다보니 함께 사는 동안 기러기가 구만리 장천을 이동해 일생을 보내듯이 새로 출발하는 신혼부부에게 인생 앞날에 있을 수 있는 닥쳐올 여러 가지 어려움을 슬기롭게 더불어 헤쳐 나가기를 바라는 시의적 의미로 인식 변화한다면 한 자녀와 이혼이 급증하는 시대적 환경에서 더 알찬 생활에 힘쓰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의 신혼부부에게 전안례를 대신할 수 있는 '전무연탄례'는 어떨까? 1961년 무연탄(일명 '19 공탄')에 대한 규격의 행정고시에 의하면 무연탄은 1개 무게 약 4.5㎏, 열량 4,900∼4,600k㎈이다. 무연탄은 검게 시작되지만 불을 붙이면 화력이 상당하다. 그리고 끝내 흰 재로 남는다. 인생의 여정에 비유하면 청춘의 검은 머리로 만나 불같은 정열로 열심히 살다가 흰 머리카락으로 마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검은 머리 파뿌리의 비유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 현실적 느낌이 전해지지 아닐까.

 원앙금침(鴛鴦衾枕)은 신혼부부의 잠자리 이불을 말한다. 원앙은 부부애가 좋아 늘 붙어 있으면서 사이좋게 지내는 새라고 해서 부부 금슬을 상징한다. 원앙의 수컷은 화려한 색상의 멋진 깃이 있다. 물론 번식기때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번식기가 끝나면 깃이 빠지고 볼폼이 없다. 반면 암컷은 보호색의 깃을 갖고 있다. 원앙에 부부금슬을 비유한 것은 번식기때 암수가 지척 간에 붙어다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자기와 교미한 암컷이 다른 숫컷이 넘보지 못하게 주위를 경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암놈은 색상이 화려한 깃의 또 다른 숫컷이 등장하면 곁에 있는 숫컷을 따돌리고 기회를 엿보아 또 밀월을 즐긴다. 그 이유는 튼튼한 개체를 갖기 위한 자연의 섭리이다. 원앙의 숫컷은 번식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단독 혹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어느 가수는 '영원히 변치 않을 원앙이 되자'고 노래하고 있다. 원앙금침, 원앙이 되자 등의 표현은 인문학의 허용 및 활용이며 현상이다.

 '그녀에게(Talk to Her)'는 비둘기로 환생하여 연인의 창가에서 '쿠쿠 루 쿠쿠(Cucu ruc cucu)'로 운다는 애절한 사연의 영화이다. 현실적으로는 비둘기로부터 고궁의 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해 그물망 부시를 설치해 비둘기의 접근을 막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둘기의 울음소리를 '구구(鳩鳩)'로 들어 구(鳩)가되었으며 또한 먹을 것이 없어도 교미는 자주한다하여 이름이 합(鸽)이 되었다.

 <지장경〉에는 "사음하는 자는 참새, 비둘기, 원앙이 되는 과보를 받는다.(若遇邪淫者 說雀鸽鴛鴦報)"하였다. 이제 사랑의 상징물로 기러기, 원앙, 비둘기는 수절, 정조 등의 상징적 의미로는 추천하기 어렵지 않는가. 열거한 사례에서 지금까지 다수가 믿는 사실과 진실이 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어 사랑의 상징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민속적 의미와 인문학적 활용은 시의적(時宜的) 접근으로 유동성이 있을 때 지속성이 있다. 사람의 정서를 기러기, 원앙, 비둘기에 비유하는 것은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생태인문학에서는 가능하다. 생태인문학 강의가 흥미로운 것은 현대인의 삶에 정서함양 고취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