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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사람은 눈빛이 다르다고 합니다. 풀 한포기 돌맹이 하나에서 삶의 소중함을 읽고 순응과 질서를 배우는 이가 바로 자연을 닮은 사람입니다. 울산신문이 창간 8주년을 맞아 기획한 '영남알프스에 숨은 폭포 이야기'의 필자 진희영 님이 들려주는 영남알프스에 숨은 폭포이야기는 우리 옆에 있는 영남알프스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사회는 속도의 시대가 낳은 폐단을 절절히 느끼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통해 속도에 대한 경계를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은 우화 속의 느림에서 빠름에 대한 경계를 읽지 못했고 느림의 끈기와 일관성을 외면했습니다. 고도성장의 토끼뜀에 열중한 우리는 속도의 가장 중심에 있던 울산에서 오늘의 시대를 보냈습니다. 빠르게 더 빠르게 숨이 차면 숨까지 참고 목덜미 심줄이 꿈틀거릴 때까지 내달렸습니다. 달리다 돌아본 길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 때부터 우리는 느림을 차츰 추억하기 시작했습니다. 슬로푸드와 슬로시티가 일상의 꿈이 됐고 주말이면 산과 강, 들길이 사람들의 숨소리로 채워졌습니다. 바로 느림의 공감이 우리주변에 가득합니다.


울산의 근교산과 자연을 걷다보면 내가 사는 주변에 이런 '착한 풍경'이 자리하고 있었나 싶은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진희영 님이 안내하는 울산의 자연은 이런 느낌에 이야기가 보태져 있습니다. 그는 지난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영남알프스와 주변의 산을 누비며 폭포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담아왔습니다. 독자여러분과 함께 가지산, 백운산, 상운산 등 19개 산에 있는 폭포들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만나봅시다. 편집자

붓 뚜껑 주우려 물에 빠진 동생 구하려다
같이 죽은 형의 슬픈 전설 고인 형제소,
선녀들이 물놀이 즐겼다는 선녀탕.
양쪽으로 흘러내리는 두갈래 물줄기
7m 높이 형제폭포의 시원함까지.

 

▲ 형제소

# 형제소
형제소(兄弟沼)는 폭포(瀑布)라기 보다 소(沼)로 쇠점골 들머리에 위치해 있다. 쇠점골에 흐르는 물줄기는 가지산과 능동산에서 발원해서 오천평반석, 선녀탕, 형제소로 흘러간다.
 형제소는 20년 전만 해도 깊이가 5~6m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깊었으나 울산~밀양 간 도로공사 이후로 차츰 얕아져 아이들 물놀이에 안성맞춤인 곳이 되었다.
 이곳은 형제에 관한 애틋한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옛날 형과 동생이 이 근처에서 공부를 하다가 동생이 붓 뚜껑을 물에 빠뜨렸다고 한다. 동생은 이것을 주우려다 물에 빠졌고, 형은 동생을 구하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슬픈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형제소에서 계곡 산행을 이어가려면 선녀탕과 오천평반석을 따라 쇠점골 상류로 올라가면 된다.
 쇠점골은 밀양 사람들이 울산을 넘나들 때 소, 말의 편자를 갈아 끼웠던 골짜기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설치된 얼음골 케이블카도 쇠점골과 능동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 있다. 형제소에서 다시 돌아 나오면 호박소 방향으로 이어지는 용수골 산행이 가능하다.
 
 

▲ 선녀폭포
# 선녀폭포
쇠점골 선녀폭포는 형제소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다. 선녀폭포는 높이가 5m 정도인 아담한 폭포로 폭포위에는 선녀탕이 있다. 그 옛날 옥황상제를 모시던 선녀(仙女)들이 더위를 식히러 이곳 선녀탕과 선녀폭포에서 물놀이를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오천평반석 또한 선녀폭포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다. 한 폭의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한 거대한 반석(盤石)은 건기를 제외하곤 반쯤 물속에 잠겨 있다. 반석 크기는 길이가 200여m, 폭이 50여m로 넓고 판판하다.

 

▲ 형제폭포

# 형제폭포
쇠점골 형제소폭포는 용수골과 쇠점골의 합수지점에서 2.1km떨어진 지점에 있다.(오천평반석에서 10여분 거리) 반석위로 흐르는 물줄기는 거의 직폭에 가까우며,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마치 쌍둥이폭포처럼 양쪽으로 나뉘어져 흐른다. 형제폭포는 높이가 7m, 폭이 5m, 소(沼)의 둘레는 10m 정도로 쇠점골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폭포다.
 폭포 아래는 깊은 협곡으로 패여 있어 폭포 가까이 접근하려면 물길산행을 해야 한다. 형제폭포에서 석남터널까지는 1.7km의 물길이 계속 이어져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쇠점골은 울산근교의 대표적인 여름 계곡 산행지로 그 길이만 4km에 달한다. 주암계곡, 고헌산 주계곡과 더불어 '울산 근교 3대 물길산행 지역'으로 손꼽히며, 여름철이면 '사람 반 물 반' 이라는 말처럼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쇠점골에서 석남터널방면으로 걷다보면 갖가지 모양의 소(昭)와 담(潭)을 계속해서 만나게 된다. 파래소폭포를 닮은 폭포도 있고, 와우폭포를 닮은 폭포도 있고, 그야말로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쇠점골 상류부근, 석남터널 조금 못 미치는 지점에서 능동산으로 향하는 우측 산 사면을 따라 올라가서 고봉산(皐峯山)의 짧은 암릉과 입석대(立石臺)를 둘러보고 (구)가지산 석남터널휴게소 방면으로 하산하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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