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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인을 일컬어 가인(佳人) 이라 부른다.
 "낙양성 십리 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대가인(絶代佳人)이 그 누구냐……. " 민요<성주풀이〉가사에서 가인을 강조한 절대가인을 찾을 수 있다. 민요속의 가인은 규방(閨房)에서 예절교육을 받아 말과 행동이 품위 있고 정숙한 여자를 일컫는 요조숙녀(窈窕淑女)와는 차이가 있다.

 문학적으로 확장된 시어에 등장하는 가인도 어진 어머니와 좋은 아내를 의미하는 현모양처(賢母良妻)로서 삼종지례(三從之禮)하는 규수(閨秀)보다는 여성 예인(藝人)을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여성 예인의 인식과 활동은 시대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친숙한 여성예인은 조선시대의 기생이다. 혹자는 기생을 예인과 달리하는 견해도 있지만 엄연한 기생문화의 존재와 가치를 염두에 두면 수용이 된다. 기생인들 요소숙녀와 현모양처를 꿈꾸지 않았으며 아기에게 젖을 물려보고 싶지 않았을까. 기생을 대화가 된다하여 '해어화(解語花)'라 부르기도하고 예쁘다고하여 '선연(嬋娟)' 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문학에서는 애모, 연정, 그리움 등 사랑을 주제로 삼은 시들을 염정시(艶情詩)라고 묶어 부른다. 대상은 주로 가인이다.  아름다운 여성을 표현한 시어를 모아 소개한다.

 가인의 얼굴은 옥모, 옥인, 옥면, 옥골, 화용, 옥검 등 옥으로 표현된다. 김극기(金克己:1150경-1204경)는<조전화앵〉에서 '혼이 되어 세상과 멀어졌다(玉貌催魂隔世)'라고 하며 미인의 단명함을 표현하고 있다. 미인은 옥 같은 모습이다. 이서우(李瑞雨:1633-?) 역시 <도망〉에서 죽은 아내의 얼굴을 옥모로 표현했고(玉貌依稀看忽無) 옥처럼 고운 뺨을 옥협으로 표현했다. 피부 또한 백옥같은 고운 피부 옥기다. 아름다운 여인이 갖추어야 될 요소 중의 하나가 가느다란 허리이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에스라인(S-line)'이다. 허리의 움직임은 하늘하늘 늘어진 천만사 버들가지이며 세요봉(細腰蜂) 같이 가는 허리 세요(細腰)이다. '잘끈 동인 가는 허리 한 줌이나 채 될까' 는 조휘(趙徽, 생몰연대 미상)가 <희증연경면사미인(戱贈燕京面紗美人)〉에서 표현한 여인의 가는 허리이다. 눈썹은 누에나방의 더듬이인 촉수 같고 초승달 같은 눈썹인 아미 이다. 입술은 앵두같이 붉어 단순, 주순 등으로 강조한다. 얼굴빛은 복숭아 꽃 같은 홍조 띤 볼에 부끄러움이 있는 홍낭이다. 붉은 입술에 하얀 이 호치는 동백유 곱게 바른 칠흑같은 머리카락과 대비된다. 연산군(燕山君, 1476∼1506)은 <무제〉에서 "붉은 입술 사이로 하얀 치아 드러내면(朱脣開皓齒)"라고 표현했다. 주순호치는 단순호치(丹脣皓齒)로 '앵두 같은 입술'에 '박 속 같이 하얀 이'를 말한다.

 가냘프고 부드럽고 고운 손 섬섬옥수는 웃을 때마다 쏙쏙 들어가는 귀여운 볼우물 보조개 보엽을 가리는 모습에서 절정을 이룬다. 알 듯 모를 듯 엷은 미소를 머금은 함소와 서릿발 같은 하얀 발을 감춘 비단 버선 걸음은 신비감마져 느낀다. 신흠(申欽:1566-1628)은 <채련곡〉에서 버선 벗은 아가씨의 발을 '서릿발같은 하얀 발'로 표현했다.

 임제(林悌:1549∼1587)는 <추천곡〉에서 "하얀 모시 적삼치마에 진홍색 허리 띠(白苧衣裳?裙帶)"는 그네 타는 처녀를 표현하고 있다.
 가인이 흘리는 눈물은 옥루로 표현하는데 남자의 마음을 잔 하게 만든다. 이규보(李奎報:1168-1241)는 <미인원〉에서 '예쁜 뺨에 두 둘기 눈물 흘러라'로 표현했다. 조신준(曺臣俊,1573∼?)은<규원〉에서 '옥 같은 눈물에 고운 뺨이 녹아 난다(玉淚銷紅頰)'고 표현하였으며, 미당은 <귀촉도〉에서 님을 떠나보내는 여인의 눈물을 '아롱아롱'으로 표현했다. 이학의(李鶴儀:1809-?)는 <규정〉에서 '여윈 뺨 눈물은 아롱다롱 그침이 없다(瘦頰斑斑淚未休)'고 했다. 주루룩하고 흘리는 눈물도 좋지만 곧 떨어질 듯 담겨있는 눈물인 루영첩(淚盈睫)을 보고 간큰 남자가 아닌다음에야 어찌 차마 뒤돌아갈 수 있으랴. 울산에도 춤에 능하고 소리를 잘한 신라 가인 전화앵이 있다.

 그는 생몰년도 미상이며 신라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도 없다.  다만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김극기의 조시로만 짐작할 수 있다. 전화앵에대한 구전과 기록은 울산이 갖고 있는 오래된 신라의 이야기며 스토리텔링의 바탕이다. 울산의 무용인과 음악인은이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이며 매년 전화앵제를 개최하는 울주문화원의 이유이다.

 요즘 울산은 생태와 관광이 어우러진 생태관광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산의 높이도 중요하겠지만 그 속에 누가 사느냐가 중요하며 바다의 깊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무엇이 사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울산에서 독창적 가인문화를 먼저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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