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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태풍이 왔다가 가고, 또 다른 태풍이 오고 있다고 한다. 태풍은 가면 다시 오지만 사람들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한 번가면 다시는 못 오는 것도 많은데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그래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사막여우의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옹기종기도서관 마당에는 생텍쥐페리의 작품인『어린왕자』의 주인공인 어린왕자와 그의 친구인 사막여우가 다정하게 서서 도서관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둘의 첫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다.

 혼자라서 너무나 외로운 어린왕자는 풀밭에 엎드려 흐느끼고 있었는데, 그때 여우가 나타났다. 그래서 인사를 했다. 
 '어린왕자 : "넌 누구니? 정말 예쁘구나!"
 사막여우 : "난 사막여우야"
 어린왕자 : "나랑 놀자. 난 너무 심심해…"
 사막여우 :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단 말이야"
 어린왕자 : "길들인다는 게 무슨 의미야?"
 사막여우 :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 넌 내게 있어 유일한 존재가 될 거고…"'
 어린왕자는 도서관을 찾아오는 유치원생들이 반드시 인증사진을 찍는 장소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어린왕자에게 말을 걸어보고 사막여우의 귀를 잡고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여우야, 안녕, 반가워"하며 마치 그들이 어린왕자인 것처럼. 

 그리고 중·고등학생들이 오면 서로가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되어 대사를 읽어보며 책에서 본 어린왕자와 사막여우를 새롭게 기억을 한다.
 그렇게도 예쁜 사막여우가 이역만리 한국 땅에서 끔찍한 수난을 받고 쓸쓸히 죽었다고 한다. 신문기사에 의하면 사건의 내용은 이랬다.   

 아프리카 수단에 서식하고 있는 사막여우 84마리가 포획되어 암시장에 나왔다. 무려 자신의 고향에서 1만km를 날아 몸무게 1.5kg에 불과한 사막여우는 그 낯선 땅 한국 땅에서 쓸쓸히죽어갔다. 큰 귀와 둥근 눈, 담황색의 예쁜 털, 작고 귀여운 몸집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게다가 희귀동물에다가 멸종위기에 놓인 점은 이들의 몸값을 더 올리게 했다.

 2012년 4월부터 올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84마리가 국내에 들어와 일반인들에게 애완용으로 팔렸다. 하지만 사막여우는 사람을 경계하는 특성이 있고, 야행성인 사막여우가 애완용으로 키우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것은 어린왕자도 사막여우와 사귀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는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터인지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필자도 '구피'라는 작은 물고기를 키우고 있다. 가끔 그들에게 먹이를 주려고 다가가면 어떻게 아는지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그런 것이 그렇게도 예쁠 수가 없어 집과 사무실에서 키우고 있다. 그냥 심심풀이로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애완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남과의 사귐에 서툰 사람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타인들과 한순간도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관계를 맺기를 거부하는 이들이 많아 우리 사회는 소통(疏通)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게 되었다.

 애완동물과는 소통이 되어도 남과는 소통이 어려운 이들이 많은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그만큼 남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리라. 그래서 결국 그런 사회는 '묻지 마 범죄'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애완동물을 키울 수는 있다. 단, 서로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길들여지는 것을 겁내지 않은 관계가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단지 귀엽다는 이유로 키우고, 자신만이 행복하다면 그것은 애완동물과 함께 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자신과 애완동물이 서로 행복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저 먼 땅에서 갑자기 잡혀 한국 땅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사막여우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현명한 관계를 맺는 삶을 살아야 한다.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작별 인사를 한다.
 어린왕자 : "잘 있어"
 사막여우 : "잘 가…. 내 비밀은 아주 간단한 건데, 그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왕자는 기억해 두려는 듯 따라 말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나도 어린왕자처럼 따라 말한다.
 "진정 중요한 것은 남을 배려하는 것이다. 배려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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