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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야근 때문에 아내와 아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겨우 귀가한 회사원 A씨. 아직 한밤중인가 싶은데 어느새 귓가를 쩌렁쩌렁 울리는 알람 소리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눈을 비비며 혹시나 밤새 업무 문자나 이메일이 오지는 않았는지 확인한 뒤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친다.

 '지옥철'에 몸을 싣고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지루한 회의가 이어지고, 처리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상사의 요구 사항은 끝없이 밀려든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어느새 퇴근시간. 하지만 A씨가 제시간에 퇴근하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야근을 해야 하거나 '절대 빠질 수 없는' 회식이 있기 때문이다.

 잠든 가족의 얼굴을 보면 하루의 피곤이 풀리는 듯도 하지만 수년째 정신없이 바쁜 일상이 되풀이되다 보니 이제는 "바빠 죽겠다"는 말만 입에 달고 살며 매사에 피곤하고 짜증만 날 뿐이다.

 영국 런던 대학 조직심리학과 연구원이며 비즈니스심리학자인 토니 크랩은 신간 '내 안의 침팬지 길들이기'에서 "너무 바쁘다면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 저자는 우리의 삶에 과부하를 거는 주범으로 '분주함'을 꼽는다. 인간의 몸에서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는 휴식의 시간이 허용되지 않으면" '알로스타틱 부하'라는 육체와 뇌의 탈진 상태가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많은 요구 사항 앞에서 통제력을 포기하거나, 일과 삶의 경계를 긋지 못하고, 불안감 때문에 전전긍긍하다 보니 방어적이고 바삐 활동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삶을 사는 방식을 바꾸는 추진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항상 바쁘다.

 흔히 직장에서 더 많은 일을 하면 성공을 이루고, 더 많이 벌고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면 개인적으로도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과다의 세상에서 '모어'(more) 전략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일갈한다.

 저자는 대신 분주함을 넘어서기 위한 전략으로 통제와 초점, 정성, 추진력 등 4가지를 제시한다. 삶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고, 나 자신의 강점이 두드러지도록 차별화하고, 인간관계 등 소중한 가치를 아끼고, 더 자신감 있게 앞으로 나아갈 추진력을 확보하라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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