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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일본의 미술대학 입시제도의 영향을 받아 석고소묘 위주의 입시가 이뤄져 왔다. 그러다 보니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천편일률화 된 데생 능력, 제한된 석고상에 대한 관찰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시돼 왔다.


 그러나 다행히 현재는 미대입시도 많이 변화했다. 대학별로 전형이 다르고 실기시험 역시 저마다 특성을 가지고 다양화 됐다. 선발 방법 측면에서도 포트폴리오 평가, 입상실적 등 다방면의 평가가 이뤄진다. 따라서 최근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장점이나 특성을 살려 미술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됐다.
 대학 입학 후에는 중, 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입시미술보다 더 폭넓게 미술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기법이나 재료의 사용방법, 다양한 발상, 그리고 예술사나 미술이론 등 관련이론을 배운다.
 이론과 실기 어느 하나 빼놓을 것이 없는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미술대학의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하게 되면 순수미술의 경우, 본인의 개성을 살려 전업 작가로 등단하거나 대학원 진학, 유학, 혹은 미술학원을 오픈하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등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2011년 추계예술대학교가 부실대학으로 지정되었고 미술대학으로 명성이 높은 계명대의 동양화과가 없어질 위기에 놓여있다. 그 이유는 취업률이 낮아서이다. 미술대학의 취지는 직장에 취업하는 것 보다는 작품으로 자신을 브랜드화 하는 작업에 가깝다.
 그런데 미술대학을 꼭 취업률의 잣대로 평가해야 하는 것일까? 미술 전공자들은 예술가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필자 역시 미술대학을 졸업할 즈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 길지 않은 고민 끝에 대학원에 진학했고 지금은 대학 등의 외부강의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미술대학 졸업생들이 직장을 다니기보다 이렇게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아니면 예술의 길은 포기한 채 다른 직업을 선택,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국사회에서 미술 전공자가 살아가기란 너무 힘든 일이다. 현 젊은 세대가 88만원 세대라고 하지만 미대 졸업생 가운데는 이보다 더 절박한 사람도 많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사비를 들여서 재료를 구입하고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득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된다.
 금전적인 부분 보다는 명예와 자신의 행복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비록 돈을 많이 벌지 못하나 예술가라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가고 있다.
 경제적인 부분 뿐 아니라 사회적인 눈총 역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학창시절 성적이 좋지 못하니까 많은 돈을 투자해 미술을 배우고 미술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여학생의 경우는 명문가와의 혼례를 위해서 미술 관련전공을 선택한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 밖에 미술대학 졸업생들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오해를 많이 받는다. 고교시절의 학업성적,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미대 졸업생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미대 졸업생들은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며 살아간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돈을 많이 벌거나 학업성적이 우수하거나 하는 등의 단편적인 잣대로 사람들을 평가한다.
 그러나 이것은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미대 졸업생들이 보다 본인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원하는 일을 오해없이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관련된 앞으로 제도적 부분들도 발전적인 방향으로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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